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부활절 의미있게 보낸 S 장로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세상에는 남의 도움이 필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다. 만일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어떤 마음으로 도와야 할까.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 아닐까? 사람에게 영양을 공급하면 건강을 되찾아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는 것처럼, 사람에게 보내는 정신적인 사랑도 감동을 일으켜 자활력을 갖게 해 줄 것이다.

나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S 장로님과 부활절을 맞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부활절에 우리 부부는 교회에 출석해 예년처럼 부활절 행사가 따르는 예배에 참석하고 친교 후에는 부활 란 두 바구니를 가지고 축호 전도를 했다.

S 장로님도 부활절 예배 등 얘기를 하다가 부활절을 매년 틀에 박힌 듯한 형식속에 지내기 보다는 부활을 믿는 우리 자신들을 보다 실질적으로 표출해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그는 부활절 아침에 잠깐 용무가 있어 길을 나섰고, 톨게이트에 들어서자 징수원에게 요금을 건네며 “뒤에 오는 여러 차의 통행료를 함께 지불할 터이니 그들을 무료로 통과 시켜 주세요.”라고 말했다. 물론 징수원은 뒤 따라오는 들어오는 운전자들에게 ‘앞서 간 어느 노신사가 요금을 내드리고 갔으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금액은 많지 않지만 뒤에 오는 몇몇 운전자들은 하루를 맞는 아침 기분이 신선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전혀 알지도 못하고 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배려가 혼을 일깨워주고 따뜻한 마음의 선물로 간직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관심있는 조그마한 배려로 여러 사람이 오늘 하루를 따뜻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그들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일을 얘기해 주며 그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신앙인들이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너그럽게 선행을 베푼다면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선행 베풀기를 원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 있어서는 여러 장애물을 만난다. ‘좀더 여유가 생기면’, ‘오늘 말고 다음에’, ‘지금은 내 일로 머리가 복잡한데’ 등등.

그러나 남을 위한 배려는 여유도 필요없고 내일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다. 마음만 있다면 주위에 널려있는 기회가 보이는 탓이다.

S 장로님은 부활절 오후에 노상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나이든 여인을 보게 됐다. 그녀의 주변에는 동전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박스 상자가 놓여 있었고, 동전이나 지폐가 얼마가 들어 있는 지는 보이지 않았다. 기타를 메고 있는 품위나 연주하는 솜씨는 그녀의 재능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여인은 노상에서 구걸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초라한 옷차림으로 보아 어떤 사정이 있음에 분명했다.

장로님은 동전 상자에 돈을 넣는 대신 인근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 값을 카운터에 지불하고는 여 종업원에게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여인에게 갖다 주라”고 부탁했다. 종업원은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와서 서툰 한국말로 “좋아요, 참 좋아요!”를 연발하며 “저 여자분을 잘 아느냐”고 물었다.

장로님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자 아가씨는 “아 선생님은 예수 믿는 사람이시군요. 참 좋은 날이예요. 축하 드려요!” 하며 인사했다.

우리 한인들의 이민생활에는 종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교회는 많은 이들의 생활의 중심이 되어 험난한 인생살이에 지친 영혼과 마음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가정생활, 직장생활과 함께 신앙생활의 역할도 커지다 보니 종교 때문에 도리어 갈등을 겪는 한인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신앙으로 인해 마음의 위안과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고 불행까지 초래한다는 것이다.

부활절을 연례적 행사로 지나치기 보다 그 의미를 되새기고 ‘나도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 처럼 새롭게 부활하자’는 마음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몸소 실천하신 장로님의 얘기를 듣고 신앙인으로 산 교육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정말 우리들은 종종 부활 행사에 묻혀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를 소흘히 할 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부활절을 다시 맞게 된다면 보다 의미있는 날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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