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쓸홍잡에서는 홍콩 지하철역명의 유래 두 번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지난주 내용 중에는 아무래도 사틴역의 유래가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것 같은데, 오늘도 우리를 놀라게 할만한 내용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太子站 (타이지, taai3 zhi2 zhaam6, 이하 태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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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역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대로, 에드워드 왕자(Prince Edward)의 이름을 따서 지은 역명이다. Prince Edward는 1910년부터 대영제국의 왕자였고, 1936년에 왕(King Edward VIII, 에드워드 8세)으로 즉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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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드워드 8세는 왕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즉위 1년이 채 되지 않은 326일 만에 왕위를 포기한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의 왕위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다니... 에드워드 8세야 말로 희대의 사랑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대영제국 역사상 제일 짧은 왕으로 기록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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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자리에 있던 1922년, 에드워드 왕자는 배를 타고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을 방문한다. 홍콩에서는 황태자의 방문에 역사상 가장 성대한 환영식을 진행했다. 영국인 장관, 상인, 홍콩 정부직원, 남녀노소를 불문한 홍콩의 많은 시민과 마카오 사람들까지도 에드워드 왕자의 방문을 환영했다고 한다.

 

당시 에드워드 왕자는 현재의 구룡성(九龍城, Kowloon city) 근처에 있는 구룡성채(Kowloon Walled City, 九龍城寨)를 방문했는데, 이후 홍콩정부는 이 일을 기념하기 위해 에드워드 왕자가 지나간 도로를 발음의 유사성에 의한 음차를 사용해 의화경(宜華徑, Edward Avenue)이라고 지었고, 1925년에는 다시 영황자도(英皇子道)로 개명한 후, 1958년에 태자도(太子道, Prince Edward Road)로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태자역이라는 지하철역의 이름은 이 길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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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년의 태자도 모습

 

2. 鑽石山站 (zhu:n3 sek6 saan1 zhaam6)

한자 鑽石은 광동어로 다이아몬드를 뜻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역은 다이아몬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원래 이 지역은 돌을 캐는 채석장이 있던 곳이라고 하는데, 돌을 캐고 가공한다는 의미의 한자가 공교롭게도 鑽(끌 찬)이었기 때문에 鑽石이 이 지역 지명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후에 이를 모르는 사람이 이 지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명사인 鑽石(다이아몬드)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이 이름이 그대로 지하철역명으로 사용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전에 이런 생각을 해 봐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이 역 근처의 산에 가서 다이아몬드를 캐 봐야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일찌감치 희망을 버리시기를 권한다.

 

3. 將軍澳站 (Zho:ng1 gwan1 o3 zhaam6)

정관오 역명의 유래는 보통 다음의 3가지 설이 전한다고 한다.

1) 명나라 시절, 전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이 한 전쟁 중 패하여 이 지역으로 도망하게 됐는데, 부상을 입고 결국 이 지역에서 병사했다고 한다. 이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이 지역을 將軍澳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2) 영국이 홍콩을 통치하던 시절에 이 지역에 쓰레기 매립시설을 짓고 이 곳의 이름을 고민하던 중, 쓰레기를 의미하는 Junk와 장군을 뜻하는 광동어 단어 將軍(zho:ng1 gwan1)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해 이곳을 將軍澳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이 지역이 환골탈태하여 고급 아파트들이 많이 건설되면서 구룡반도 지역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 중 한 곳이 되었다.

3) 남송시대 말기에 원나라의 침공으로 인해 송나라의 왕족의 집안이 이 지역으로 도망하게 되었다. 왕족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송나라에서는 이 지역 해변에 장군을 보내어 경계를 하였고, 이 이후로 ‘장군이 지키는 바다’라는 의미로 정관오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4. 欣澳站 (yan1 o3 zhaam6, Sunny Bay)

사실, Sunny Bay역이 위치한 곳의 지명은 陰澳(yam1 o3)이다. 음산하고 깊은 해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근처에 Disney Land가 들어서면서 함께 개발되어 현재는 이곳에 Inspiration Park가 조성되어 있다. 이 지명이 Disney Land, Inspiration Park 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밝은 느낌의 지명 欣澳(yan1 o3)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기쁘고 신나는 해안이라는 뜻을 가진 지역이 되었다.

 

5. 旺角站 (wong3 gok6 zhaam6, Mong Kok)

이곳은 필자가 홍콩에서 가장 싫어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예전에 유모차를 끌고 이 곳에 갔다가 이 사람 저 사람에 치이며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단신으로 가는 것까지도 꺼려지게 만든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의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 이곳이라고 하니, 이제 필자는 젊은 사람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한 셈이다. 슬프다.

 

각설하고, 사실 旺角의 한자 발음을 광동어로 읽으면 [웡꿕]이 된다. 하지만 이 역의 영문명은 Wong Kok Station이 아닌 Mong Kok Station이다. 그렇다면 이 역의 이름에는 어떤 유래가 담겨있을까?

 

이 지역의 원래 지명은 芒角(mong1 gok6, 芒자는 과일인 망고를 뜻하는 한자이다), 혹은 望角(mong6 gok6)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이 점차 번화가가 되면서, 사람이 많고 번성한 지역이라는 뜻을 담아, 후에 지명을 旺角(wong3 gok6)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하철역의 이름을 만들 때에는, 영문명은 옛 명칭을 그대로 따르고 한자만 새 지명을 사용함으로써 이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고자 했다고 한다.

 

오늘의 알쓸홍잡은 여기까지이다. 지하철역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니 생각보다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3주째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이 이야기는 잠시 쉬고, 다음 주에는 다른 이야기를 들고 찾아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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