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뉴스로 이계선 칼럼니스트 

 

 

산상집회(山上集會)가 열리고 있었다. 산 아래서는 폭도들이 집회를 들러 엎으려고 소란하게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들이 산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올라올수록 대오(隊伍)가 정리되고 옷매무새를 고치고 얼굴빛이 경건해 졌다. 영락없는 일류성도였다. 청중속에 다섯명의 인솔자들이 숨어 그때 그때 표정바꾸기를 지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꼭대기에 오르자 넓은 분지가 열려 보였다. 원형극장처럼 아름다운 야외부흥회장소였다. 부흥회강사인 나는 설교하러 앞으로 나가다가 인솔책임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칼날같은 책망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정체가 환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놈들, 내가 교회를 파괴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너희들의 정체를 모를것 같으냐? 장로 권사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사기와 악독이 가득한 마귀기 들어있구나! 내가 너희들의 위선을 벗겨줘야겠다..”

 

달려들어 일도양단(一刀兩斷)을 내려는데 뒤에서 아내가 달려들어 뜯어말렸다.

 

“여보, 왜 그래요?”

 

아내의 목소리에 나는 자다가 벌떡 깨어났다. 꿈이었다. 아쉽다. 아내가 깨우지만 안했으면 마귀들을 요절내는 건데. 비록 꿈일 지라도.

 

“마귀들을 단칼에 요절내버리는 마지막순간에 당신이 깨우는 바람에 망쳐버렸소.”

 

“호호호호,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게 꿈이라 했어요. 꿈에 이겨봤자지요..”

 

“그말은 악인의 부귀영화가 헛된 꿈이라는 뜻이오. 의인의 꿈은 요셉처럼 반드시 이뤄지게 마련이지”

 

목회를 은퇴하고 나서 부쩍 꿈이 많아 졌다. 고향꿈과 목회꿈을 자주 꾼다. 눈만 감으면 꿈길을 따라 고향의 어린시절을 찾아간다. 고향 가는 날은 대개 잔칫날 아니면 제삿날이다. 집안어른들이 몰려와 날 보고 반가워한다. 죽은지 오래된 어른들이 산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버지 어머니 막내동생 매형 그리고 가신지 오래된 집안 어른들.... 살아계셨구나! 꿈인 줄도 모르고 반가워한다. 아침에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아내는 사색(死色)이다.

 

“여보, 당신이 죽을 꿈이오. 죽은 집안 어른들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당신을 데리러 온 거야요. 그들은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들이 틀림 없어요”

 

그러나 은퇴 10년째 고향꿈을 꾸고 있지만 내 목숨은 멀쩡하다. 난 그들을 염라대왕이 보낸 귀신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나님이 보낸 천사로 알고 반가워한다.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을 꿈속에서나마 만나 보는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고향꿈 다음에 자주 보이는게 목회꿈이다. 어느새 현역으로 복귀 해 있다. 전보다 설교를 더 잘하고 교회도 크게 부흥됐다. 부흥회도 인도한다. 안수기도를 하는데 은퇴 전보다 갑절의 은사가 나타난다.

 

“은퇴를 취소하고 현역으로 복귀하기를 잘했어”

 

좋아하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동양에서는 꿈을 주사생몽(晝事生夢)이라 했다. 낮에 생각하는 일들이 밤에 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양인 프로이드는 꿈을 무의식의 의식으로 봤다. 감춰있는 무의식이 의식이 잠드는 밤이면 유령처럼 몰래 찾아와 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난 주사생몽은 아니다. 은퇴이전을 그리워 한적이 없다. 난 돌섬(Far Rockaway)에서 지내는 은퇴생활이 즐겁고 자유스럽다.

 

원 베드룸 시영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날마다 천국이다. 조각농장을 가꾸며 미국교회에 다닌다. 아파트 옆에 있는 30평짜리 “에덴농장”에서는 수박 우엉 참외 오이 고추 호박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대나무처럼 자라는 마늘은 꼬동이 나오기 시작. 쑥갓 상추는 식탁에 오른지 오래다. 에덴의 동쪽에 있는 “아리랑농장”에는 도라지 더덕 미나리가 푸른숲이다. 조각농장에 들어서면 참새가 짹짹이며 날라들어 고향에 온 기분이다. 서양새 로빈 오리올이 보여 여기가 이국 땅 이라구나! 깨닫게 한다. 어제는 바닷물에 발목을 잠근채 한 시간 동안 비치를 걸었다.

 

 

DSC_0600.jpg

 

 

5년째 미국교회를 다닌다. 할수록 어려운게 영어라서 영어는 아예 무시해 버린다. 흑인교회. 주일마다 달려들어 포옹을 하며 키스 해주는 흑인미녀가 있다. 흑인이라도 미녀는 예쁘다. 가스펠싱어 알리사와 교회서기 시몬. 그녀들은 볼에 키스를 하면서 속삭인다.

 

“You are my friend”

 

“I am your man servant”

 

“하하하하, 호호호“

 

자칫 남녀 관계로 발전할것 같다가 웃어버린다.

 

이교회는 예배순서가 30개가 넘는데도 사회자가 없다. 영어를 몰라도 은혜스럽다. 지난 주일에는 “How great thou art"(주하나님 지으신 모든세계)를 부르다가 목이 메었다. 저 지난 주일에는 소프라노 스톤여사의 독창. ”My Lord, What are morning"에 감동. 처음들은 성가인데 지금도 입속으로 부르면 눈물이 난다. 난 40년 목회 때 흘린 눈물보다 미국교회 4년 나가면서 흘린 눈물이 더 많은것 같다.

 

은퇴생활이 즐겁다. 파킨슨병으로 무거워졌지만 행복을 느끼는 데는 지장이 없다. 느리게 걷기에 더 많이 더 오래 볼수 있어서 좋다. 단지 피곤하고 졸려 글 쓰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번돌섬 통신을 쓰는데 보름이 걸렸다.

 

은퇴후의 돌섬생활과 교회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왜 꿈마다 고향을 찾고 설교를 하는가? 프로이드의 말대로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심층세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과거를 그리워하는 아픔이 숨어 있나 보다. 그렇다면 난 행복한 목회자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갑절로 행복한 인생이다.

 

황진이의 시를 김성태가 작곡한 “꿈길”을 흥얼거린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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