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돌이켜보는 이민자의 삶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케네디 대통령 이민 정책 덕에 70년대 초에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많이 왔다. 40대 전 후반이 다 된 나이에 꿈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식들을 줄줄이 달고 이곳에 옮겨와 자동차정비공 혹은 전기용접공 등으로 살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 상당수였을 것이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온 가족이 합심하여 돈을 모으고 자영업을 시작하여 그런대로 살 만 해지니 조국 나들이를 나간 사람 중에는 자신의 형편을 터무니 없이 부풀려 말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80년대에 조국 나들이를 가서 친지들에게 자신이 미국 땅에서 수퍼마켓 여러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뻥을 쳤었나 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해 해외여행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었던  90년대에 나는 한국에서 관광을 온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낯이 뜨거워졌었다. 한국에서 자랑을 하던 사람들이 정작 미국에 와서 보니 흑인촌에서 구멍가게를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물론 구멍가게라 할 지라도 오지나 가난한 동네에서는 수퍼마켓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해하는 수퍼마켓처럼 과장하여 부풀린 탓에 직접 와서 본 사람들이 큰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들이 감히 미국까지 와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상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쨋든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땅 후미진 곳에서 체면 벗어던지고 열심히 일을 했다. 어느 가정은 몸을 돌보지 않고 일만 하다가 부인은 일찌기 저 세상 사람이 되었고, 남편은 한국으로 혹은 타주로 돌아다니다 늙고 병들어 다시 이곳으로 와서 살았으나 얼마전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뒤늦게야 들었다.

 

노동 이민자들이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도 그 중 한사람이다. 이민초기부터 건강에 신경을 쓰고 일을 했어야 하는데, 병 걸리고 나서 후회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버스는 멀찌감치 떠난 후였다. 20년을 아랫니가 없이 살았으니 벌을 받아도 나는 많이 받은 사람이다. 이는 오복 중 하나라고 했는 데 복 하나가 엉망이 됐으니 말이다.

  

며칠 전 저 세상사람이 되신 분은 이민온 후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술과 담배 등 몸에 독이 된다는 짓을 고루고루 했다. 그나마 현실을 망각하지 않고 분수를 지키고 산 덕분에 마음만은 천국으로 살고 있다.

  

 이민자들 중에는 왜 그렇게 자신을 부풀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지 알 수 없다. 현실을 만병은 마음에서 얻는다고 하였으니 내가 모진 병을 얻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 때였다. 대 수술후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입이 됐지만, 20년 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은 덕에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 같다.

 

미국땅에 살면서 영어 울렁증에다 환경 변화로 삶을 자포자기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국땅에서 가장의 책임은 더욱 중요하다. 타국에 살면서 기둥이 무너지면 그 가정은 박살난다. 이민 1세대인 가장은 늙어도 이런 노래를 흥얼대며 살아야 한다. “80살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모가 있어 못간다고 전해라!” 

  

이 땅에서 10년만 살아도 한국과 이곳의 삶의 질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향도 아닌 타국에서 살자고 결심을 하고 왔으면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한다. 남의 삶을 부러워 한 나머지 자신을 부풀릴 필요도 없다. 자신에 맞는 분수  있는 삶을 살아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분수대로 살아야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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