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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또한 파리국제예술공동체 50주년을 축하하며, 소나무 협회의 ‘감각교류 전’이 개최된다. (큐레이터 심은록, 부(副)큐레이터 홍일화)




소나무 협회(회장 한홍수)는 같은 사상이나 비슷한 작업 경향의 작가들의 모임이 아니라, 아틀리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1991년 8월 22일 설립된 소나무는 이씨레뮬리노(Issy-les-Moulineaux) 시의 옛 국방성 탱크정비 공장을 개조해 만든 ‘아르스날’ (Artsenal, 불어로 '예술 Art'과 '병기창Arsenal'을 조합한 신조어)에서 시작되었다. 전시장과 46개의 공동 작업실을 만들어, 그 절반인 23개는 한국작가들에게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작가들에게 배분되었다. 소나무 협회의 한인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외국작가들과 함께 집단적 작업공간을 마련하고, 단체 활동(작업, 전시, 작가들 간의 국제교류 등)을 한 것은 재불한인미술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사건 중의 하나다. 


세계 곳곳에서 온 창의적이며 독특한 작가들이 아르스날에서 작업하며,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이를 전시하면서, 적극적인 국제 교류가 이루어지고, 국적을 넘어선 우정이 돈독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나무 작가들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한국, 미국, 등 각지에 퍼져나가 그곳에서 각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소나무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이처럼 외부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 예술적 국제교류를 적극적으로 해왔기에 130주년 한불수교를 기념하여, <감각교류>전을 열게 되었다. 또한 서로 다른 국적의 작가들이 끈끈한 애정을 가지고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온 소나무이기에 또 다른 공동체인 파리국제예술공동체의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르스날은 공장지대였던 이씨레뮬리노 시를 예술과 문화지대로 변화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는 지역환경에 따라 작가의 예술 경향이 바뀌는데, 반대로, 아르스날 아틀리에의 작가들은 지역을 예술적으로 바꾸었다. 2002년 아르스날은 현재의 아르슈(les Arches)로 아틀리에를 옮겨야 했지만, 향후, 다시 예전의 아르스날과 같이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모여서 적극적인 예술 교류와 감각 교류가 가능한 공동 아틀리에를 설립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이번 전시는 50여명의 작가들이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의 감성을 교류하게 된다. 너와 나, 한국과 프랑스,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 등 서로 다른 개체, 국가, 시공간의 감성을 나누고 함께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감각교류>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개최된다.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전관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는 크게 3층으로 나뉘어져, 각층마다 5감, 6감, 0감, 등 하나의 소주제를 가지고 전개된다.




<5감>파트에는 


신체 혹은 신체의 일부를 소개하는 작품들이 주로 전시된다. 인간의 둔부가 크게 확대되어 한 오브제나 종교의 상징처럼 느껴진다거나, 비만으로 두 세 번 접힌 복부의 일부가 확대되어 우리의 신체의 일부인데도 낯선 느낌을 자아내거나, 혹은 단지 얼굴만을 그렸는데도 그 얼굴의 주인이 태어난 산하와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처럼 <5감> 파트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각각 구별된 5감 자체의 고유한 역할을 말하기 보다는, «기관 없는 신체 »(들뢰즈)처럼 역할을 잊어버려 방황하고, 감각 기관끼리 서로의 역할을 섞고 섞이며 야기되는 새롭고 낯선 동시에 근원적이며 멜랑콜리한 양의적 감각 이야기가 전개된다. 




<6감>은, 


이 전시에서, 여섯 번째 감각이자 육감(肉感, 육체 혹은 물체의 감각)을 의미 한다. <6감>파트에서는 자연과 도시에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자연은 우리의 커다란 신체이며, 도시는 삶과 양태를 규정하는 현존의 집이다. 자연의 한 일부를 재현했을 뿐인데, 우리의 피부나 살이라고 느껴진다. 무심한 듯 건조한 도시 풍경을 찍은 듯 하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도 관람객은 작가에게 투영된 도시의 감성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육감은 외부 물질들의 감각을 느끼게 하여, 우리에게 이오니아의 자연 철학자들이 ‘우리의 몸과 세상이 기본적인 4요소(물, 땅, 공기, 불)로 구성되었다’고 한 발상에 공감하게 된다. 즉, 자연이 내가 아니라,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된다.




<0감> 파트에서는 


기하학적 혹은 서정적 추상의 숭고함이 전개된다. 작가로부터 해방되어 자율적으로 움직인 것 같은 자유로운 붓의 움직임, 기하학적 도형의 수 없는 반복 가운데 발생하는 차이와 리듬, 첫 눈에 언뜻 보이는 단순함 뒤에 모든 분야의 소식이 담긴 다양한 잡지를 재료로 사용한 부조 같은 회화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구상적인 요소는 없으나, 우리는 바람의 움직임, 별의 파동, 혹은 단순한 추상적 형태 속에 무수히 숨어 있는 구상적 느낌을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한 환희와 경이가 우리 내면으로 거침없이 전달되는 것도 느낄 수 있다. 


0감은 감각뿐만 아니라 이성도 제로화 함으로써 지금껏 가졌던 선입견과 편견 등을 유보하고 괄호 속에 넣자(에포케)는 이야기다. 


한국어에서 0감(零感)은 ‘하늘이나 외부로부터 예술가의 내부로 전달되는 기운이자, 생기를 불어 넣는 영감(靈感)’과 동음이의어이다. 좀 더 정확히는, 0감이나 영감은 같은 의미이나 단지 논리적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신을 영(零)으로 비웠을 때, 외부의 영(靈)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울 때, 타자와의 진실된 교류가 가능해 진다는 의미다.


0감은, 작품의 결과보다는 작품을 창출하는 과정에 더 주목하며, 작업에 있어 의미의 폐쇄나 보류를 뜻하기에 롤랑 바르트의 « 0도의 글쓰기 »라는 개념과도 비슷하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 저자의 죽음 »이 가능해 진다. 


현대의 앞서가는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자제하는데, 이는 바로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존중하고, 특히 감성적 판단에 전적인 자유를 주기 위한 배려이다. 현대작품은 아틀리에가 아니라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감동과 함께 완성되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에 대한 이러한 존중과 배려는 0감 파트에서뿐만 아니라, 5감과 6감 파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5감은 다섯 가지 이상의 감각적인 방법으로 타자와 자아가 만나는 일상적 반복적 교감이며, 6감은 타자와의 부딪힘으로부터 타자를 인식하게 되는 충격적 낯선 감정이고, 0감은 자아의 비움으로 타자가 자아 안에 들어오는 놀라움, 공포와 환희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감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감각교류>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130주년 한불수교 및 파리국제 예술공동체 50주년 기념 소나무작가협회 전시


감각교류 sens croisés




오 프 닝 : 10월 14일 (18시~21시)


전시기간 : 10월 14일 ~ 10월 31일 (09:00 ~ 19:00)


장소 :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주소 : 18 Rue de l'Hôtel de ville, 75180 Paris




【한위클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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