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삼천동 정법사에서 청평리 청평사까지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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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수려(秀麗) 한 곳에서 고독이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치유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오색 창연한 산사의 가을에 한적함 속에서 고단한 마음을 위로하고 풍경소리를 타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새로운 기운을 얻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3대 마라톤 대회의 하나인 춘천마라톤을 뛰고 진오스님과 마라톤 대회가 열렸던 공지천에서 멀지않은 춘천 삼천동에 있는 정법사를 찾아 그곳에서 하룻밤 안식을 취했다. 풀코스 마라톤으로 지친 몸은 사찰이 주는 안락한 분위기를 더하여 머리를 방바닥에 대자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하늘의 선물인양 새벽 일찍 배달되어 온 누리에 가득하다. 이런 곳에서 나는 완전한 평온 속에 잠기며 최고의 정신세계에 머물게 된다. 이런 선물은 오래 전부터 고대하던 선물인데 왜 나는 이 귀한 선물을 덥석 받아들이는 일을 주저하며 이렇게 손님처럼 가금씩 찾아와 짝사랑하는 연인 바라다보듯이 할까? 이 처럼 경이로운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놔두고 왜 나는 바튼 호흡을 하는 곳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까? 아침 햇살도 이런 곳에서는 머뭇거리며 성스러운 안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온다.

 

아침 공양(供養)을 6시에 마치고 7시에 길을 나섰다. 춘천 시청과 강원 도청을 들렀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담은 소양강 산책길을 따라 올라오다가 배후령 고개를 넘어온다. 여기까지 오는데만 19km를 왔다. 우리가 가려는 청평사로 가려면 이곳으로부터 소양강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가면 9km 밖에 되지 않지만 달려서 가려면 해발 600m나 되는 배후령 고개를 넘어가 다시 해발 550m나 되는 백치고개를 다시 넘어가는 19km를 가야한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춘천으로 넘어오는 길이다. 꼬부랑꼬부랑 그 험난한 길을 넘으면서 스님은 “업장(業障)을 소멸한다.”고 말하시면서 고통의 순간을 넘기신다. 그 고갯길을 다 넘어와 선착장을 만나면 또 다시 오롯한 산길을 다시 1km 오른다. 그 마지막 1km의 길은 그리 웅장하지 않으면서 운치있는 계곡이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을 배경으로 우아한 자태를 연출하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를 품어내는 구성폭포가 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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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스님은 이렇게 고행의 탁발마라톤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고초(苦楚)를 겪고 있는 이주여성과 통일청소년을 돌보는 ‘달팽이 모자원’을 운영하시며 베트남의 초등학교의 낙후되고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현대식 화장실로 바꾸어 지어주는 ‘해우소(解憂所)’ 지어주는 사업을 한다. 자리이타(自利利他)는 남도 이롭게 하면서 자기 자신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스님은 기왕에 자기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수행도 하고 사회에 그늘진 곳을 돌보는 일을 한다. 달리면서 하는 그의 염불소리가 가을 하늘에 조용히 퍼져나간다.

 

보석 같이 아름다운 소양호를 품고 오봉산 안에 안긴 청평사는 973년(광종 24) 승현(承賢)이 창건하고 백암선원(白岩禪院)이라 하였으니 이 절은 천년이 훌쩍 넘은 고찰이다. 그 뒤 폐사되었다가 1068년(문종 2) 이의(李顗)가 중건, 보현원(普賢院)이라 하였다. 이의의 아들 자현(資玄)이 이곳으로 내려와 은거하자 오봉산에 도적이 없어지고 호랑이와 이리가 없어졌다고 하여 산 이름을 청평이라 하고 사찰 이름을 문수원(文殊院)으로 하고 중창하였다.

 

청평사는 779m의 오봉산 자락에 안겨 있는 사찰로 절터는 강원도 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되었다. 산자락 한 끝을 그 맑고 맑은 소양호에 담그고 있으면서 청평사 찾아가는 순례자를 더욱 운치 있게 반긴다. 이절에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8호인 3층석탑이 있다. 이 탑에는 상삿뱀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원나라 순제(順帝)의 공주가 상삿뱀이 붙어 고생을 하다가 이 사찰에 와서 가사불사(袈裟佛事)를 한 후에 상삿뱀이 떨어져 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순제가 지었다고 하며, 그래서 이 탑을 공주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있다. 사찰 내에 있는 고려정원은 일본 교토의 사이호사의 고산수식 정원보다 200여 년 앞선 것이라고 한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윤회를 상징하는 회전문이 사천왕문격으로 서 있다. 그 뒤로 대웅전이 보인다. 회전문 양 옆으로 크고 작은 회랑과 전각들이 옛 모습의 품격을 갖추고 서있다. 이곳엔 정교한 축대와 초석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예전 전성기의 청평사 규모를 가늠케 한다.

 

자연만이 이처럼 풍요로우며 아름답다. 그 자연의 풍요로움 안에 안기어 있는 사찰에는 부처님의 자비로우심이 더하여 안락함과 위로를 준다. 어떤 지독한 사랑으로 내 마음이 가득 찼을 때에라도 자연의 풍요로움은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 정도로 절대적이다. 요즘처럼 대도시에 시멘트 빌딩이 치솟아 오를수록 그 대조(對照)는 더욱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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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반짝이는 천체의 별들이 광명한 빛을 발산하자 부처님의 자비가 보살들을 위해 마련해 둔 것 같은 시간이 흐른다. 이런 시간에는 인간의 내부에 잠들어있는 욕망은 스스로 잦아들고 만다. 화려한 네온사인 밑에서 초라하고 옹색했던 모습은 단숨에 의연하고 초연한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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