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우리가 그런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빨리 빨리’라는 말은 동남아에서도 통용되는 한국어이다.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너무도 이 말을 많이 해서 동남아 현지인들이 다 알아듣고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이다. 바로 우리 국민성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우리도 느림의 문화였다. 자고로 사대부 양반은 팔자 걸음으로 어슬렁어슬렁 다녔고, 뛰거나 서두르면 촐랑거린다고 혼이 나곤 했다. 우리가 이렇게 빨라진 것은 아무래도 산업화와 군사 정권의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빨리 빨리’가 무조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산업화에 적합하고 더 나가서는 정보화 시대의 원동력이 된 것 만은 사실이다. 그 한 가운데는 바로 빨리빨리 하는 우리의 국민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빨리 빨리’ 덕분에 정보화 시대에 총아로 우뚝 선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빨리빨리’가 정보화 시대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지만 요즈음 느림이 유행이고 대세이다.

 

지나친 빠름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반대하는 세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느리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이 맞다. 우리의 일상 생활 모두 -호흡도, 식사도, 걷기도 그리고 골프 스윙도 느릴수록 결과는 좋다. 반대로 빨리 서두르면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

 

127f2f0c22edc9fafb6c0df413bff28c_1543374 

전 세계에 ‘느림’의 물결을 일으키기게 한 책은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 의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동문선: 2000)’이다. 

 

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와 소르본 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그르노블과 몽펠리에 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가르쳤으며, 퇴직 이후 남 프랑스의 나르본에서 본격적으로 저술활동을 해왔다.  

 

1973년『도시의 시학』을 출간한 이후『감각적인 프랑스』,『민감한 프랑스』,『느리게 한다는 것의 의미』등 15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저서들 중 2005년『아주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을 집필하던 도중 사망했다.

 

이 책을 필두로 수 많은 느림 예찬 책들이 봇물처럼 나와 있다.

 

최근에 들어 Slow 운동은 음식, 그리고 생활 방식 모든 것에 열풍처럼 불고 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서양 음식이 패스트 푸드(fast food)인 것에 반해, 우리 한식은 슬로우 푸드 (slow food)이다. 서양의 삶이 실용. 동적인 삶이라면 동양의 삶은 느림, 여백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동양은 서양에 비해 느리고 정적이었다.

 

최근의 책으로는 윌리엄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 (21세기북스: 2011)가 눈에 뜨인다.

 

현대를 디지털(digital)로 대변 되는 스크린 문화라고 이름 지으며, 우리는 스크린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우리 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 놓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 새로운 세상은 디지털 세상이며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쉬지 않고 서로 어깨를 두드린다. 

 

스크린 하나로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과 온갖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가족과 친구, 일과 놀이, 뉴스와 아이디어 등 우리의 모든 관심사가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왔다. 그 결과로 우리의 생활은 PC 화면에서 각종 광고판 그리고 손안의 스마트 폰까지 스크린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스마트 폰을 장만했고 삶이 많이 달라졌다. 앱스토어(App store)에는 삶을 편리하게 해 줄 수많은 앱(App)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페이스북(Facebook) 친구들과 수다는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카톡’으로 수다를 떨고 메일을 확인하고 웹을 서핑(surfing)했다. 

 

스마트 폰이 마치 내 몸의 일부인 양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랬더니 안 아프던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했고 삶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릇 어느 하나가 무조건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는 흑백논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한 때의 진리가 영원한 진리로 남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과 각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젊을 때는 빨리, 나이가 들면 느리게> 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빠름이고, 어느 정도가 느림인 것인가?

 

‘시간은 기다리는 이에게는 너무 느리게 가고, 걱정거리가 있는 이에게는 너무 빨리 가고, 슬픈 이에게는 너무 길고, 기뻐하는 이에게는 너무 짧다.’는 헨리 반다이크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빠름과 느림은 바로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자기를 지키는 새로운 기술,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잠시 느림을 즐길 필요도 있다. 

 

‘컴퓨터를 끈다. 휴대 전화도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 발을 떼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칼럼니스트 김 영안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외롭지 않냐고요? file

    외롭지 않냐고요?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나는   작은 섬 서량도에   홀로 사는 촌로요   바다 보이는 언덕에   작은 오두막 한 채 쓰고 있소       집 앞 텃밭에는 채소들이   나를 위해 자라고 있고   갯바위에 놓아 기르는 고기들은   살이 ...

    외롭지 않냐고요?
  • 호경기로 실업자 줄고 가계 수입 증가

    중간치 가계 수입 9개월 연속 증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최근에 입수할 수 있는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가정의 중간치 수입은 2018년 9월에 6만3007 달러여서 이는 전월 대비 0.5% 증가했습니다. 이런 중간치 가구 ...

    호경기로 실업자 줄고 가계 수입 증가
  • 자녀들 간의 다툼,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

    [교육칼럼] 상대방 존중, 대화술 개발 등 이끌 수 있어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지난 두 주일에 거쳐서 형제 자매간에 있을 수 있는 좋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Sibling(형제, 자매 외에도 오빠, 남동생, 누나, 여동...

    자녀들 간의 다툼,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
  • 맛있는 가공 음식, 나트륨 섭취 늘린다

    [건강칼럼] 음식을 가능한 신선한 상태로 먹어야   ▲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 중 하나인 피자.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소금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소금이 건강에...

    맛있는 가공 음식, 나트륨 섭취 늘린다
  • 보고도 못 본 척 하라고? file

    [이민생활 이야기] 드라마 ‘여우 각시별’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칼럼니스트) = 연어는 죽을 때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고 한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귀농자’ 혹은 ‘귀어민’ 등이 늘어난다고 한다. 나도 최근 ‘...

    보고도 못 본 척 하라고?
  • 건강보조업체 ‘허벌 라이프’, 자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는?

    다단계 시스탬 사업 모델에서 비롯, 10억 달러 소송 당해   ▲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라이프(Herbalife)' 웹사이트 화면 모습.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 라이프(Herbalife)'는 지난해 매출액이 44억달러에 달하는 상장회사이다. ...

    건강보조업체 ‘허벌 라이프’, 자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는?
  • ‘백세 인생’이라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file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북에서는 ‘륙십 청춘, 구십 환갑’이라는 시대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보통나이를 쓰다 보니 내일이 형 팔순(八旬)입니다.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기 바랍니다.”라는 서울 동생 편지에, ‘팔순? ...

    ‘백세 인생’이라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 저물고 있는 미국...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니다?

    [시류청론] ‘종전선언-평화협정 서명’ 권유하는 미국 언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14년부터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맞아 4년 연속 북한 인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 미국은 이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해 왔으나 금...

    저물고 있는 미국...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니다?
  • 외계인들의 세가지 그룹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55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 저자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토착민족을 접촉하고 소통하며 배웠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샤머니즘에 대한 나름대로 이해를 얻게 되었다. 그에게 샤머니즘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떤 특별한 형태 장(mo...

    외계인들의 세가지 그룹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언제 우리의 경제가 호황이라고 즐거워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글이나 방송을 통해 보고 들을 때면 그들이 말하는 경기는 누구를 위한 경기일까? 늘 생각해 본다. 우리가 배운 자본주의 경제학은 그 즈음 부동산을 구매해야 한다고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 그깟 샤워가 뭐라고 file

    또 사슴을 치었다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2시가 돼서야 서류를 받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트레일러 번호가 익숙하다 했더니 낮에 내려 놓았던 그 트레일러다. 나는 왜 이리 트레일러 번호가 잘 안 외워질까? (네이슨은 트레일러 번호 외우는덴 명...

    그깟 샤워가 뭐라고
  • 실수 할 수 있는 기회 file

    앞 이야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초등학교에 갔더니 교장 로렌이 내 버스로 다가와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말합니다.   “Chang, We're all set!"   줄리안은 금년부터 내 스쿨버스를 타고 킨더에 다니기 시작...

    실수 할 수 있는 기회
  • 아직도 박정희 부녀가 그리운 사람들 file

    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26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추도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살아 생전 님께서는 국민들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

    아직도 박정희 부녀가 그리운 사람들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file

    프라임 본사 반짝 방문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잘 쉬고 출발한다. 본래 여기는 오버 나이트 파킹은 안 된다. 나는 낮에 주차한 것이니 상관 없다. 내가 출발할 무렵에는 한산해서 아무런 활동도 없었다.   Aurora에 트레일러 세척하는 곳이 있다. 처음 ...

    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가는가?” file

    경제시국토론회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평강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마지막인 12월도 일주일이 벌써 지나가고 있습니다. 취위와 함께 걷는 길에 결빙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걸음마다 조심하십시요.   지난 12월5일 민주화기념사업회 후원으로 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가는가?”
  •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file

    러 김영웅교수 기고문         2018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민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세계 공동체 모두에게 매우 큰 놀라움과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간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회담은 긍정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 기회의 방학 2018

    이제 2018년을 정리하는 각 과정의 시험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 말.. 어떤 학생들은 이미 길고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테고 또 어떤 학생들은 마지막 시험을 위해 아직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테지요.   방학. 분명한 정의를 ...

    기회의 방학 2018
  • 풍요 자유 평등 자주통일조국 [2] file

    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12-마지막회)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고리(高麗)와 조선의 1천년을 한 나라로 살아온 우리겨레가 20세기 전반은 일본의 강점, 후반부터는 반도의 남반은 미국에 종속, 북반은 홀로 선 채 분단의 고통 70여년을 살아...

    풍요 자유 평등 자주통일조국
  •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file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미국에 온 때가 1999년입니다. 벌써 이십년 가까운 날들을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미국에서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앞으로 얼마나 더 세상에서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미국이, ...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