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나이 먹음에 새삼스러움 느끼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십이삼년 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미국인 평균 수명이 77세, 한국인 76세, 북한인 63세로 기록되어 있었다. 최근 발행된 <내셔널지오그래픽>에는 미국인 79세, 한국인 80세, 북한인 70세로 되어있다.

우리 인생은 자신이 늙는 것에 대한 관념이 둔하다고 하더니 내 나이가 나도 모르게 위의 세 나라 평균 수명보다 몇 살 더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이 고령화 문제로 고민한다더니 한국도 지금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한다. 6.25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또 놀라운 것은 불과 10여년 전에는 1만2400불이었던 한국의 GDP가 최신판 내셔널지도그래픽에는 놀랍게도 3만2800불로 기록되어 있다. 10여년 전 미국의 GDP가 3만6300불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경제발전은 놀라운 것이다. 한국사람이면 한국 경제가 반세기만에 이렇게 발전하게 된 과정 쯤은 알고 살아야 한다.

할멈은 요즈음 가끔 “당신 앞서서 내가 죽어야지” 하다가도 “아니지, 고생해서 같이 번 돈 다 쓰고 죽어야지” 한다. 나는 할멈에게 “사람이 자신 스스로가 얼마쯤 살다가 죽는다고 계산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냐”고 면박을 준다. 사실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 한다. 그러나 죽음에 크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나는 한 곳에서 45년 가까이 살다보니 이렇게 살다간 사람, 저렇게 살다간 사람을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자연의 법칙을 인식하며 무리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 같다. 반면 어떤 이들은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않고 무리하며 살다가 도리어 귀중한 생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주변 생활 환경은 날이 갈수록 급변하지만 백년도 못 사는 인생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인간의 생명은 생명계 안의 자연의 법칙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인간의 생명은 여러가지 바람직한 조건이 잘 충족되면 조금은 연장될 수 있다고는 한다. 조건이란 적정 생활비, 의료혜택, 건강식, 운동, 여가 등을 의미하는 것일께다.

애당초 우리 부부는 미국 땅에서 이같은 바람직한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너무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6.25때 어린 나에게 어머님은 “세상 어디에 가서 살아도 밥값은 하고 살아야 사나이가 마음이 편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 말을 간직하고 살았다.

이민 와서 남따라 장에 가지 않으려 노력했고, 쟁이면 쟁이답게 살려고 노력한 덕인지 삶의 조건이 충족되어 마음 편하게 아직까지 살고 있다.

얼마 전 사회생활을 하는 손자 손녀들이 부모와 함께 모처럼 방문했기에 대화 중 나는 그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할아버지가 하루 일과를 끝내고 공장문을 막 닫으려 할 때 한 손님이 찾아와 자신의 트럭이 생업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데 오늘 저녁안에 수리하여 줄 수 있겠느냐고 사정하면 할아버지는 수리를 해 주었을까, 아니면 거절했을까”

손자 손녀들의 답은 굳이 쓰지 않겠다. 나는 떠나는 그들에게 “너희들도 사회인이 된 지 벌써 몇 년이 되었다. 너희들은 이민 2세, 3세이며 나름대로 몫이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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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마르면 우물파는 트럭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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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장수 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