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점검

‘경기장부터 안나 카레니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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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이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핑 딜레마에 빠진 러시아의 참가 여부를 놓고 IOC는 곧 결정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의 안드레이 야슐랍스키 기자가 올림픽 준비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발레 ‘안나 카레니나’ 관람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안 기자의 아내는 “공연에서 졸지 않으려면 잘 자둬!”라고 농담을 했다. 나는 발레를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술들 중에서 가장 해로운” 것으로 여겼고 그래서 정말 공연 중 하품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본 공연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쇼였다. 나는 두 시간 내내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공연이 끝나고 손바닥이 얼얼해지도록 박수를 쳤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한국 최고의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은 안나 카레니나 공연을 준비했다. 이 작품은 동명의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의 크리스타인 슈푹이 안무를 했다”고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이 아름다운 여인 앞의 테이블에는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놓여있었다. 이 둘은 현재 한국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지만 극장에서 보다 잘 어울려보였다.

 

러시아 대표팀이 러시아의 국기를 달고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여 러시아의 국가가 연주되는 중에 메달을 수여하기를 매우 희망한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러시아 없이 올림픽이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2월 ‘문화 올림픽’의 일환으로 ‘올림픽 발레’인 안나 카레니나가 공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 기초한 작품이 공연되는 것이 논리적임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의 소설이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객들에겐 모두에게 친숙한 사랑과 질투에 관한 이야기를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이다. “심지어 전혀 발레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도 작품을 즐겨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안나 카레니나를 선택했다”고 강수진 단장은 말했다. 발레에 대해 잘 알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발레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위대한 소설을 흥미롭게 무대화했다는 것과 진정한 카레니나와 브론스키의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한 뛰어난 한국 무용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폴란드 작곡가 비톨드 류토슬랍스키와 두 명의 조지아 작곡가 요시프 바르다나슈빌리와 슬루한 친차제의 음악으로 구성된 발레음악도 한 몫을 차지했다. 아름다운 의상과 무대장치! 하얀 스크린에 나타나는 기차와 무대에서 키티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던 레빈‘ 러시아풍의 일하는 농민의 모습은 잊혀 지지 않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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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화(聖火)가 100일간의 한반도 일정을 시작한 인천은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다. 지난 세기에 제물포라 불리던 이 도시에서 1904년에 순양함 바랴그호와 함포선 코레예츠는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고 바로 이곳에서 “러시아의 자랑스런 바랴그는 적에게 항복하지 않는다”는 기억을 남겼다. 당시 한국 바다의 관문이었던 이 도시는 지금은 하늘의 관문(關門)이 되어 있다. 러시아 군의 영광의 상징이었던 인천은 한국전쟁 당시 전황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맥아더 장군의 상륙전이 있었던 곳이다.

 

인천국제공항 신축 터미널로 희망과 화합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 성화가 그리스로부터 도착하였을 때 더 이상 피의 역사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이는 현재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하였을 때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 가설무대로 다가온 비행기에서 이희범 조직위원장과 밴쿠버 금메달 소치 은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가 불꽃이 든 캡슐을 가지고 나왔다. 이 작은 불꽃은 올림픽 횃불에 옮겨 붙여져 올림픽 개막식 전까지 전국을 순회할 것이다.

 

13세에 불과하지만 벌써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유연 선수는 11세에(김연아 선수는 12세에) 역사상 가장 어린 국가 챔피언이 되었다. 바로 그녀에게 인천과 서울을 잇는 인천대교에서 시작하는 올림픽 성화봉송 첫 주자의 영광이 주어졌다. 2018km 9개 도 8개 도시 151개 지역을 자동차와 비행기와 선박과 기차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 성화는 여행할 것이다. 물론 달리기도 할 것이다. 총 7500명의 주자와 2018명의 지원팀이 성화봉송에 참여할 것이다.

 

눈처럼 하얀 성화봉은 단지 김연세 디자인의 디자인 작품일 뿐만 아니라 성화를 꺼트리지 않고 유지하는 기술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평창이 위치한 강원도는 겨울에 강한 바람이 불뿐만 아니라 악천후(惡天候)가 있을 수도 있다. 성화봉의 특별한 공기 터널은 불꽃에 산소를 공급시켜준다. 아랫부분의 5각형 모양의 구멍은 비가 올 때 물이 빠져나가게 한다. 또한 눈과 바람으로부터 불꽃을 지켜주도록 고안되었다.

 

2월 9일 개막식날에 70cm의 작은 성화봉에서 불꽃이 옮겨 붙여질 다섯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하얀 빛의 성화대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옆에 위치해 있다. 이 스타디움에서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이 개최될 것이다. 5각형 모양의 이 스타디움은 3만 5천명 관중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임시 경기장으로서 대회 이후에는 철거될 예정이다. 총 78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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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장에 러시아의 국기가 들어서기를 매우 희망한다. 모든 한국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부족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수십일 후면 이곳으로부터 역사적인 올림픽 개막식이 전 세계로 중계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관중석 청소 및 안내판 설치 등 최종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종종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경기장이 완공되지 않는 등의 사건이 있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다. 이미 10월 중순에 준비가 99% 완료되었고 개폐막식이 열릴 이 스타디움은 사실상 완공되었다.

 

스키점프대 등 주요 산악 스키 시설물들이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도 완전한 준비를 마쳤다. 컬링 스피드스케이팅 하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펼쳐질 빙상경기장은 해변 도시인 강릉에 위치해있다. 강릉에는 또한 모스크바의 신축 아파트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층아파트로 이루어진 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섰다. 모든 것은 소박하지만 이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경관(景觀)은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바다가 한편으로는 산과 숲이 보였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과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호텔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김치 페스티벌을 볼 수 있었다. 배추와 무 여러 채소들이 맵게 절여진 음식인 김치는 한국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몇 년 전에는 김치요리전통이 유네스코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登載)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가장 맛있을 뿐 아니라 건강한 음식으로 여기는 이 김치 문화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훈련센터 선임영양사인 조선숙은 선수들에게 제공될 건강에 좋은 한국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30년 동안 국가대표들의 식단을 관리해 온 그녀는 선수들의 입맛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선수들은 김치없이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현재 선수들의 입맛에 세계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 선수들에게 유럽 음식을 소개하려 노력했어야 했다. 선수들을 바로는 아니지만 점차 적응해갔다. 물론 한국 전통음식을 여전히 사랑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유럽-미국 식단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녀는 러시아-소비에트 스포츠 영양학이 한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90년대 초반 레닌그라드에서 온 체육대학 학장의 강의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격렬한 경기 이후 선수들의 에너지 회복을 위한 레서피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녀는 닭걀 노른자 올리브 오일 화이트 와인 밀가루의 조합을 예로 들었다. 김치는 어떤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김치가 운동능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만족감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심지어 사진을 찍을 때도 “김치~”라고 외치는데 김치 없이 어떻게 살겠는가!

 

“사진촬영은 허가된 장소에서만 가능합니다”라고 청와대 방문 시의 안내가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웠다. 하지만 국가 제1 권력자가 사는 공간인 청와대의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게다가 1968년 1월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 수백 미터 앞까지 도달했다가 저지(沮止)당한 사건도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무사했지만 11년 후 정보부장의 총에 살해당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청와대를 방문했다. 청와대라는 이름은 푸른색 기와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본관은 한국 전통 건축 스타일로 지어졌다. 우리는 사진촬영을 요청했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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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람이 끝날 무렵 우리에게 놀라운 선물이 도착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러분을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려 합니다.” 정말로 넓은 잔디밭 건너편에 수행원들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났다.

 

지난 5월에 취임한 64세의 문재인 대통령은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특수 부대원이었으며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비리(非理)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의 퇴진을 요구한 촛불혁명과 이어진 보궐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나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열려있는 태도와 사교성 겸손함은 이 청와대 잔디밭에서 만남을 가졌던 기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이 감동적인 순간에 우리가 “김치”라고 외쳤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국 대통령과의 셀카는 영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이름에 합당한 수준으로 치러질 것이며 북한으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치적 혼란도 방해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표명했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우리 러시아 선수들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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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드레이 야슐랍스키 기자 |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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