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지역정치인까지 투표깜놀

 

뉴스로=이오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KakaoTalk_20161109_135458832.jpg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내게 특별한 날이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8월 시민권 선서(宣誓)를 하고 바로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유권자 등록이라는 생소한 일부터 신분증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미여권도 만들고 나름 투표를 할 생각으로 서툴지만 혼자 준비중이었다. 그리고 한장의 종이가 날아왔는데 FIT에서 투표를 하면 된다는 것과 몇가지 숫자들이 있었다. 이거 있으면 투표하는거 맞겠지?

 

뉴욕독서실에서 FIT는 가까운 곳이어서 약간의 떨리는 마음으로 찾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허술해서 이거 투표장맞아? 그래도 한국어로 된 설명서는 물론 곳곳에 안내판이 붙어 있어서, 아 그래서 꼭 투표권을 가지라고 주변에서 그랬구나 싶었다. 사실 미시민권자가 영주권자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투표권이며 이것이 소수민족인 한국의 힘을 보여주는 수단임에는 분명해보였다.

 

신분증 확인안하고 내가 사전 등록했을때 싸인이 그대로 이름과 함께 장부에 있어서 놀랬고 두번째 충격을 받은 건 투표용지였다. 한국은 작은 종이에 번호랑 이름만 있는데 이건 투표용지가 신문지 길이고 같은 이름이 여러번 반복(反復)되어 있어서 흔히 말하는 멘붕 그 자체였다. 사실 대통령만 생각했지 상원의원 하원의원도 뽑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고 무슨 수능시험도 아니고 마크할 곳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럽고 부끄러운것은 나만 겪는 일이던가. 시민권 시험 볼 때 역사, 정치 등 100문제를 달달 외울게 아니라 선거에 대해 1시간이라도 수업을 해줘야하는거 아닌가?

 

그곳 봉사자에게 물어 정당과 사람을 함께 지지하거나 정당없이 사람만 지지하거나 선택하는 방식이 다른 점을 이해하고 투표용지를 보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지에 마크 후 스캔을 하는 방식도 스마트하고 정확하게 느껴졌다.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첫 투표라 개표방송을 새벽 3시 넘어까지 볼 정도로 책임감이라는 녀석도 경험하게 되었다.

 

투표를 마치고 거리로 나오니 힐러리 티셔츠를 거리에서 파는 사람과 사려는 여자분도 있어 함께 간 친구가 기념으로 사고 싶다고 해서 구경중이었다. 힐러리 티셔츠만 보여서 친구는 트럼프건 없냐고 물었더니 파는 사람이나 사려던 사람이 동시에 “No Trump”라고 정색을 하며 눈을 흘긴다. 뉴욕주가 대표적 민주당 텃밭이란것도 몰랐던 무식한 두 여인이었다. 힐러리 티셔츠를 $5 주고 산 친구는 ‘난 그래도 트럼프거 사고싶은데...’라며 투덜거린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을 알리던 순간 그 친구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그래...어차피 기념품인데 트럼프거 사도록 좀 더 같이 돌아다녀줄걸 하고 말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개표방송을 보여주고 길거리에는 그 엠파이어빌딩에 비친 투표현황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나와 친구도 사진을 찍은 후 저녁에 바에서 개표방송을 보는데 ‘270’을 향해 간다며 숫자가 계속 양쪽 후보가 다 바뀐다. 그게 뭔지도 몰랐다. 미국은 투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표되는 사람들의 집계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했던 친구를 무식한 소리 작작하라며 무안(無顔)을 줬는데 보다보니까 이상하다. 왜 플로리다가 중요하고 어느 주는 숫자 4를 보이고 또 어느곳은 20개가 있고 이건 스포츠경기도 아닌데 개표방법조차 몰라 왜 사람들이 탄식하고 환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KakaoTalk_20161109_135441604.jpg

 

 

스페이스 빌리야드(Space Billiards)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Jay씨가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정작 미시민권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잘 아냐고 물으니 미국 고등학교에서 다 배운단다. 미국교육에 또 한번 놀란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제대로 된 선거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부모님이 찍으라고 하면 용돈받고 아무 지식없이 투표하는 것에 반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lectoral vote’라는 신개념을 배우고 이해한 나로서는 미국의 선거, 투표, 집계 방식 모든것이 신기할 뿐이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인구수에 따라 적은 ‘일렉토랄 보우트’ 수를 가지고 있는 주를 생각하면 불평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벽 3시 넘은 시간 사실상 트럼프가 확정될때 239를 확보했는데 결과는 279로 완승(完勝)이었다. ‘Too early to call’에서 ‘Too close to call’로 바뀌고 나의 첫 선거 경험도 마감하였다.

 

마지막으로 나의 무지한 에피소드를 셀프디스 한다면 트럼프 진영의 사람들이 Trump Pence라고 쓰여진 푯말을 많이 들고 있었기에 성의를 다해 Pence를 검색하니 사전에서는 자꾸 동전 penny의 복수형이란다. 저 슬로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매주 수요일 KLCEM 밋업에서 미국친구에게 물었다. 너무 부끄러워서 욕나올뻔했다. 아...부통령 이름이구나....그랬구나....이 모임은 이래서 참 건전하고 좋아 고맙구나 라고 했지만 미국시민으로서 투표를 한다는 것은 많은 관심과 노력,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 중요한 하루였다.

 

앞으로 미국시민권을 따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나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운 대통령의 새로운 미국을 기대해본다.

 

 

KakaoTalk_20161109_135501264.jpg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Obi Lee's NY HotPoint'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lita

 

 

  • |
  1. KakaoTalk_20161109_135441604.jpg (File Size:106.3KB/Download:44)
  2. KakaoTalk_20161109_135458832.jpg (File Size:87.3KB/Download:54)
  3. KakaoTalk_20161109_135501264.jpg (File Size:67.8KB/Download:4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오늘은 하야하기 좋은 날 file

    뉴스로=훈이네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말이 안통하네뜨’님 좋은 말 할 때 물러나셔요!   모처럼 모국 방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뉴욕에 돌아오는 일정은 10월말이었는데 보름을 연장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매주말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기 위...

    오늘은 하야하기 좋은 날
  • ‘멘탈몬스터’ 박근혜의 고장난 계산기 file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멘탈이 갑이라는 말이 있다. 어지간한 사람, 정말 아무리 배짱이 두둑해도 이 정도의 농단이 드러났다면, 애저녁에 하야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그런데 전혀 주눅든 모습이 아니다. 두차례 대국민사과조차 ...

    ‘멘탈몬스터’ 박근혜의 고장난 계산기
  • 트럼프 당선자와 한반도 운명 file

    아베는 뛰는데 한국은 식물대통령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트럼프는 편향의 기교로서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인텔리 고수들이 쟁쟁한 힐러리 클린턴 진영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며 미 45대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다. 가짜 ...

    트럼프 당선자와 한반도 운명
  • 경향신문 필화 1호 사건과 언론인 우승규

    경향신문 필화 1호 사건과 언론인 우승규 [필화 70년-4] "친일파 청산 없이는 모조리 헛된 일" 이승만에 직격탄 날려   중국 상해 임시정부 청년당원 출신으로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우승규는 이승만 정권 수립을 전후해 친일파 숙청을 일관되게 주장한 언론인이었다...

    경향신문 필화 1호 사건과 언론인 우승규
  • 공약 지킨(?) 박근혜 대통령 file

    [i뉴스넷] 최윤주 ·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자국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 2015년 11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비상식적인 발언이었기에...

    공약 지킨(?) 박근혜 대통령
  • 음란물은 ‘견물생심’ 유발, 중독과 범죄로 file

    가정과 자녀 교육 질서 파괴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우리의 격언에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건을 보면 갖고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겠지요. 이 말이 가장 적절하게 적용되는 곳은 음란물일 것입니다. 음란물도 중...

    음란물은 ‘견물생심’ 유발, 중독과 범죄로
  • 뉴요커 광화문 광장에 서다 file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뉴스로=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예상했던 대로다. 박근혜는 자진해서 물러날 생각이 추호(秋毫)도 없다. 검찰에 성실한 수사를 받겠다는 말, 촛불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말 역시나 소가 풀뜯어먹을 소리였다. 도리어 ...

    뉴요커 광화문 광장에 서다
  • 이상한 대통령 박근혜와 트럼프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쌍발(同時雙發)로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오나가나 그놈의 대통령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난리다. 한국에서는 샤만의 조종을 받으며 대통령노릇을 하던 박근혜의 비밀이 들통나서 난...

    이상한 대통령 박근혜와 트럼프
  • 더불어민주당은 더이상 꾸물거리지 말라

    [시류청론] 무능 정권 퇴진시키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좋은 기회   ▲ 지난 12일 밤 전국에서 모여든 100만명의 시민들이 시청과 광화문 앞에 모여 ‘박근혜 하야’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더불어민주당은 더이상 꾸물거리지 말라
  • [필화 70년] "동포여 깃발을 내리자" 임화 비판 시에 '불온' 낙인

    "동포여 깃발을 내리자" 임화 비판 시에 '불온' 낙인 [필화 70년 3회] 미군정땐 필화, 북한에서 처형 '비극의 시인' 임화 시인 임화가 8·15 광복 직후 문화예술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하는 장면. 소명출판 제공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문학평론가) = 반미와 ...

    [필화 70년] "동포여 깃발을 내리자" 임화 비판 시에 '불온' 낙인
  • 박근혜 ‘하야’의 로드맵을 그려보자!

    정치권은 11월 26일까지 하야 이뤄내야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 교수(전 원광대) = 지난 11월 12일 서울 광화문의 평화적인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의 수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외친 구호는 단 하나: “박근혜...

    박근혜 ‘하야’의 로드맵을 그려보자!
  • 전남 보성 역사기행 ‘옴시롱 감시롱’ file

    뉴스로=신필영 칼럼니스트       어제 영화 ‘그물’을 보고 밤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오랜 친구가 어디 여행이나 한번 가자면서, 내일 아침 양재역으로 8시까지 나오라고 하기에   어떤 사람과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하고 되물었습니다.         1박2일(...

    전남 보성 역사기행 ‘옴시롱 감시롱’
  • 美 빼빼로데이는 참전용사의 날 file

    뉴스로=이오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11월 11일은 한국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명 ‘빼빼로 데이’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빼빼로 과자를 주는 날로 상술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기있는 날 중에 하루다. 하지만 미국에서 11월 11일은 미참전용사의 날, Ve...

    美 빼빼로데이는 참전용사의 날
  • 벌교에서 힘자랑하다 file

    강명구의 한국일주마라톤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잠자리 한 마리가 손수레 위를 날며 나와 동반주를 한다. 가을햇살 아래 잠자리 날개가 은빛으로 빛난다. 잠자리는 간혹 좌우로 까불거리며 난다. 모시 적삼 같은 가녀린 날개로 미세한 ...

    벌교에서 힘자랑하다
  • 다른 류의 여인, 어느 Mixteco와의 만남 file

    肯定的, 創造的, 挑戰的, 攻擊的 Management   뉴스로=한태격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70년대 후반 박정희대통령의 골치거리였던 최태민(崔太敏)”목사”의 5녀 최순실(崔順實)이란 여인때문에 요즈음 신문기사 읽기가 ‘두렵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건 지상(...

    다른 류의 여인, 어느 Mixteco와의 만남
  • 박근혜는 하야하라 file

      박근혜는 하야하라 [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누군가 호텔에 불법 침입했다” 1972년 6월 이 한 통의 신고가 미국의 현대사를 뒤흔들었다.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시킨 워터게이트의 서막이다.   불법 침입자들은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

    박근혜는 하야하라
  • 사랑을 불신한다면 ‘알라딘’을 만나자 file

    뮤지컬 알라딘 감상기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m         아라비안 나이트, 램프의 요정(妖精) 지니, 날으는 양탄자 정작 주인공 알라딘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앞에 열거한 것쯤은 한번씩 다 들어봤을 것이다. 어릴적 누구나 꿈꿔봤던 나만의 지니. ...

    사랑을 불신한다면 ‘알라딘’을 만나자
  • 난생 처음 미국투표 해봤더니.. file

    대통령부터 지역정치인까지 투표깜놀   뉴스로=이오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내게 특별한 날이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8월 시민권 선서(宣誓)를 하고 바로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

    난생 처음 미국투표 해봤더니..
  • 저 푸른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file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을 신뢰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정한 사람을 신뢰하게 되어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 서민들은 지난 정권들을 겪어 보면서, 이 정부가 정말 공정하다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공정하게 공익적 입장에서 정...

    저 푸른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 야당은 제2의 4.19대열 선봉에 서라!

    [시류청론] 지금이 '정상 국가'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   ▲4.19 정신으로 최순실 등에 의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헌정 파괴를 우려하는 서울대교수 728명이 7일 오전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은 헌정 파괴의 책임을 져...

    야당은 제2의 4.19대열 선봉에 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