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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리 8구 크리스티 경매사가 드가의 55점 데생을 경매에 부쳐 화제를 모았는데, 굳이 유명 경매사의 유명 화폭이 아니라도, 미술품경매는 프랑스 전역에서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데생, 판화, 은제품, 골동품가구에 이르기까지 5백여 점 이상의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는 대규모 경매행사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최저경매가격 20유로의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대거 포함되어 쏠쏠하게 재미를 안겨주는 벼룩시장과 같은 인상마저 안겨주기도 한다.

미술품 경매장의 문턱은 높지 않다. 언제, 어디서 경매가 열리는지 정보만 알고 있다면 단순한 방청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구경삼아 처음 경매장을 찾는 이들은 전문컬렉터들에게만 할애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가벼운 놀라움마저 느낄 수 있다. 고상한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아마추어 컬렉터들, 횡재를 꿈꾸는 이들, 저렴하면서도 품격 높은 골동품을 생활용품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실용파들을 두루 만족시키며 흥미진진한 스펙터클을 보장하는 장터문화이기도 하다. 때로는 경매초반부에 골동품상들이 미리 눈여겨둔 작은 소품들을 싹쓸이한 뒤 자리를 떠나는 진풍경도 접할 수 있다.

 

 

▶ 공짜로 구경하는 전시관

 

처음 경매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일단은 경매진행의 숨 가쁜 템포에 놀라움을 갖는다. 경매에 앞서 대상품목을 소개하지만 제대로 눈여겨볼 틈도 없이 입찰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까닭이다.

사실 경매장에 오기 전에 컬렉터나 골동품 상인들은 미리 사냥감에 대한 정확한 사전정보를 얻어낸다. 경매전날 혹은 당일오전에 카탈로그와 함께 경매품목들을 공개하는 상설전시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때 컬렉터들이나 골동품상들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경매품목의 상태, 색깔, 크기 등을 여러 각도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내기도 한다. 단순한 구경꾼들에게는 유명 박물관이나 그림전시관 못지않게 눈요깃감을 제공하는 화폭, 골동품, 은제품들의 풍요로운 잔치를 공짜로 감상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 경매전문인 4명이 참관

 

예술품 경매장에는 최소한 공권력을 지닌 각 분야의 경매전문인 4명이 참관한다. 이들의 수입원은 낙찰총액의 10%내지 20%에 해당되는 커미션이다. 매물의 몸값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 그 요령을 알고 있고, 구매자들이 주저할 경우 대담하게 팔아넘기는 능력도 갖춘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이 서명한 물품, 경매장소와 날짜, 가격 등이 명시된 경매거래서는 법적효력을 지닌 공문서로 인정받는다.

 

1. 경매주심(commissaire-priseur)

법정의 재판관처럼, 경매주심은 망치를 들고 단상에 앉아 경매진행을 총괄하는 행정적 책임과 공권력을 지닌다. 경매에 앞서 경매품목선정과 판매조건, 지불방식, 커미션 등을 결정한다.

경매장에서 주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매물에 대한 최저경매가격과 낙찰가격에 대한 결정권이다. 구매자가 없을 경우 최저경매가격을 낮추는 재량권도 지닌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제작연도가 20세기 중반으로 추정되는 작가미상의 한 수채화가 70유로로 경매가 시작됐다. 선뜻 구매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자, 경매주심은 지체 없이 60유로로 가격을 낮췄다. 이어서 과감하게 다시 50유로로 낮췄고, 그때서야 한 구매자가 나타났다. 그림이 마음에 들고 말고가 상관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화폭을 구입하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경매는 바로 낙찰되지 못했다. 60유로에 구입하겠다는 다른 구매자가 곧바로 나타났던 때문이다. 이어서 두 사람사이에 느닷없이 구매경쟁이 일어났고, 결국 화폭은 280유로에 낙찰됐다.

 

2. 경매 진행자(Le Crieur)

경매장의 디제이(DJ)나 다름없다. 그의 수완에 따라 경매진행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도 한다. 그는 보통 경매주심의 단상 앞에 서서 방청석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목청 높여 경매가격을 소리 지른다. 이때마다 누군가 손짓을 하거나 미리 배분된 번호판을 올려 보이는데, 구경꾼들은 경매구매자로 오인 받을까봐 자신의 손동작에 공연히 민감해지는 순간이다. 각 경매물마다 낙찰되는 속도는 다르며, 가격이 올라가는 입찰단위도 5유로 단위부터 1,000유로 단위로까지 다양하다.

 

3. 공인경리사(Le Clerc)

경매주심 곁에서 경매진행과 절차를 보조한다. 카탈로그 순서대로 경매가 진행되는지 매물을 확인하며 아이템의 낙찰가격, 구매자 등을 전산 기록한다.

 

4. 전문 감정인(L'expert)

감정인은 각 매물에 대한 요긴한 정보들, 즉 화폭의 훼손된 부분에 대한 복구 작업, 출처 등을 전달한다. 각 매물이 지니는 독특한 에피소드를 전달하며 경매장의 분위기를 띄우고 구매 욕구를 부추기도 한다. 감정인은 경매에 앞서 경매주심과 함께 품목을 선정하고 경매순서를 정하는 카탈로그제작에 참여한다. 경매장에 따라 감정인이나 공인경리사의 숫자는 더 늘어나기도 한다. 

 

 

상식적인 경매 용어들

 

☞ 아드쥐제(Adjugé) : 경매물이 낙찰되었다는 뜻으로, 경매장에서 망치소리와 함께 가장 많이 듣는 용어이다. 때로는‘Vendu!’를 덧붙인다. 서스펜스가 가미된 구매경합이 종료되는 순간이다.

☞ Condition de vente : 경매사가 발부하는 카탈로그에는 커미션, 세금, 창고보관비, 운반비 등 경매거래조건 등이 명시된다. 구매자의 지불방식도 중요한 사항이다. 보통은 간편하고 신속한 절차를 위해 진행도우미들이 낙찰품목을 즉각 구매자에게 전달하고 사인한 백지수표를 받아간다. 혹은 크레디카드 번호나 백지수표를 미리 저당하기도 한다.

참고로 구매자 자신이 지불수표에 금액을 기입하지 않는 이유는 추가되는 세금 때문이다. 모든 경매물에는 낙찰가격 이외에 9% 내지 30% 정도 세금(TTC)이 첨가된다. 가령 골동품 시계가 1천 유로에 낙찰(Adjugé) 되었다면, 구매자가 지불하는 실지금액은 1,090유로에서 1,300유로 사이에 이른다.

특수운반이 요구되는 대형 골동품이나 화폭일 경우 경매가 끝난 후 경매사의 창고에 계속 보관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부피와 기간에 따라 보관료가 첨가되며 이에 따르는 자세한 조항들이 명시된다.

☞ Estimation : 감정평가액. 각 경매물의 상태와 가치, 출처에 따라 경매전문가들이 정하는 몸값이다. 유사한 품목과 비교하거나 같은 품목의 시중시세를 참고하여 감정가격을 매긴다.

☞ Mise à prix : 최저경매가격. 보통 감정평가액(Estimation)의 50%에 해당한다. 달리 말하면, 경매장에서 구매경쟁이 없을 경우 시중예상가격보다 50% 할인된 가격으로 매물을 구입하는 찬스를 얻는다.

☞ Prix de réserve : 매물 소유주가 직접 책정한 최저경매가격. 이보다 더 낮게 경매주심은 최저경매가격을 매길 수 없다.

☞ Ravalé : 구매자가 없는 매물. 입찰자가 없을 경우 경매주심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망치를 한번 내리친다. 매물은 바로 경매사의 재고창고로 옮겨진다.

프랑스 전역에서 매주 10건 이상의 경매가 주도되는데, 유명 경매회사는 드루오(Drouot), 크리스티(Christie's), 소더비스(Sotheby's), 아르퀴리알(Artcurial), 피아사(Piasa), 타잔(Tajan) 등이 있다. 경매 사이트는 Auction.fr, Interencheres.fr 혹은 Drouot.fr.

경매전문주간지로는 경매 날짜와 장소, 아이템과 감정평가액, 최저경매가격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라가제트 드루오(La Gazette Drouot)가 있다. 미술전문지를 능가할 정도로 화려한 화보들이 많이 담긴 제법 두툼한 경매전문잡지이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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