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의 쇠퇴와 분열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한나라는 고조 이래 흉노에 대해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한 무제가 즉위하면서 충실한 국력을 배경으로 적극적인 대흉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먼저, 기원전 139년 장건을 서방의 대월지에 파견하여 흉노에 대한 협공을 모색했는데, 도중에 장건이 흉노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계략이 실패로 끝났으나 한 무제의 와심상담의 결과로 전세가 점차 한나라쪽으로 기울었다.

  한나라 군대는 기원전 121년에 하서 지방을 빼앗고 2년 후에는 고비 남쪽에  있는 흉노의 근거지를 일소했다. 하서를 손해 넣은 한은 서쪽으로 이어지는 서역, 즉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지대로 손을 뻗쳐서 파미르 서쪽의 대원(페르가나 지역)까지 그 위세가 미치게 되었다.

  그 이전 흉노는 서역에 동복도위 라는 관리를 파견하여 오아시스의 여러 나라들로부터 물자와 사람을 징발했는데 마침내 오아시스라는 수입원을 빼앗기고 좋은 목초지가 있는 하서 지방마저 상실하게 되면서 점점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바로 이때를 즈음하여 선우 자리를 둘러싸고 형과 동생간에 내분이 발생했다.  동생 호한야가 이끄는 동흉노는 한나라에 복속되고, 형 질지선우가 이끄는 서흉노는 서쪽으로 이주하여 우리 가 살고 있는 알마티 주변 즉, 텐산 북쪽 기슭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지만 질지 선우가 살해되면서 서흉노도 와해되고 말았다.

중국이 혼란에 빠질 때 흉노는 잠시 세력을 되찾고 예전의 위세를 회복하는 듯 했으나 천재지변과 전염병으로 세력이 다시 약화된다.  몽골고원에 남은 북흉노는 남쪽에서 중국과 남흉노, 동쪽에서 선비와 오환의 공격을 받고 서방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들도 2세기 경 톈산 북방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기사를 끝으로 중국 사서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유럽의 민족대이동을 촉발시킨 ‘훈과  흉노의 동족설’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이들의 활동의 주 무대였던 유라시아 초원지대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자.

유라시아 초원지대는 확실히 유목에 적합한 땅이다. 그러나 유목이라는 것이 생산성이 낮고 기상조건에 따라 성패가 크게 좌우되다보니까 유목 국가는 불안한 경제기반을 보완하기 위하여 유목외에도 약탈, 수공업, 농경민과의 교역 등 다른 방법을 써서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유목국가가 하나의 국가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유목과 상반된 정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모순에 부딪히게 된 것이었다.  

유목국가 안에서 정주적 생산활동에 종사한 사람은 중국인을 비롯한 정주 농경 사회출신자들이었다. 흉노는 수시로 중국 북쪽 변방을 침략하고 약탈을 자행했는데, 약탈이라 하면 흔히 금이나 은을 비롯한 재화를 생각하기 쉽지만 흉노인들은 주로 인간과 가축을 약탈했다.

흉노는 끊임없이 사람과 가축 약탈을 자행했는데, 이들 뿐 아니라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온 사람, 한나라에서 망명한 사람, 그리고 생활이 어려워 도망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흉노의 국가체제에 대해서는 1) 통치와 행정기구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미숙한 수장제 국가  2) 국가 형성과정의 단계  3) 지배 씨족과 그 아래에 몇 개 부족을 연합한 부족 연합 국가  4) 다른 집단을 지배한다는 데 근거하여 제국으로 보는 견해  5)마르크스, 엥겔스의 사회 발전 단계설에 의 거하여 노예제 국가로 보는 견해  6) 유목민 특유의 발달한 권력형태이자 이민족 까지 지배한 군사 민주제 제국으로 보는 견해 등 여러가지 설이 제출되어 있다.

정주민을 대량으로 붙잡아 와서 북쪽 변방에 부락을 만들고 생산활동에 종사시키는 한편, 그곳을 북방의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는 일은 개별 부족차원에서는 수행하기 힘들다. 이는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선우는 여러 지역 출신의 고문단과 부족장 회의 결정 사항을 존중하면서 군사권과 행정권, 그리고 종교적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이나 유럽과 같은 정주 사회의 척도를 가지고 유목국가를 평가하여 흉노를 국가 형성 이전 또는 그 과정에 있는 상태로 보아서는 안된다. 흉노와 같은 통치 형태야 말로 기마 유목민의 국가라고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위의 국가 체제에 관한 설 가운데서 3, 4, 6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계속)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이슬은 온 세상을 품고 있지만 file

    <시선> 이슬은 온 세상을 품고 있지만   호월 (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육신을 불사르며 세속을 떠돌다가 이제 차분한 깨달음으로 풀잎 위에 가부좌 틀고 고요한 명상에 접어든 맑은 영혼이여 작은 동그라미 속에 온 세상을 품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슬은 온 세상을 품고 있지만
  • 만리장성의 웅장함 뒤에는 국민의 눈물이 file

    장성 완성한 명나라는 침략에 의해 멸망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제가 중국 여행길에서 북경에 도착했을 때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만리 장성이었습니다. 미국의 우주항해사들이 우주 공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았을 때 사람의 손...

    만리장성의 웅장함 뒤에는 국민의 눈물이
  • "아시안에게 집 팔지 않겠다" file

    플로리다 주에만 있는 아시안 차별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분야 필진) = 미국의 50 개 주에는 각각 두 개의 헌법이 존재한다. 50개 주에 똑같이 적용되는 연방 헌법과 50개의 주가 각각 따로 제정한 주 헌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헌법과 ...

    "아시안에게 집 팔지 않겠다"
  • 힘들어도 분수는 지키고 살아야 file

    [이민생활이야기] 돌이켜보는 이민자의 삶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케네디 대통령 이민 정책 덕에 70년대 초에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많이 왔다. 40대 전 후반이 다 된 나이에 꿈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식들을 줄줄이 달고 이곳에 옮겨와 자동...

    힘들어도 분수는 지키고 살아야
  • 미녀와 맨발로 비치를 걷는 목사 file

      글=뉴스로 이계선 칼럼니스트     “와! 돌섬의 하얀파도가 우리를 덮치러 달려오고 있어요. 아름다워요.”   정숙집사가 소녀시절처럼 소리쳤다.   지난주일 돌섬통신의 독자 김정숙이 돌섬(파라커웨이)을 찾았다. 60넘은 할머니세대이건만 수줍은 생각이 들었나보다. ...

    미녀와 맨발로 비치를 걷는 목사
  • '할렐루야 아줌마' 만난 우 상병에게 대체 무슨 일이?

    [꽁트 :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3] '방언' 대신 말문이 터지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묘한 기분이었다. 오른 손에 무거운 카메라를 든 우 상병은 슬며시 게걸음으로 군단장 공관에서 벌어진 회식 자리를 빠져 나왔다. 왠지 모를 느글느글한 무엇이 복...

    '할렐루야 아줌마' 만난 우 상병에게 대체 무슨 일이?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2 file

      중앙유라시아의 이슬람화와 투르크화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아랍 침략을 받기 전 중앙유라시아에는 다양한 종교가 존재했다. 메르브를 중심으로 하는 호라산에서는 조로아스터교가 가장 유력했지만, 네스토리...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2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6

      흉노의 쇠퇴와 분열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한나라는 고조 이래 흉노에 대해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한 무제가 즉위하면서 충실한 국력을 배경으로 적극적인 대흉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먼저, 기원전...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5

      사르마트와 흉노시대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흑해 북부연안에서 후기 스키타이 문화가 번창한 기원전 4세기 경, 카스피해 북방 초원에서는 새로운 유목민 세력이 발흥하고 있었다.  이른바 ‘사르마트’라 불리는 집단이 그들이다....

  •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1 file

                            중앙유라시아의 이슬람화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소원을 빌며 나무가지에 헝겊을 묶어 놓은 모습은 카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에서 보는 유라시아 역사' – 11
  • 성소수자 친구에 대한 단상(斷想) file

    글=뉴스로 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10여 년 전에 동갑내기 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어 매일이다시피 그와 차담(茶啖)을 나누곤 하였다. 그는 독일계 유태인으로 동중부 유럽의 유태인 연구의 권위자였으며 시카고대에서 이와 관련하여 강의하였던 교수였다. 남성미...

    성소수자 친구에 대한 단상(斷想)
  • ‘어느 보수목사의 평양여행기’ file

    뉴욕서 한반도평화통일 한마당 6.15선언 제16주년 기념식         6.15 공동선언실천 뉴욕지역위원회(대표위원장 김대창)가 주최한 ‘6.15선언 제16주년 기념식’ 및 ‘제14회 한반도 평화통일 토론마당–어느 보수 목사의 첫 평양 여행 이야기’가 지난 11일 맨하탄 컬러비아...

    ‘어느 보수목사의 평양여행기’
  • “가라지를 뽑아버릴까요?” [1] file

    [아톰의 정원 3] 진짜와 가짜 골라내기   (* ‘아톰의 정원’은 김명곤 기자가 텃밭농사를 지으며 남기는 기록입니다. ‘아톰’은 야생동물을 쫓기 위하여 세워둔 허수아비입니다. 텃밭은 세 뛔기인데요, ‘25시’, ‘빠삐용’, ‘타라’로 불립니다. ‘25시’는 게오르규의 소설 제...

    “가라지를 뽑아버릴까요?”
  • 현금을 갖고 다닐 필요 없는 시대 도래할까?

    셀폰으로 결제, 미국내 다수 업소 서비스 도입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스마트 폰이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국내외 전화는 물론이거니와 그 것이 내비게이션...

    현금을 갖고 다닐 필요 없는 시대 도래할까?
  • 다시 맞는 6.25 전쟁 기념일 file

    미국 현충일에 전쟁영화를 보고 나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5월 30일은 미국의 현충일이었다. 현충일에 미국 텔레비전은 사흘 연속으로 수많은 전쟁영화를 방영했다. 이를 보니 곧 다가오는 6.25 기념일이 떠오르고 다시금 마음이 숙연해졌다. 어느 나라나 전...

    다시 맞는 6.25 전쟁 기념일
  • 밤마다 설교꿈을 꾸는 은퇴목사 file

    글=뉴스로 이계선 칼럼니스트      산상집회(山上集會)가 열리고 있었다. 산 아래서는 폭도들이 집회를 들러 엎으려고 소란하게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들이 산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올라올수록 대오(隊伍)가 정리되고 옷매무새를 고치고 얼굴빛이 경건해 ...

    밤마다 설교꿈을 꾸는 은퇴목사
  • ‘빈곤의 포르노’ 이대로 안된다! 아프리카 왜곡막아야 file

      반크, SDGs 세계 시민 교육 홍보 동영상 제작 및 SNS 홍보   뉴스로=박기태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유엔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 달성에 한국 청소년 및 전세계 재외동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세계 시민 교육 홍...

    ‘빈곤의 포르노’ 이대로 안된다! 아프리카 왜곡막아야
  • 하나는 스러지고, 다른 하나는 피어나고 file

    [아톰의 정원에서 2] 잠자리와 산도라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오늘은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 날입니다. 하나는 스러지고, 다른 하나는 피어났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잠자리 한 마리가 차고에 들어왔습니다. "요놈, 요 이쁜 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

    하나는 스러지고, 다른 하나는 피어나고
  • 투표의 힘과 투표 독려의 힘 : 이광희

    이광희 : 투표의 힘과 투표 독려의 힘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예비선거를 통해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교차됐다.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한인후보들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 본 선거 진출을 노렸던 많은 한인들이 쓰디쓴 입맛을 다시며 주류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물론...

  • 카디널 새끼들이 납치되었습니다 file

    [아톰의 정원에서 1] 카디널 새끼가 납치되었습니다   (* ‘아톰의 정원에서’는 김명곤 기자가 텃밭농사를 지으며 남기는 기록입니다. ‘아톰’은 야생동물을 쫓기 위하여 세워둔 허수아비입니다. 텃밭은 세 뛔기인데요, ‘25시’, ‘빠삐용’, ‘타라’로 불립니다. ‘25시’는 게...

    카디널 새끼들이 납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