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구상나무, 개나리 진달래 피어나

 

백악관=뉴스로 윌리엄 문 기자 moonwilliam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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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남문과 북문 앞으로 관광, 안내, 산책을 많이 다녔지만 백악관 북문 경내에 수령(樹齡) 50-70년생 쯤 되어 보이는 주목(朱木) 나무들이 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몇 년 전에 백악관 북서 검문소를 통과 하여 경내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비슷한 조경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촉감을 느끼며 만지며 살펴보니 분명히 초등학교 교정 건물 정 중앙에 위치했던 주목 나무였다. 자세히 보니 북문 포치를 중심으로 10여 그루가 반달형으로 좌우로 심어져있었다. 그 반가움과 경이로움은 묻히고 퇴적(堆積) 된 옛 추억을 불러 오고 한라산 윗세 오름 근처에서 보았던 주목나무까지 눈에 선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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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들어 갈 때마다 셀카는 찍지 않더라도 꼭 구상나무의 모습을 담으며 작은 빨간 색 열매를 볼 때 마다 스킨십마저 즐겼다. 가끔 이런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비밀 경호원에게 “이 나무는 내 고향 한라산에서 왔는데 고향을 생각하며 만지면서 느낌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1917년 하버드대 윌슨 박사 팀이 제 6차 식물 채집 한국과 일본 탐험 할 때 10월 천혜(天惠)의 자연림을 간직한 한라산을 등정(登頂)하면서 구상나무, 주목나무, 보리밥나무, 섬매발톱나무 등 수많은 종자들를 채집했다고 여겨진다. 주목나무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원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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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서 검문소를 들어서면 방송사 야외 녹화장 우측과 좌측에 작은 숲속 길이 있다. 제주도 해안 지대에 많이 자랐고 퐁나무와 함께 잔가지들이 숲을 잘 이뤄서인지 그곳에는 신당(神堂)이 차려진 곳이 많았다. 어릴 때는 새콤한 빨간 그 열매를 잘 먹기도 했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보리밥나무이고 원산지는 한국, 일본, 대만이며 제주도에서는 바닷물 먹고 자라면서 최 하층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자랐다. 그런데 백악관 경내에서 최고의 정원수 대접을 받고 자라고 있었다.

 

9월에 은하수(銀河水) 같은 꽃을 보았고 4월에는 두 번씩이나 열매를 보았으나 맛은 보지 못했다. 백악관도 국립공원이기에 나무열매를 함부로 따서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작은 열매를 먹고 싶은데 먹어도 되냐고 직원, 비밀경호원, 고참 기자들에게도 물어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뭇잎들을 헤치고 열매를 스마트 폰에 담으며, 천혜의 바다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걸으며,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으며, 저녁 노을 속에 동심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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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무 번 되어 가는 백악관 출입 속에서도 수십 번을 그 앞으로 지나다니면서도 “난 널몰라, 관심 없어” 하면서 무심히 지나치는 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에 중학교시절 생각이 되살아났다.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곶자왈’ 같은 천혜 밀림지대가 있었다. 그 속에 들어가면 정말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몇 시간을 걸었던 다리의 피곤한 줄도 모르고 나무를 타고 올라서 유름(으름덩굴의 제주방언)과 재밥나무의 열매를 맛있게 따먹던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내가 지나쳤던 나무의 추억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짙은 녹색 잎에 윤기가 있고 가지에 가시가 있으며 꽃은 노랗게 피는 나무, 친구와 함께 그곳에서 캐어서 집 뒤뜰에 심었던 망각(忘却)의 세월이 브리핑 룸 화단에서 유채 꽃망울로 아지랑이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나무 이름이 몰라서 곶자왈 숲 해설가에게 문의 하여 알았는데 제주도 원산지 섬매발톱나무라고 했다. 백악관 브리핑 및 기자실 화단과 방송사 야외 스튜디오 화단에 이 나무들을 심어 놓은 깊은 뜻을 헤아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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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cm 정도로 낮게 자라는 나무처럼 화려한 생각이나 대접을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사회와 나라의 바늘이(펜이) 되어 진실을 추구하여 정의를 세워 작은 평화의 꽃을 피우라는 뜻은 아닐까. 백악관 경내에는 이외에도 우리들 어린 시절과 함께했던 개나리, 진달래, 목련, 은행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사람들도 이민을 가듯이 한국토종 식물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이 아메리카나 땅에서 우리들의 으악새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난픽션의 대하소설을 미래 세대를 위하여 피 눈물 속에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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