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및 비난, 때로 한 박자 늦추는 것이 바람직
 

hong.jpg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뉴욕의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는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방해가 될 만치 지하철 안에서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아이들 때문에 승객들은 조용히 책을 읽을 수도 없었고 낮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참다 못한 한 부인이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당신의 아이들이 다른 승객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아버지로서 어찌하여 그렇게 편안하게 눈만 감고 있습니까? 당신의 아이들을 좀 관리하세요.” 신랄한 비난이었습니다.

그런 꾸중을 듣고 아이의 아버지는 정중히 사과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제 아내가 최근에 세상을 따났습니다. 아내 없이 어떻게 아이들을 기를까 앞이 깜깜하여 잠시 제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거듭 사과를 드립니다.” 그런 말을 듣고 이제 쥐구멍을 찾고 싶은 사람은 호되게 그 아이들의 아버지를 비난한 여성 승객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럴만한 딱한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제 외손자가 세살쯤 되었을 때 저의 집에 놀러 왔었습니다. 저의 집 문 밖에는 난이 있었는데 오래 기다렸던 아름다운 꽃이 드디어 피었습니다. 집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난꽃을 피게 한 제가 어느 정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집에 놀러 온 제 외손자가 그 아름다운 꽃을 꺾어버렸습니다. 어린아이이지만 왜 꽃을 꺾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야단을 쳤다고 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당황한 세살 짜리 외손자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꽃이 아름다워서 엄마에게 갖다주려고 했는데….”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고운 꽃을 자기 엄마에게 갖다주려 했다는 말에 약간 화를 내며 어린 아이를 꾸짖은 제가 몹씨 민망했습니다. 어린 제 외손자는 그 아이 대로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업체를 관리하면서 또는 자녀를 기르면서 부하, 동료, 또는 자녀들의 행동에 심히 화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정이 상하면 우선 비난이나 꾸중을 먼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행동에는 이유와 사정이 있습니다. 못하는 일에도 잘하는 일에도 사정이 있습니다. 집안을 항상 잘 정돈하는 아내이었지만 어느 날은 유난히도 잡안이 어지러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아내의 몸이 불편했거나 심기가 불편한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항상 미소를 띠며 퇴근을 하는 남편이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퇴근하는 경우에도 다 그럴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대인관계에서 감정을 표출하기 전에 행동 밑에 깔려 있는 이유나 사정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10여년 전 일이지만 생각할 때마다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험이 있습니다. 제 아내가 자주 가구나 기둥에 부딪치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조심하고 다니라고 핀잔을 자주 주었는데 여기 저기 부딪칠 때마다 멍이 들곤 했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이미 그 때는 뇌종양이 성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약 3개월 후에 타계를 했지만 자주 부딪쳤을 때 핀잔을 준 것이 두고 두고 후회됩니다. 그녀가 조심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뇌 안에 종양이 생겨서 균형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동양에 삽을 수출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미국내에서 잘 팔리던 삽이 동양에서는 팔리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회사의 경영진은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하여 삽이 동양에서 잘 팔리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수 많은 설문 조사와 실제로 관측을 한 결과 그 삽은 키가 큰 미국인들을 위하여 제작한 삽이었기 때문에 손잡이가 너무 길어 동양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했던 것입니다. 미국인들에 비하여 키가 작은 동양인들에게는 손잡이가 너무 길었던 것입니다. 그 농기구 회사는 동양인들을 위하여 손잡이가 짧은 삽을 제작하였더니 잘 팔렸다고 합니다. 장사가 잘되고 안되고 하는 모든 경우에도 그럴 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습니다. 투철한 통찰력을 가진 경영인들은 한숨을 내쉬기 전에 상황의 이유와 사정을 알아보려 노력을 합시다.

자녀들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졌거나 직원의 생산성이 현저하게 저하되었으면 징계를 하려는 생각보다 그 이유와 사정을 먼저 알아보려는 노력이 선행되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이슈로 등장한 이동용 가스 난로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뉴질랜드에도 겨울이 본격 시작됐다. 매년 겨울이면 코 끝까지 얼어붙는 매서운 추위는 아니지만 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드는 냉기는 사람들에게 실내 난방 문제를 놓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동용 가스 난로(portable gas ...

    이슈로 등장한 이동용 가스 난로
  • ‘적대행위 전면중지’ 합의 직후 최강 전투기 띄우다니

    [시류청론] 이유 있는 북의 고위급회담 무기연기… 문 정부 안보라인 반성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5월 16일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북미 정상회담을 "재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 트럼프 대통...

    ‘적대행위 전면중지’ 합의 직후 최강 전투기 띄우다니
  • 트럭은 작은 차가 무섭다 file

    진땀나는 실전운전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만우절이자 부활절 일요일. 드디어 내가 운전하는 날이다. 오늘부터는 내가 줄곧 운전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트럭 점검하고 트럭스탑을 출발했다. 중간에 월마트를 들르기로 해서 GPS를 그쪽으로 잡...

    트럭은 작은 차가 무섭다
  • 한국전쟁은 언제 끝날까?’ 日교수 러매체 기고 file

            한국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전 지구적인 냉전(冷戰)이 끝났다는 것 조차 확신할 수가 없다. 바로 이 때문에 한반도의 고착화된 핵문제를 탈피하여 한국전을 종전하기로 한, 한중일 정상회담의 결정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을 만하다.   평창동...

    한국전쟁은 언제 끝날까?’ 日교수 러매체 기고
  •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file

    (2)연합방 경제체제 청사진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조국이 분단-전쟁-대결 70여년을 이어 오면서도 남은 경제강국, 북은 핵/ 미사일 군사강국이 됐음을 알아차리고 ‘우리 민족끼리’ 함께하면 남북은 누구든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인간들은 잘 먹고, 잘 놀...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 트레이너를 만나다 file

    “이제 실전!”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지난 밤에는 9시에 쓰러져 아침까지 내리 잤다. 오랫만의 숙면(熟眠)이었다. 7시에 나가니 마침 셔틀 버스가 도착했다. 프라임 본사로 향했다. 2주 전에 혼자서 찾아가 본 적은 있다. 듣던대로 본사의 카페테리아는 ...

    트레이너를 만나다
  • 불의를 보고 침묵해서는 안된다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나는 아버지로부터 역사적 신념을 물려받았습니다.   역사는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이며,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위해 불의 한 것을 보고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때로는 불의가 역사를 왜곡(歪曲)하고 유린(...

    불의를 보고 침묵해서는 안된다
  • 외계인의 사랑과 구혼 file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 (39-40)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사랑과 구혼   사람: 당신들은 모두 텔레파시적으로 교류하는데 사랑과 구혼은 어떻게 하며,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바샤: 먼저, 우리의 세계에서는 모든 관계는 각자가 그 시점에서 이해하...

    외계인의 사랑과 구혼
  • 웃는 남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인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그렸지만 실은 그를 사랑했던 시골 농장을 운영하는 조연 남자의 삶을 톨스토이가 바라는 ...

    웃는 남자
  • 피에르 신부의 기도 file

    [종교칼럼] 영적인 기도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하느님, 배고픈 자들에게는 빵을 주시고 빵을 가진 자들에게는 배고픔을 주십시오." 아베 피에르 신부의 기도입니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일컬어지는 피에르 신부...

    피에르 신부의 기도
  • 이민생활, 아이들도 어른만큼 힘들다

    얼마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1.5세대 젊은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낸 그들의 이민정착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그들도 부모세대와 똑같이 이민생활의 아픔과 고뇌를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

  • 5.18은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날

    인도네시아 대학생 1998년 5.18에 국회의사당에서 하야요구 대한민국 광주시민 1980년 5.18에 민주정부 수립 민주화 운동 20년전 5.18 인도네시아 민주화 개혁과 수하르토 하야의 계기   <1998년 5월18일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인도네시아 국회의사당에 올라가 수하르토...

    5.18은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날
  • 모든 사람에게는 감추인 사정이 있다

    징계 및 비난, 때로 한 박자 늦추는 것이 바람직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뉴욕의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는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방해가 될 만치 지하철 안에서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아이들 때...

    모든 사람에게는 감추인 사정이 있다
  • 공부 외에 꼭 필요한 기술(1 )

    [교육칼럼] 대인 관계 기술은 인생 전체에 큰 영향 끼쳐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대학에서 대인 관계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물론 사회학, 심리학, 교육학 등 간접적으로 인간 관계의 기술을 ...

    공부 외에 꼭 필요한 기술(1 )
  • ‘선샤인’ 플로리다 주민들, ‘선샤인 비타민’ 결핍

    [생활칼럼] 비타민D 부족 환자 상당수, 생활 습관과 햇빛 기피가 한 몫   ▲= '선샤인 스테이트' 플로리다주에서도 햇빛 기피로 비타민D 결핍증을 안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건강 전문가들은 비타민D 결핍에 보충제 복용을 권장한다. <자료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선샤인’ 플로리다 주민들, ‘선샤인 비타민’ 결핍
  • 야외활동의 계절, 진드기가 달려든다

    [건강칼럼] 라임병 유발 틱 벌레 유의해야   ▲ 진드기종(왼쪽). 물린 부분에 과녁모양의 발진(오른쪽) <자료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 5월은 라임병 자각의 달 (Lyme Disease Awareness Month)이다. 라임병은 주로 사슴 진드기인 틱(tick)...

    야외활동의 계절, 진드기가 달려든다
  • 미국 유명 교수 "미국도 비핵화하라" file

    제프리 삭스 교수, '다른 나라엔 비핵화 요구, 미국 핵 패권은 뻔뻔한 짓'   (뉴욕=코리아위클리) 현송-김명곤 기자 = 거시경제학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을 지낸 콜롬비아대학 제프리 삭스 교수가 지난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비핵화가 미...

    미국 유명 교수 "미국도 비핵화하라"
  • ‘주한미군 감축’, 트럼프는 되고 문정인은 왜 안되지?

    [시류청론] 국제감각 없는 한국언론의 ‘뒷북치기’ 한심하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선일보> 등 국내 보수언론이 5월 2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연세대 특임교수)이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주...

    ‘주한미군 감축’, 트럼프는 되고 문정인은 왜 안되지?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찾아오는가?   수천 년 동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국토인데 왜 금단의 땅이 되어 …… ​    2016년 11월16일에 오클랜드의 노스 하버 스타디움(North Harbour Stadium)에서 열렸던 U-17 소녀 축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북한과 미국 팀이 겨...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인연

    결혼을 하면 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고, 결혼을 안 하면 자기 혼자 가니까 짐은 없는데 발걸음이 무거워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거잖아요. 대세가 아닌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길이 험해요. 대신 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