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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고흐가 세상을 떠난 달이기도 해서 그가 죽기 전에 화폭에 담은 ‘까마귀 나는 밀밭’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1890년 7월 27일은 빈센트 반 고흐가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서 세상을 떠난 날이다. 밀밭 앞에는 고흐의 그림과 함께 안내판이 서있었지만, 그 자리에는 사탕무가 심어져 있었다. 더위에 까마귀들은 숲에서 졸고 있는 지 밀밭에는 발자국조차 없었다. 작물을 바꿔가며, 혹은 휴식기를 주지 않으면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휴식의 시간의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고흐의 격정적이며 광기어린 시간, 가난과 고독과 싸웠던 열정적인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가 스스로 깊은 휴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생이 아프게 눈자위를 눌러왔다. 겨우 70여일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살면서 70여점의 유화를 남긴 고흐는 이곳에서 5점의 밀밭 풍경을 그렸으니 그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고흐는 27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37살에 죽기 전까지의 단 10년동안 유화 860점, 수채화 147점, 스케치 1030점, 그래픽 10점, 편지 스케치 133점 등 2181점을 남겼다. 그림을 그리면서 동생 테오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900여 통에 가까운 편지를 보냈다. 이런 그의 열정과 더불어 광기와 불행이 점철된 삶으로 비극적인 천재화가로 불리기도 한다. 

 

고흐의 자취를 찾아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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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르는 아름다워. 정말로 그림 같은 전원이 펼쳐진 진정 아름다운 곳이야.”

-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1890년 5월 21일 -

 

고흐가 두 달 넘게 살다가 간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고흐의 표현처럼 전원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27km 정도 떨어진 작고 조용한 마을로 고흐뿐만 아니라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찾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흐를 사랑하는 이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이 팔렸던 고흐였지만 지금 그의 작품은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고흐의 물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만으로도 관심을 받는 세상이다. 지난 6월에 고흐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이 경매되어 2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낙찰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7mm구경의 녹이 많이 슨 낡은 리볼버 권총은 고흐의 사망 시점과  땅 속에 묻혀있던 시간이 정확히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자살한 총으로 인정되어 고가에 낙찰되었다. 

 

고흐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머물렀던 장소는 늘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그의 그림이 걸려있는 박물관도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에서 찾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한 곳이 바로 오베르 쉬르 우아즈이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역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아우슈비츠로 가던 기차가 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기차 두 칸에는 고서적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쌓여있다. 오랜 된 책의 냄새와 기차가 간직한 슬픈 세계사가 어울려진 곳으로 꼭 들려보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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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중고서점을 나와 시청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고흐의 동상이 있는 공원이 있다. 고흐의 그림에도 등장했던 곳으로 고흐를 기리는 동상이 고흐의 마른 모습에 그의 인생의 무게를 담은 듯 한 화구를 맨 모습이 인상적인 모습으로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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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잠시 머물었던 숙소인 라부 여관의 1층은 레스토랑이고 3층에는 고흐의 방이 공개되고 있다. 고흐는 작은 이방에서 70여점의 그림을 그렸으나 아쉽게도 이 방을 그린 그림은 없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성당(Église Notre-Dame-de-l’Assomption d’Auvers-sur-Oise)은 백년 전 고흐가 그린 그림 속 모습과 똑같다. 성당은 13세기 초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예배당으로 아담하고 아늑하다. 

 

성당을 지나 왼쪽 오솔길을 따라 가면 고흐가 그린 ‘까마귀 나는 밀밭’이 있고 밀밭을 마주하고 돌아선 길을 따라 걸어가면 고흐와 그의 동생인 테오가 잠들어 있는 묘지가 있다. 고흐의 재정적, 정신적 후원자였던 테오는 형이 세상을 떠나자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위트레흐트에서 1891년 1월 세상을 떠났다. 두사람은 심장은 두 개였지만 하나였던 사람이어서 1914년 테오의 시신은 형의 묘 옆으로 이장되어 나란히 하고 있다. 아이비로 덮여 있는 소박한 묘지는 어느 유명한 이들의 묘지보다  빛나며 숙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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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마을에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 성(Chateau d’Auvers sur Oise)이 있다. 17세기 중반 이탈리아 출신의 재력가가 지은 건물로 아담하니 예쁘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흐는 어느 누구보다 고독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그만의 붓 터치와 색을 이용하여 그가 그리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해낸 사람이다. 고흐가 절실하게 원했던 것들과 고흐의 열정과 고뇌가 펼쳐진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7월은 그래서 더 좋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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