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오리엔테이션 사흘째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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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암초(暗礁)를 만나 쫓겨날 뻔 했다.

 

원래는 오전에 메디컬 카드를 가지고 DMV에 가서 미주리 면허증과 퍼밋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닥터 오피스로 가보라는 것이다. 갔더니 나보고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리인가. 2016년에 난 택시 사고로 Workers Compensation에 보상 청구가 진행 중인데, 다니던 병원에서 팩스로 보낸 닥터 리포트에 내가 disabled로 의사 소견이 기록돼 있어 고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으로 가서 이 부분을 해결하고 케이스를 클로즈한 다음에 오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날짜를 보니 1월 9일자 검진 기록이다. 2월 27일자 검진에서는 의사가 괜찮다고 했다. 사정을 얘기하고 새로 리포트를 보내겠다고 했다.

 

염카이로 통증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Dr. Hannanian이 아직 새로운 리포트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외부에서 오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긴급 상황이니 최대한 빨리 처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병원장에게도 메신저로 상황을 설명하고 신경을 좀 써달라고 부탁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리포트를 받았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 다행이다. 죽다 살아났다. 회사 쪽 팩스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닥터 오피스에 갔더니 이미 퇴근했다. 메디컬 카드를 받을 수 있을 지 내일 아침까지 또 기다려봐야 한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아직 퍼밋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실습생들은 공부하랴 시험치랴 CBT하랴 분주하다. 나는 밤 9시에 시작하는 시뮬레이터 클래스 외에는 따로 할 일이 없다. 차라도 있으면 예전에 지냈던 Seymore라도 가볼텐데. 털보 강사가 준 프리 트립 대본이나 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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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1시에 잠들었는데 새벽 5시가 되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침 식사 후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운행전 점검 수업 (Pre-trip inspection class)에 참가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 꼭 해야한다. 그래서 실기시험의 일부로 들어있다. 서부영화에 악당역으로 나올 법한 외모의 털보 강사가 나왔다. 그는 지금까지 YouTube에서 본 강의들은 다 잊으라고 했다. 미주리주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기 시험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Pre-trip inspection이라고들 한다. 외울 것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집에 있을 때부터 유투브에서 강의를 찾아서 공부했었다.

 

털보강사는 10페이지 짜리 인쇄물을 주며 거기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더도덜도 말고 대본처럼 그대로 외우라고 했다. 다른 쓸데 없는 소리는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올해 1월자로 개정된 최신법령에 맞춘 것이란다. 그럼 나는 이제 트럭커 역할을 맡은 배우가 되는 것인가. 약 2주간의 시간이 있으니 외우자. 그리고 트럭에 대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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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키호테의 모험은 여기서 끝인가?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할 일도 없고 호텔에만 종일 있을 이유도 없어 셔틀 버스를 타고 프라임 본사로 찾아 갔다. 의무실에 가서 새로운 서류가 왔으니 처리해 달라고 할 작정이었다. 굳이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새로 받은 소견서도 마음에 좀 걸렸다. 현업으로 복귀해도 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다른 항목에는 몇몇 부위에 여전히 통증이 있고 정기적인 치료 및 진료를 필요로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프라임 본사는 건물은 크지 않지만 부지가 엄청 넓었다. 트렉터와 트레일러가 잔뜩 있었다. 회사 카드가 없으면 본사에 들어갈 수도 없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들어갈 때 따라 들어갔다. 의무실에 도착하니 내 서류는 이미 팩스로 와 있었다. 의사와 간호원이 검토를 한 후에 내가 염려했던 그 부분 때문에 메디컬 카드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메디컬 카드 없이는 DMV에서 퍼밋을 받을 수 없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취직을 할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정말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애원했다. 다른 방법은 없단다. 대게의 미국 사람들은 융통성이라고는 없다. 원리원칙을 고수한다. 그걸 알기에 더 애걸하지 않았다. 불편해도 그게 옳은 것이니까.

 

몹시 실망하는 나에게 간호원은 위로의 말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오라고 했다. 우리는 당신을 뽑고 싶다며. 나는 모집 담당자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그 역시 괜찮다며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내일 아침 7시 35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구해주겠다며. 자신이 표를 예매해서 연락을 하면 오리엔테이션 사무실로 가서 서류에 사인하고 확인 코드를 받으라 했다. 그런데 사무실 문 닫을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리쿠르터는 유타 주에 있어 이곳 미주리 주 보다 1시간 느리다. 나는 그에게 문 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5시가 되니 사무실 사람들은 퇴근했다. 리쿠르터는 회사 그레이하운드 어카운트에 뭔가 문제가 생겨 표가 예매가 되지 않는데 당장 처리를 할 수 없으니 내일 다시 시도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이런 문제로 돌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아내는 일이 술술 풀린다고 좋은 것도, 브레이크가 걸린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는 새옹지마식의 말을 했다. 다만 집세가 걱정이라고.

 

힘들게 왔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2년전 난 교통사고가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 줄이야.

35시간을 왔는데 다시 35시간을 갔다가 35시간을 와야 한다. 도합 70시간. 그레이하운드 의자가 얼마나 엉덩이가 아픈지 모른다. 고문이 따로 없다. 생각 같아서는 내 돈을 들여서라도 비행기를 타고 오가고 싶었다.

 

그래 이번에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갈 때 가더라도 수업은 빠지지 말자.

 

시뮬레이터 수업에 들어갔지만 우리 조 담당 강사가 나를 부른다. 사무실에서 얘기 못 들었냐고. 내일 집으로 간다고 했다. 수업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방으로 돌아왔다. 이 부분은 속상하다. 내일 아침 수업도 참석할 필요가 없겠지. 루저가 된 기분이다.

 

아마 이런 일이 없이 지나갔다면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수련생들을 보고 뭔가 약물 경력을 숨겼거나, 건강 장애가 있거나, 교육을 이수할 실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겠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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