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한인 이민 사회의 축소판 

이민자로서 한인 정체성 약해져

 

 

최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KPCC가 이민 교회 내에서 한인 2세들이 겪는 정체성의 고민을 보도했다. 특히 이러한 고민은 젊은층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일컫는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 이슈와 맞물리며 점점 심화되고 있다. 민족성이 짙은 '한인 교회'의 존재성, 1세와 2세간의 괴리, 언어 및 문화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이 문제는 이제 한인 이민 교계가 직면한 고민이다. 당장 교회의 생존만 고민하다가 자칫하면 미래의 '한인 교회'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기 하와이로 건너온 한인 이민자들의 족적을 살펴보면 한인 이민사는 100년째가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의 이민은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붐을 이뤘다. 한인 이민 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한국내 교회들과 달리 이민 교회는 종교적 목적 외에 친목 또는 사회적 공동체의 역할까지 담당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를 살펴보면 지금은 한인 사회가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선명하게 갈리는 시점이다. 

 

이민 1세대와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대는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적, 역사적으로 완전히 나뉘고 있는 상태다.

 

한인 2세 앤젤라 이(27)씨는 기본적인 한국어 외에는 영어만 주로 사용한다. 이씨는 현재 다민족 교회에 출석 중이다.

 

이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한인 교회에 나갔는데 나중에 교회를 옮기면서 부모님과 논쟁이 있었다"며 "내가 부모님에게 던진 질문은 내가 한인이라고 해서 왜 꼭 'Korean Church'만 다녀야 하는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공부했으며, 가장 편한 언어가 영어다. 사람을 국적별로 나눠서 바라보기보다 다양한 인종과 어울리는 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 이씨에게 '한국인(korean)'은 단지 뿌리의 문제이지, 삶의 영역까지 구분 지어야 할 개념은 아니라는 셈이다.

 

한인 2세 데니 추(34)씨는 미국 교회에 다니고 있다.

 

추씨는 "내 뿌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한인 교회에 출석하는 건 1세대 문화는 물론이고 언어조차도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그럼에도 단지 '코리안-아메리칸'이기 때문에 한인 교회에 나가야 하며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끼리만 모여야 한다는 건 더 이상 나 같은 2세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현재 2세들을 위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그는 '코리안-아메리칸'에 대한 고민은 정체성 자체에 대한 것이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한인끼리 모여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노 목사는 "2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이 한인과 미국인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건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인'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모여야 한다는 건 그들에겐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소위 '백인 교회' '흑인 교회'들도 마찬가지로 고민을 하는 부분인데, 요즘은 미국에서도 인종에 구애받지 않는 다민족, 다인종 교회들이 생겨나는 추세라서 민족이나 인종에 따른 교회는 사실상 오늘날 젊은 기독교인들에겐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한인교계내에서는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 사실상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점차 한인 2세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20~30년 후 한인교회의 존립 자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민신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인 2세 2명 중 1명(54.2%)은 "고등학교 이후 이민교회를 떠난다"고 응답했다. 대학 진한 후 교회를 떠나는 2세들도 26.1%에 달했다. 이를 합하면 무려 10명 중 8명꼴로 고등학교 이후 교회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윤성 목사(LA)는 "한인교회들이 여러모로 다음 세대를 붙잡기 위한 노력도 하고 '한지붕 두 가족' 형태로 2세 교회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지만 미래에는 한인 교회의 역할이 왜 필요하고 한인 공동체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는 뚜렷한 답이 없는 상태"라며 "국제화 시대 속에 디아스포라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한인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며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실제 '한인'이라는 경계선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재외한인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주 한인 2세의 절반 이상이 이미 타인종과 결혼하고 있다. 8세 이하 한인의 혼혈 비율은 43%에 이른다. 이는 곧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이 인종적으로도 약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사회적으로 보면 과거와 달리 서로 다른 국적과 인종이 결혼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다민족 부모가 많아지는 추세인데 한인 2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게다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모 밑에서 영어만을 쓰는 2세들도 많아지다 보니 한인 가정 내에서도 언어적, 문화적, 가치관적으로 괴리가 생기는데 미래에 '한인 교회'라는 공동체가 그러한 2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과 국적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건 통계(퓨리서치센터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1980년대에 비해 부모가 서로 다른 인종이거나 민족인 경우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1세대 이민자를 수용하기 위해 한인교회들이 건축 등을 통해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LA지역 A목사는 "요즘 교회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다며 수천 명씩 수용 가능한 건물을 짓는데 정작 교회의 연령구조는 역삼각형 형태로 젊은층이 소수가 되고 있다"며 "훗날 1세대가 세상을 떠나고 교인이 축소됐을 때 과연 그 건물이 지금처럼 필요할지 의문이며 종교 시설 목적으로만 지어진 건물이라 효율성이 떨어졌을 때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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