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20180427_181221.jpg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불과 엿새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남북관계는 천지가 개벽한 느낌입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이룬 통 큰 합의도 놀랍지만 이행의 의지를 깜짝 놀랄 속도전으로 새로운 세상을 견인(牽引)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숨에 지구촌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상회담 당일 군사분계선의 악수와 ‘깜짝 월경’, 도보다리에서의 ‘단독 대좌’, 양 지도자의 부부동반 만찬 등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많은 화제들을 낳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인상적으로 본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북한 군부 고위층들의 태도였습니다. 이날 리명수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대통령이 다가오자 먼저 거수경례를 예를 표한 후 악수했습니다.

 

 

20180427_081211.jpg

<이상 KBS 캡처>

 

 

리명수는 우리나라 합참의장 급으로 북한 군부 서열 2위이고 박영식은 국방부 장관 격으로 북한 군부 서열 3위입니다. 물론 정복을 착용한 군인은 상대국 최고 지도자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예우(禮遇)가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장수 국방부 장관이 비록 군인신분은 아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목례조차 하지 않고 악수를 해 ‘꼿꼿장수’라며 보수계의 찬사(?)를 듣기도 했으니까요. 북한의 군부실세들이 깎듯하게 문대통령에게 예우를 한 반면, 우리측 공식수행원중 현역 군인 최고위직인 정경두 합참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인사를 하면서 거수경례를 하지 않고 악수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우리측은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폭침 등의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예우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반면, 천안함 폭침 등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으로서는 ‘정상국가’임을 과시하며 여유를 부린 것”이라고 했더군요.

 

글쎄요.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펄쩍 뛰기도 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스테리에 싸여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남한의 장성이 자국의 최고 지도자에게 경례를 안하는데 북한군 장성만 경례 하는게 ‘정상국가로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한군 장성이 김위원장 앞에서 꼿꼿이 선채 악수만 하고 북한군 장성들은 문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북한의 TV로도 고스란히 송출됐다는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북측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지만 이를 그대로 보낸 것 또한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었을 것입니다.

 

 

20180427_001911.jpg

<jtbc 캡처>

 

 

두번째로 인상적인 장면은 내외신기자들 앞에서 생중계 된 양국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선언문에서 스스로를 지칭할 때 ‘나는~’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평소 다른 연설문에선 ‘저는~’이라는 말도 섞지만 이번 선언문만큼은 ‘나는~’을 고수했습니다. 이같은 화법은 남북정상회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칫 겸양의 표현이 ‘저자세’로 보여 극보수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때문이 아닌가라고 여겨집니다.

 

정작 주목할 것은 이어 단상에 선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저는~’이라고 계속하여 말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거 실화 맞어? 솔직히 전 놀랐습니다. 문 대통령도 겸양어를 썼다면 ‘상대가 그랬으니까 나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20180427_180201.jpg

<이하 KBS 캡처>

 

 

이 부분 또한 북한 인민들의 입장에선 너무 저자세 아닌가 하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최고지도자는 그들의 입장에서 솔직히 비교 불가한 ‘최고 존엄’ 아닌가요.

 

그럼에도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며 끝까지 성의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자세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알려주는듯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남측의 기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비록 남북의 언론환경은 상이하지만 이같은 특별한 인사는 남한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상회담의 성패도 상당 부분 언론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군사분계선의 역사적 만남부터 평화의 집 앞에서 펼쳐진 레이저쇼 공연까지 12시간의 드라마는 그동안 ‘은둔(隱遁)의 지도자’로 평가된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생생하게 외부 세계에 자신을 드러낸 시간이었습니다.

 

 

20180427_081218.jpg

 

 

아무리 절대 권력을 쥔 최고 지도자라 하더라도 강경파 등 내부적으로 불만세력이 있을 수 있고 인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방세계를 놀라게 한 파격(破格)의 연속이야말로 진심을 담은 행동이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직도 적잖은 보수인사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시간벌기 위한 쇼 아니냐’며 실눈을 뜨고 있습니다. 그의 몸짓이 위장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기실 김위원장의 이같은 모습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월 1일 TV를 통해 중계된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끝날 무렵에 갑자기 자아 반성을 하고 새로운 맹세를 다지며 머리를 숙였기때문입니다.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 나는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이 정도면 믿지 않는게 도리어 이상하지 않을까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 |
  1. 20180427_181221.jpg (File Size:68.5KB/Download:22)
  2. 20180427_180201.jpg (File Size:122.9KB/Download:16)
  3. 20180427_181002.jpg (File Size:76.8KB/Download:17)
  4. 20180427_001911.jpg (File Size:121.7KB/Download:16)
  5. 20180427_081211.jpg (File Size:84.1KB/Download:17)
  6. 20180427_081218.jpg (File Size:100.3KB/Download:1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위기의 한반도 건진 두 정상, '역사가 주는 상' 받으시라

    재미동포가 본 남북정상회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지하 헬기 착륙장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통령은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안에서 나온 사람을 대통령은 덥석 껴안았다. "오오, 와 주셨구려, 정말 반갑소!...

    위기의 한반도 건진 두 정상, '역사가 주는 상' 받으시라
  • 집이 학교다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 교민사회에 불어닥친 교육 현상의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교육 열풍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고학년 학생들의 학습 문의 증가세 보다는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고민 상담과 학습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 이러...

    집이 학교다
  • 표준시 일본시간에 왜 맞추나 file

    北의 표준시 환원에 즈음하여 '통일 Corea' 시간주권 회복해야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북한의 표준시가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30분 빨라졌다. 이로써 평양표준시와 서울표준시가 동일해졌다. 남북한이 ‘시간 통일’을 이룬 것이다   북한과 남한의 표...

    표준시 일본시간에 왜 맞추나
  •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젊은 추장 투타네카이는 모코이아 섬에 살고 있었다. 로토루아 주변에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는데, 때로 카누들이 모코이아 섬에 찾아와 바깥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그중 오우하타(Owhata)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인 히네모아에 대한 이야기가 많...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 인생을 치열하게 불태우는 사람 file

    빈무덤의 2차조국순례기 마지막회 고려불화 재현하는 조이락화백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이번 여행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연(因緣)을 맺었지만 그 가운데 특히 민족문화를 위해 인생을 치열하게 불태우는 사람을 소개하고 여행기를 마칠까 한다. 내...

    인생을 치열하게 불태우는 사람
  • 김정은 위원장의 3가지 파격 file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불과 엿새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남북관계는 천지가 개벽한 느낌입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이룬 통 큰 합의도 놀랍지만 이행의 의지를 깜짝 놀랄 속도전으로 새로운 세상을 ...

    김정은 위원장의 3가지 파격
  • 며칠만의 긴 잠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6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깼다. 호텔에서는 5시 45분에 꼭 알람콜을 해주는데 오늘은 콜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늦게 입실한 것에 대한 배려인 모양이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식당에서 간단히 아메리칸 스타일로 먹은 후 강의실로 갔다...

    며칠만의 긴 잠
  • “통일로 가자!”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멋지다. 1984년 생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제 서른 조금 넘은 나이인데 감정없는 말투와 어설픈 듯 웃는 모습으로 세계 강대국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김정은의 한 마디에 미국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도...

    “통일로 가자!”
  • 공원같은 초록색의 행성 file

    별나라형제들이야기 (35-36)     변화의 청사진     인간보다 높은 4-5차원의 존재들은 실제로 어떤 세상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것은 인간이 갖는 매우 궁금한 점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직접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존재와 인간의 질의응...

    공원같은 초록색의 행성
  • "결코, 결코, 결코 포기하지 말라"

    윈스턴 처칠의 연설과 도버 해협을 헤엄쳐 횡단한 사람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 전 수상이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단상에 올라가서 “결코,...

    "결코, 결코, 결코 포기하지 말라"
  • 전공선택과 직업- 약학대학

    [엔젤라 김 교육칼럼] 약사 진로 확실하면 6년 프로그램이 유리할 수도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미국의 약국에 가면 삼 십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보통 약을 타러 온 다른 손님들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

    전공선택과 직업- 약학대학
  • 고혈압은 합병증이 무섭다

    [건강칼럼] 표적장기 침범도 문제, 미 심장기관 혈압 기준 엄격해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5월은 전미 고혈압 교육의 달이다. 이같은 월례행사는 고혈압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1972년부터 실시되어 오고 있다. 다음은 미국 국립심...

    고혈압은 합병증이 무섭다
  • 괴테의 말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가슴에 딱 와 닿는 말이 있다. 속칭 명언들이다.     그리고 짧은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잠언 형태의 글들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의 ...

    괴테의 말
  • 통일시대 연 판문점선언… 세계도 칭찬했다

    [시류청론] 외신 "전 세계가 김 위원장을 과소평가 했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2018년 4월 27일은 남북민족 분열시대에서 우리 민족끼리 영원히 번영할 통일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날이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공동선언 주요 내용은, 남북...

    통일시대 연 판문점선언… 세계도 칭찬했다
  • 장보고와 한반도의 운명

    지구본을 거꾸로 들어 5대양 6대주를 바라보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제대로 통찰한  장보고의 네트워크 비법을 이어받아 ……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한반도가 일제에 의해 강점되고 광복을 맞은 지 73년이 지났는데도 독도 문제 하나 해...

    장보고와 한반도의 운명
  •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다 file

    그날이 오고 있다 남북정상의 단독대화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다
  • 트럼프의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남북한 file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계속된 로켓발사에 이어진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 폭탄 던지기에 극도로 고조되었던 한반도 위기상황이 지금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듯 싶게 급속히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러시아 언론들이 거의 이구동성(...

    트럼프의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남북한
  •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카스피 해가 남쪽으로 내달리다 이란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엘브르즈 산맥에 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하는 곳이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카스피 해 연안이다. 거대한 엘브르즈 산맥은 카스피...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 또다시 미주리로 file

    세 번째 출발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이번이 가장 떨린다. 아내도 이번이 제일 허전하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줬던 지난 두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배웅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지난 밤을 꼬박 샌 탓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 딸 아이를 맨...

    또다시 미주리로
  • “항소합니다!”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불의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동지 여러분!   드디어 오늘(17일) 1심 선고(宣告)가 내려졌고 내게는 더욱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의 염려...

    “항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