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42818_570343860120367_1714760538967244800_n.jpg

<사진 콜텍공대위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 (악기박람회 & 음악축제)에서 해고 기타 노동자, 콜텍 조합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무작정 짐싸서 온지 이틀째. 올해로 13년차, 한국 최장기 노동투쟁을 해외에서 알린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일단 이 긴 싸움을 문화가 이질적인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유인물을 한글로 요약/번역하고, 바이어를 통한 압박을 위해 영국회사에 서한을 쓰고, 연명할 단체를 찾고, 외신보도를 위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알리고, 뮤지션들에게 인증샷 요청을 하고, 등등. 물론 쉬울 것이라고 예상한 적은 전혀 없었으나, 뜻밖에, 나의 가장 큰 적은 내 육체. 몇주간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체력이 바닥이 난 듯. 애초에 기획했던 선전전 (집회)을 위해 무수한 사람과 단체를 연락하다가 (에너지 소모에 비해 성과가 미미할 듯 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다행히 프레스배지 발급에 성공해 매일 프레스센터로 출근중. 돈 많은(?) 행사 주최측은 언론홍보를 위해 해피아워행사를 통해 언론인들에게 무제한의 음료와 술을 제공하며 서로 정보교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같은 장소에서 컴퓨터 사용도 가능하고, 물품보관함 및 인터뷰룸도 마련되어 있다. 내가 가 본 프레스센터 중 제일 호화찬란해서 잘 적응이 안 된다.

 

 

55916166_570343896787030_1712436390429458432_n.jpg

photo by 클레어 함

 

 

오늘도 누가 한국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이 있을까 쭉 둘러보다가 혼자 바에서 맥주마시는 중년의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브라질 언론인이라고 했다. 워낙 진솔하고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브라질 문화에 편해서인지, 나도 애써 둘러대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음악 악기 말고도, 노동인권쪽도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좌파 언론인이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주제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물론, 그가 무슨 脈絡(맥락)에서 그런 단어를 선택하는지 잘 안다. 근처에 있었던 음악학을 전공하는 터어티계 독일인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터어키에서도 사회주의자로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이미 오래전, 자신들의 싸움을 알리려 미국, 일본, 독일 해외원정을 다녀왔었다. 한 두달도 아니고, 13년이라는 세월을, 국내/해외에서, 길거리에서 빈 공장에서 분신을 하며 고공농성을 하며 단식투쟁을 하며 경찰에게 맞아가며 대법원에서 속아가며 싸운 이들은 무슨 거대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나 혁명을 외친 적이 없다. 단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싶고, 소중한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끼 먹으며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픈 서민들일 뿐이다. 일상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문제가 생기면 행복하게 사는 건 아주 힘든 것이다. 너무 단순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외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좌빨이 되고 사회주의자가 되고 이런 프레임안에서 이해되는 것이 짜증난다.

 

물론, 굳이 성격을 규정하자면 나도 좌파 언론인이고, 오늘 스스로 좌파 언론인이라고 했던 그 브라질 기자도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노동인권은 오히려 좌우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상식 유무의 문제라고 느껴진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 이분들은 직장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고, 누구는 성폭력을 당한 것이고, 누구는 참사의 피해자가 된 것일 뿐. 크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콜텍.jpg

<사진 콜텍 공대위 제공>

 

 

오늘로 단식농성 24일째를 맞는 콜텍 임재춘 조합원이 어제 기자회견중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간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아버지의 단식 소식을 딸이 알게 되어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이미 잃어버린 13년의 세월을 아무도 보상해 줄 수는 없겠으나, 이젠 그가 길거리의 삶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매일 거리에서 집회하는 그의 사진이 아니라, 사랑하는 딸과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평범한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싶다.

 

 

*콜텍투쟁의 해결을 위해 전 세계의 시민 &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해외 바이어에게 협조서한 보낼 예정이니 연명 & 공유 부탁드려요. 4월 10일 마감 (단체명은 가능하면 영어로) ^^

 

http://bit.ly/CortGuitarWorkers

 

 

글 사진 =클레어 함 | 인권활동가

 

progressive Korea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reporter

 

  • |
  1. 56242818_570343860120367_1714760538967244800_n.jpg (File Size:83.5KB/Download:26)
  2. 55916166_570343896787030_1712436390429458432_n.jpg (File Size:116.4KB/Download:25)
  3. 콜텍.jpg (File Size:46.2KB/Download:2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찬란한 홍콩의 4월 - 아름다워서 잔인한 달 그리고 Easter

    4월의 첫 번째 주를 보내고 두 번째 주를 맞이했다. 4월은 잔인한 달로 표현된다. '4월은 잔인한 달' 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 TS 엘리엇( 1888~1965 )의 시 '황무지'에서 나온 문구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이 움트는 봄날에 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찬란한 홍콩의 4월 - 아름다워서 잔인한 달 그리고 Easter
  • 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마카오 (Macau) file

    친정 어머니와 마카오를 다녀오다.   우리집은 할머니까지 모시고 살던 대가족이었다. 아주 기가 센 할머니의 시집살이가 버거워 엄마는 일탈하고자 가게를 시작하셨다. 집에서 할머니와 매시간 신경전을 하면서 속으로 타들어 가는 엄마의 끼는 가게에서 폭발하셔서 돈...

    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마카오 (Macau)
  • 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 –항공 기내식 file

        어렸을 적, 시골에 있는 외가댁을 갈 때마다 시외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것도 하루에 한편 운행되는 버스로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달렸다. 이러한 불편한 여행 중에도, 삶은 계란과 과일 등을 차안에서 먹는 것은 느리고 불편한 버스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

    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 –항공 기내식
  • 대북 초경경파 조차도 "단계적 비핵화가 현실적"

      [시류청론] 미국의 리비아식 고집은 북미협상 안 하겠다는 것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4월 6일치 일본 언론보도를 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로부터 리비아식 핵 포기 안을 듣고 격노, 얼굴을 붉히면서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대북 초경경파 조차도 "단계적 비핵화가 현실적"
  • 루비콘 강을 건너다 file

    야누스와의 밀당 안정훈의 나홀로 지구한바퀴 (10)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미래를 가불(假拂)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내게 행운의 땅이었다.   어려울 때 마다 고마운 사람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까메오처럼 깜짝 등장해서...

    루비콘 강을 건너다
  • 리즈 오퍼레이터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은 몇 시간 일 못 했다. 거의 종일 기다리는 날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했다. 배달지에 도착하니 7시 좀 넘었다. 그런데 confirmation number가 있어야 체크인을 할 수 있다. 글렌에게 연락했다. 세일즈 부서에서 고객사와 통...

  • 맨하탄 새명물 ‘Vessel’ file

      Newsroh=이오비 칼럼니스트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프로젝트의 心臟(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베슬(Vessel)이 최근 공개되었다. 평론가들은 '쓰레기통'이라 폄하하기도 했고 관광객들은 파리의 에펠탑처럼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라며 환호성을 보냈으며, ...

    맨하탄 새명물 ‘Vessel’
  • 멍청한 실수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마지막 체중을 재서 보냈다. 원래는 어제가 몸무게 다는 날이지만 집에 다녀오느라 오늘 했다. 13주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참가비는 이미 환급(還給)받았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다가 글렌을 만났다. 밥 다 먹고 자기 자리로 오...

    멍청한 실수
  • 이름 없는 귀빈 천사들

    장기 기증 등 타인을 위한 고귄한 행위에 고개 숙이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2년 전에 저는 감명 깊은 자선 모임에 참가를 했습니다. 뜻있는 분들이 내놓은 생활 용품과 쓸만한 장비 및 장치를 기부하여 자선 바자회를 개...

    이름 없는 귀빈 천사들
  • 시간의 주인이 되자

    [교육칼럼] 시간관리는 모든 일의 성공에 관련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지난 주에는 대학 생활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말씀드리는 중에 시간 관리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시간 관리에 대하여 조금 더 부연할까 ...

    시간의 주인이 되자
  • 영화속 두 노인들의 마지막 생을 생각하면서

    [이민생활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오늘 아침 일찌기 나는 큰 자식과 함께 대서양 어느 해변에서 낚시를 했다. 그곳에는 우리 부자 밖에 없었다. 우리가 각각 잡은 레드 피시는 크기 제한이 있고, 갯수도 한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레드 피시는 마...

  • 기독교 신앙에는 '근사한' 함정이 많다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기독교 신앙에는 함정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반대로 함정에 빠져 그것을 은혜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돌이켜 보면 신앙은 참 처절한...

  • 5월의 크리스마스 file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 한바퀴’ (9) 러시아는 페퍼민트색이었다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함박눈이 쏟아지는 모스크바의 민스크 벨라루스카야 기차역 Drawing by 안수련       하얀 눈이 쏟아지고 선명한 페퍼민트 톤의 석조 건물역 앞에 가로등이 켜진 풍경은...

    5월의 크리스마스
  • 나는 좌파 언론인? file

    <사진 콜텍공대위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 (악기박람회 & 음악축제)에서 해고 기타 노동자, 콜텍 조합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무작정 짐싸서 온지 이틀째. 올해로 13년차, 한국 최장기 노동투쟁을 해외에서 알린다는 게 이...

    나는 좌파 언론인?
  • 독재폭압자 이승만의 ‘3인조 투표’ file

    시저 암살날 3.15 부정선거 저질러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필자가 1954년 부산에서 초등학교 (부산 사범 부속)를 마치고 서울에 와서 K 중학교에 합격하고 당시 덕수국민학교 가(假) 교사(校舍)에서 공부하였는데, 화동의 본교는 아직도 미군이 통신기지로 ...

    독재폭압자 이승만의 ‘3인조 투표’
  • 꽃이 올라온다 file

    Newsroh=황룡 칼럼니스트         통도사를 떠난 홍매 괴나리봇짐 메고 과거보러 올라오듯 걸음걸음 다져 디디며 낙동강 줄기 따라 오른다         허기 달래준 막걸리 한 잔에 붉은 얼굴 더욱 화사하게 붉히고, 다시 백두대간 맥 짚고 새재 넘어 서울에 당도한다       ...

    꽃이 올라온다
  • 봄비 내리면 file

          밤비로 대지가 흠뻑, 초목이 샤워를 한 듯 생기를 더 합니다. 무엇보다 먼지가 씻겨 좋은 날입니다.         봄비가 내리면 비가 비질을 하니 뿌연 미세먼지가 가시고 비가 조리질을 하니 꽃망울에 물구슬이 달린다 대롱대롱 매달렸다 '똑' 생기를 더하는 꽃잎처...

    봄비 내리면
  • 행복으로 가는 1단계

    세계 최초로 대학교에 코칭 심리학과를 개설한 앤소니 그란트(Anthony Grant) 교수는 호주 ABC TV와 함께 초대형 심리프로젝트인 ‘행복한 호주 만들기’(Making Australia Happy)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목적은 참가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었습니...

    행복으로 가는 1단계
  • About Greater Bay Area(GBA) 개발정책 file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홍콩과 중국 미디어들이 공통적으로 앞 다투어 다루어지며 압도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어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이 있다. 그것은 GBA 개발정책에 관한 내용들이다.   Grater Bay Area 개...

    About  Greater Bay Area(GBA) 개발정책
  • 홍콩 핫뉴스 브리핑 file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사진=picswalls.com)   홍콩과 심천은 경쟁자인가? 협력자인가?   작년 2018년 심천이 홍콩경제를 추월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와 맞물려 심천과 홍콩의 경제발전을 비교하는 칼럼이나 기사들이 나온다. 중국의 Greater B...

    홍콩 핫뉴스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