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읍내로 전학하기 전까진 할머니댁에서 성장하는 과정에 봄이면 친척 아주머니와 또래 아이들과 보리밭 경사로에 따스한 봄 햇볕을 받고 그 향기를 품고 있는 쑥과 냉이 등 나물을 캔다. 등과 머리위에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저만치 보이는 봄의 아지랑이를 보며 겨울의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봄이라는 따스함에 녹아내리는 평온한 봄에 광주리에 가볍게 나물들이 살포시 얹혀져 어느덧 한 소쿠리의 나물을 들고 오면 이집, 저집에서 그 나물로 쑥떡, 쑥버무리, 쑥국 등으로 봄의 味覺(미각)을 만들어 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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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시골에서 성장한 나에게 그런 환경과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감사와 위안을 갖는다. 그것은 화가로 살아가며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와 발란스에서 느끼는 경외와 감탄 등이었다....그렇게 지내던 시절이 어느덧 바삐 돌아가는 읍내생활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마주침으로, 눈만 뜨면 바로 옆의 그 자연이 건물과 차와 사람이 대신해 서서히 기억과, 추억등이 희미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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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50을 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을때...그 어린시절의 촉각과 정서의 예민함 등이 다시 불 켜지기 시작, 계절마다 땅에서 솟아나는 각가지 이름모를 야생화와 풀과 나무들의 드러남을 보고 얼마나 신비해가며 즐겁고, 행복해하며 카메라에 그들을 담았던가..이사온 후 얼마되지 않아 시내에 갔다 87 North를 타고 올라오며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최종적으로 우리의 삶의 보금자리를 Sarang Mountain이라 하기로 했다.

 

 

집주위를 둘러싼 나무를 베어내고 각종 유실수와 꽃나무를 심었고(7,8,9), 그들 주위에는 어느덧 새로운 생명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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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아내와 나는 쑥을 주위에 찾아봤지만 손가락에 셀 정도만 보이는게 아닌가...봄이면 뭐니뭐니해도 쑥국을 끊여먹는게 봄을 맞이하는 첫 미각인데...그것을 할 수 없다?.. 낙담하고 있는데 언뜻 바로 조금만 내려가면 우리 동네 원각사의 그 넓은 땅엔 있을거란 생각에 냉큼 절에가 주지 스님께 인사드리고 여쭈었다.

 

 

"스님 이곳에 쑥 좀 나나요? " " 아이 그럼요..사방에 쑥 천집니다. 많이 뜯어가세요~" " 그래요?..그럼 좀 뜯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이곳에서의 첫 쑥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ㅎㅎㅎ 근데 여기 오기전 Flushing, Douglaston, Little Neck, Glen Cove 에서도 매년은 아니지만, 봄마다 쑥국은 먹었다. 어느해인가 Satellite에 사시는 사촌 고모님이 Little Neck에 방문하셨을때 쌀뜨물에 된장으로 끊은 쑥국을 식탁에 올리니 맛있으시다며 3끼 모두 그것으로 드셨다.

 

 

봄마다 그렇게 쑥과의 만남이 있었으니 당연히 자연으로 돌아온 나로썬 변변찮은 사랑마운틴 쑥의 발견에 실망한 나를 위로 해주기 위한건지...매년 쑥의 반란이 심상치가 않은 정도로 이곳저곳 군락을 이루며 지내들의 땅을 넓혀 이잰 어느곳에든 가을에 쑥대밭을 이뤄 아주 뻣뻣한 쑥대를 낫으로 쳐줘야 할 정도다.

 

 

얼마전 안사돈과 며눌아기가 첫 봄 부추와 쑥을 뜯었다. 그리고 난 가끔 주위를 걷다가... 요것들 또 자라 낫으로 벨 생각을 하니 지금 연하게 자란 모습을 보고..(11)" 뜯어다 쑥버무리 좀 해볼까?" 엊그제 집사람과 매주 시청하는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도 냉이며 봄 나물을 무쳐 먹는걸 보고 서로 "아휴 맛있겠다"며 부러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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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계단을 올라가 작은 소쿠리와 가위를 갖고 나와 보름 넘게 감기로 쳐진 몸을 오후의 따스한 봄 햇볕과 싱그러운 산의 공기를 더욱 폐 깊이 들이쉬며 어느덧 뜯은 한소쿠리의 쑥을 부엌에 가져다 놓고 아내를 픽업, 오는길에 오늘 쑥 뜯었느라고 자랑하며 은근 칭찬을 기대한다.ㅎㅎ

 

 

뜯은 쑥은 병에 쑥 효소를 담고 남은 쑥으로 오랜 만에, 정말 오랜만에 쑥버무리를 해먹기로 하고 집사람의 찜통, 냉장고 안에서 주섬주섬 거져온 대추와 쌀가루 준비에 힘입어 대추5개를 물에 불려 채를 썰고, 감자 2개를 잘 익게 1cm 두께로 잘라 놓고. 쌀가루와 대추, 감자를 쑥과 함께 버무려 찜통에 넣고, 20분 중불에 찐후 5분 뜸들이고... 타타~~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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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살면서 요렇게 가깝게, 살갑게 맛보고 살아야지...그래야 자연인이지..ㅎㅎㅎ 향긋한 쑥 냄새와 맛, 곶감과 같이 씹히고 달짝지근한 대추맛, 찐밤같이 두 이 사이에서 부서지는 감자의 식감이 곁들여져.... 음~~ 정말 맛있구나.^^ 쑥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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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조성모의 Along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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