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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윈저(South Windsor)에 있는 이 모씨의 농장 내 가옥. 침수됐던 물품들이 밖에 쌓여 있는 채 미처 치우지 못하고 있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2년 연속 피해 본 윈저 지역 동포들, “내년에 또 겪을까 겁난다...” 심적 고통 호소

시드니한인회-대한통합노인회 긴급 물품 지원, “동포사회 도움 필요하다” 당부

 

NSW 중북부 및 시드니 북서부 혹스베리, 사우스코스트 일대를 휩쓴 홍수로 이미 수천 채의 가옥이 손실되거나 파손됐으며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이다. 유실된 농작물을 감안하면, ‘100년 만의 홍수’, ‘전대미문의 혼돈’이라는 지난해 홍수보다 더 큰 피해에 직면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피해 주민들 가운데 윈저(Windsor)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한인 동포들도 포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극심한 홍수로 한순간에 농장과 가옥이 파손되고 농작물 유실을 경함한 바 있는 동포 농장주들은 올해 다시금 같은 일을 반복되면서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달 25일(금), 기자가 방문한 사우스 윈저(South Windsor) 소재 이 모씨의 농장은 3월 초 내린 집중 홍수로 물에 잠겼다가 이후 두 세 차례 더 내린 폭우로 20여 일이 지난 지금도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이 모씨가 거주하던 가옥과 창고는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던 흔적이 역력했다. 가옥 한쪽에는 물에 잠긴 탓에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한 가전제품을 비롯해 가재도구들이 쌓여져 있었고 집 내부는 대충 정리한 듯 보이지만 침수 흔적이 아직도 역력하게 남아 있었다.

3월 초, 홍수 위험이 발령돼 카운슬이 마련한 대피소로 급히 피신했던 이 모씨 부부는 3일 정도를 보내다가 지금은 시드니 이너웨스트에 마련한 임시 거주지에서 지내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사우스 윈저의 농장으로 와 침수물품을 치우고 농장을 손보고 있지만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무엇보다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아픔을 견뎌내는 일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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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끔찍한 홍수 피해를 입은 이 모씨는 비가 내리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반 이상 물에 잠겼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이 모씨의 집.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약 15년 전 이곳 농장을 구매해 가꾸어 온 이 모씨 부부는 지난해 홍수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던 터였다. 그의 농장은 혹스베리 강(Hawkesbury River)의 지류인 릭카비 크릭(Rickabys Creek) 옆에 자리해 있다. 당시 혹스베리 강이 범람하면서 릭카비 크릭까지 역류했고, 농장이 물에 잠기기 시작한 긴박한 순간, 이 모씨 부부는 4륜구동 자동차조차 물에 빠져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서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던 경험이 있다.

이 모씨의 농장 한쪽에서 양봉을 했던 대한통합노인회 김정일 회장(윈저 거주)은 지난해 홍수 당시, 이 모씨의 긴급한 전화를 받고 달려갔지만 차량이 물에 빠져 벌통을 건져내지 못했고, 김 회장의 자동차를 견인하려던 이 모씨의 차량마저 물에 잠긴 일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 모씨 부부가 홍수 경보와 함께 대피소로 피신했던 지난 3월 2일(수),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 BoM)에 따르면 윈저의 혹스베리 강은 13.77미터 높이로 불어났다. 이는 100년 만의 홍수라는 지난해 12.92미터보다 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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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드에 있는 구 모씨가 거주했던 가옥은 완전히 파손됐고, 그 흔적들 위에 임시로 남은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임시건물 뒤 나무 상태를 보면. 어느 정도 침수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이 모씨의 농장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 리치몬드에 있는 또 다른 한인동포 구 모씨의 농장 또한 피해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혹스베리 강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 올드 쿠라종 로드(Old Kurrajong Road) 상에 있는 이곳 농장의 작물은 누렇게 마른 진흙을 뒤집어쓴 채 메말라가고 있었으며, 농장은 여전히 발목까지 잠질 만큼 진흙탕 상태였다. 이곳 농장에서 고추와 참외 등을 재배하고 약간의 가축을 기르던 구 모씨의 농작물은 하나도 남은 것 없이 사라졌다. 농장에 지어 놓았던 몇 동의 비닐하우스도 거의 무너진 채 진흙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고, 구씨 부부가 거주하던 임시 가옥은 완전히 파손된 상태이다.

이곳 농장을 안내한 대한통합노인회 김정일 회장은 “판자로 임시 거처를 만들어 지내는 상태”라며 “모든 가재도구가 침수와 함께 유실돼 (본인의) 집에 있던 이불 등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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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린 구 모씨 농장 임시 가옥 한쪽. 홍수 피해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이날 구 모씨의 농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화 연락이 되지 않는 구 모씨를 한 동안 기다리다 나온 얼마 뒤 그로부터 김 회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먹거리를 사러 나갔다가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겨 연락이 안 됐다는 것이었다. 함께 방문했던 시드니한인회 강흥원 회장과 통화한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아픔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다시 이런 일을 겪을까 두렵다”는 말도 했다. 그의 말에서 2년 연속 피해를 겪은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듯했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농장의 임시 거처에서 지내며 정리를 하고 있지만 구 모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약 20년 전부터 윈저에 거주하며 사우스 윈저의 이 모씨는 물론 구 모씨와도 가깝게 지내는 김정일 회장은 “이들 모두 열심히 농장을 가꾸어 온 사람들인데, 2년 연속 이런 일을 겪게 되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리치몬드의 혹스베리 강에서 멀지 않은 구 모씨의 농장은 리치몬드 혹스베리 강의 범람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것이었다. BoM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자정 무렵 이곳 혹스베리 강은 14.13미터까지 불어났다. 이를 보여주듯 올드 쿠라종 로드 상의 키 큰 가로수들은 중간 지점까지 물에 잠겼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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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모씨가 농작물을 재배했던 비닐하우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종장이 침수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이곳 농장은 지금도 발목까지 잠길 만큼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이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NSW 중북부 지역에서 시작된 홍수 피해가 주 전역으로 확산되던 이달 초, 시드니한인회(회장 강흥원)는 NSW 주 수재민 지원 성금 모금을 시작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드니 외곽의 한인동포 농장주들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 같은 동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 동포 지원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인회 및 일부 동포들이 보내온 식재료를 두 곳의 피해 농장에 전달한 강흥원 회장은 “얼마나 더 많은 동포들이 이번 홍수로 피해를 입은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며 “어려운 시기에 피해 동포들의 아픔을 나누는 마음이 동포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합노인회 김정일 회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홍수 피해를 입은 상황이어서 특히 정신적 어려움이 클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동포들이 따스한 마음으로 이들을 격려한다면 이들도 용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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