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를 보며 든 생각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미국에는 여러 인종이 모여 살고 있어서인지 친한 친구와 가족 외에는 속마음을 숨기고 사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또 백인들은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 하는 습성을 어려서 부터 몸 속 깊이 길들이고 있는 인종인 것도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1969년 미8군의 공군 위관장교 숙소에서 숙식을 하며 젊은 미군 장교들과 같이 한국공군기지를 돌며 군원이관을 할 수 있는 품목을 조사하고 다닐 때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같은 습성을 몸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아도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백인 보수층들이 상당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땅에서 40년 넘게 이민자로 살다가 ‘미국은 살 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한국에 돌아갈 형편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 땅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인들의 속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열번을 지켜 보며 살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만큼 어느 후보를 선출하라고 전화 닥달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우리 마을 어느 백인 노인은 집 마당에 ‘트럼프 펜스’라는 작은 간판을 박아놓았다. 그러나 간판이 두번씩이나 사라지는 소동이 발생하자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집 창문에다 ‘트럼프’란 단어만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보란 듯이 말이다. 이처럼 보수적 미국인들은 속마음을 유지하며 뒤에서 자발적인 운동을 한다.

나는 지난해에 ‘미국 노동자들의 유별난 애국심’이란 글을 투고한 적이 있다. 우리 이민 1세들도 영어는 서툴고 문화에 동화 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주류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미국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모여 주며 살아가야 한다. 이들이 이민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우리 후손들이 이 땅에 어렵지 않게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일터에서 규정을 잘 준수하고 주거지에서는 이웃을 배려하는 것을 빼 놓을 수 없은 것이다.

나의 경우 비록 똥차에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살았지만 내 정비공장은 처음에 소방안전 점검을 단 한 번 받고는 일손을 놓을 때까지 받지 않았다.

우리집 때문에 동네 집 값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정원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살았다. 그래서 언젠가 <올랜도센티널>에 ‘한국인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우리집 정원이 소개된 적도 있다.

우리 동네 한 노인은 나보다 다섯이 높은 노인인데도 마당 잔디를 손수 가꾼다. 또 90살 노령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고 자기집 마당일을 손수 하는 백인 노인분도 있다.

우리 이민 1세대들은 모이면 미국땅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후손들을 위한 것인지 종종 대화를 나누고 살아야 한다. 골프 핸디가 늘었느니 줄었느니, 누가 집사 혹은 장로가 되었다느니 하는 소담거리 외에도 좀더 진지한 대화들을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이민 사회에 과연 어떠한 변화가 있을 지 지금은 예측할 수 없으나, 이전과는 차이가 있을 것임에는 분명한 듯한데,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인들이 미국정치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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