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독자) = 중환자실 입구에서 주치의를 붙잡고 울부짖는 환자 보호자들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아릴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 의사를 붙들고 울부짖었던 일이 딱 한번 있었다. 의식 불명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동생이 병원에 누워있을 때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병실에 있는 중환자들은 모두 죽지 않아야 할 이유들이 가득하지만 끈질기게 꿈틀대던 생명은 대부분 힘을 잃는다.

죽음은 대 제국의 황제나 억만장자 그리고 가난뱅이 촌부에게 차별 없이 다가온다.

현대는 젊게 보이게 해 주는 미용이나 성형관련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죽으면 모든것이 끝난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젊음의 유지야 말로 삶을 연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노화를 멀리하고 죽음을 멀리하려는 몸부림의 이면에는 영생을 잃은 피조물의 애처러운 갈증이 흘러내린다.

다들 죽음의 냄새가 삶에 젖어 들지 않기를 바라기에 화장터는 최대한 멀리 두고, 병약하고 노쇠한 이들은 별도의 시설에 두며, 시신은 아름다운 꽃으로 치장한다.

탄생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는 새 생명의 탄생에 환호하다가도 급히 빈소로 달려와 흐느끼는 일이 빈번하다.

누군가로부터 갠지스 강의 사람들의 모습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곳 역시 강 한쪽에서는 시신을 화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물을 마시고 목욕하는 삶과 죽음이 엉켜있는 곳이라 한다.

삶과 죽음이 가까이 공존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참 헤아려 본 적이 있다.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이들의 가슴은 얼마나 저밀까.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들과 함께 하는 의사들은 생명의 위대함과 인간의 덧없음을 얼마나 절실히 체험할까. 마지막 호흡을 지켜보는 간호사들은 얼마나 자주 마음을 하늘로 향할까. 쉴 새 없이 주검을 대하지만 매번 마음이 떨린다는 장례 지도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죽음을 접할 때마다 무엇보다 영원에 대한 소망이 크게 인다.

이미 죽음으로 기울어진 몸을 가진 환자라 하더라도 눈빛이 사슴처럼 영롱해 질 때는 기도할 때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연신 ‘아멘!’ 하며 화답하는 목소리에는 영원한 삶에 대한 간절함이 애달프게 묻어 나온다.

얼마전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난 젊은 여인의 장례식이 있었다.

여인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의 사랑과 친척과 이웃의 사랑을 받으며 자유롭게 어리광 부리면서 사춘기를 보내고 낭만 넘치는 아가씨 시절을 거쳐 부푼 마음으로 결혼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를 두었다. 그러한 영혼이 숨이 끊어지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참으로 믿기기 힘들었다.

깨알 같은 사연과 감정을 품고 배우자와 함께 웃고 울고 사랑을 나누며 살던 여성이 짧은 세월을 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의학도 다 설명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힘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신비하게 심장이 뛰고 허파가 움직이고 피가 흐르고 스스로 해독하고 체온이 조절되는 오묘한 몸이 그렇게도 허무하게 사라진단 말인가.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그들이 어느 누구보다 영원에 대한 소망을 간절히 가지고 이겨내리라 소망해 본다.

  • |
  1. 신동주.jpg (File Size:2.9KB/Download:5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빚 없는 내가 최고 부자다” file

    새마을 운동의 살아있는 전설 하사용 옹을 보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빚 없는 내가 최고의 부자다” 이 말의 주인공은 새마을운동의 살아있는 전설인 하사용 옹이다. 그는 고 정주영 회장과 같은 차를 타고 울산으로 가면서 “많은 빚을 지고 큰 사업을...

    “빚 없는 내가 최고 부자다”
  • [기고]  홍범도 장군 묘소,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file

                                              무성한 잡초와 깨진 보도블록이 황량함 더해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 수석연구원)   <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시에 있는 홍범도 장군 묘소. 2016년 9월2일. 사진 = 김상욱>   <홍범도 장군 기념공원 안내판.  2016.09...

    [기고]  홍범도 장군 묘소,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추석 성묘..추석은 슬픈 날 file

    워싱턴=뉴스로 신필영칼럼니스트           어제 St Louise 에서 歸家했습니다   어느 한 여자회장님으로 부터 받은 선물 New Mexico Pinon Coffee 로 秋夕아침을 열었습니다   커피향이 진하게 안경을 흐리게 하는가 했더니 가슴에 까지 내리고 있었습니다.   송편이 아...

    추석 성묘..추석은 슬픈 날
  • '골 때리는' 채소를 아시나요?

    [아톰의 정원 9] 플로리다에서 키우는 '여수 돌산갓' 이야기   ▲싱싱 펄펄한 여수 돌산갓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에 온 지 20 수년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서울 종로 5가를 지나치다 옛 기억을 되살려 각종 씨앗가게가 있던 종묘...

    '골 때리는' 채소를 아시나요?
  • 대체 언제까지 북핵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 file

    [시류청론] 북핵개발 부추기는 박근혜와 유엔 안보리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은 지난 9월 5일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데 이어 나흘 후인 9일에는 폭발위력이 엄청나게 강한 핵탄두를 지하에서 폭발시키는 핵탄두 기폭시험을 진행했다. 군사전문가...

    대체 언제까지 북핵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
  • 안단테 칸타빌레 file

    안단테 칸타빌레     [구월 시선]          호월 (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나비의 날갯짓을 보라 하늘을 가로질러 건너는 보름달의 행보를 보라 학의 걸음걸이 돛배의 미끄러짐 봄이 오는 소리 남녘의 미풍 한가을 뭉게구름 목련의 향기 장강의 흐름 여름에는 학이 난...

    안단테 칸타빌레
  • 거리서 묵묵히 매맞는 소년, 미국서 가능할까? file

    부모 훈계가 아직 절대적인 한국 전통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수 년 전에 부모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불을 지른 박 한상 사건이 있었습니다. 재산 때문에 대학교수가 아버지를 살해한 김 성복 사건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남가...

    거리서 묵묵히 매맞는 소년, 미국서 가능할까?
  • 텃세 이기고 당당하게 살아라! file

    경기에 졌어도 실력으로 지지 않은 리틀 리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독자) = 지난 달 21일 오후 3시부터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리틀 리그 결승전 중계를 시청했다. 한국팀과 뉴욕주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출신 팀과의 경기였다. 나는 이 경기 속의 한국 어린이 ...

    텃세 이기고 당당하게 살아라!
  •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 file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벌써 2년이 지났건만, 이 말은 여전히 심장을 후비고 가슴을 찢는다. 물이 차 올라도, 배가 기울어도, 친구들과 두 손 꼭 잡고 그 말을 믿고 기다렸던 꽃다운 아이들은 검은 바다 밑에 수장됐다. 믿음은 비극이 되어 돌아왔다...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
  • 추석생각-동생의 전화 file

    “자넨 박학다식이 중졸이야”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따르릉 따르릉”   새벽 2시를 깨우는 전화벨소리에 나는 꿈을 꾸다말고 벌떡 일어났다.   “형님, 저 셋째 계응이예요. 저와 큰형님이 지난해 죽은 막내 완이네집 건물을 봐주러 내일 서울로 올라가요. 형님이 ...

    추석생각-동생의 전화
  • 4대강국, 북한 핵개발 왜 묵인할까 file

    ‘한반도 갈등’을 먹고 사는 자들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북한의 5차 핵실험 성공은 단순한 하나의 핵실험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사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미사일 능력 또한 기술적으로 진전됐다”면...

    4대강국, 북한 핵개발 왜 묵인할까
  • 창가는 애국 계몽가, 일본노래 아니다 file

      작곡가 이호섭 논문에서 밝혀     <작곡가 이호섭선생>   그 동안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불렸던 창가,  특히 7.5조 창가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시가형식으로 알려져 왔으나 일본에는 7.5조 시형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음악형식도 서양에서 도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

    창가는 애국 계몽가, 일본노래 아니다
  • ‘사케의 탄생’..우리는 왜 못하나? file

    일본의 문화전략..타산지석 삼아야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nyhotpoint@gmail.com         지난 몇년간 카네기 홀, 링컨센터 공연 행사를 비롯해 Korea Society, Japan Society 등에서 멤버로 등록하고 많은 공연들을 접해 왔다. 물론 지금은 BAM(Brooklyn Academy M...

    ‘사케의 탄생’..우리는 왜 못하나?
  • 인생의 마지막 길 file

    [행복칼럼]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독자) = 중환자실 입구에서 주치의를 붙잡고 울부짖는 환자 보호자들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아릴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 의사를 붙들고 울부짖었던 일이 딱 한번 있었다. 의식 불명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동생이 병원에 누워있을 ...

    인생의 마지막 길
  •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는 습관을 가집시다

    심각한 오판 막고 원만한 관계 만들 수 있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배우자나 부하직원이나 또는 자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 않고 도중에서 말문을 막아버리는 경우가 있지요? 효과적인 지도자는 ...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는 습관을 가집시다
  • 한일정상 러 동방경제포럼 단상 file

    '아베 조명, 박근혜 글쎄..'   뉴스로=김원일 칼럼니스트 / 모스크바프레스 발행인         9월 2일과 3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출장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즐겁고 유익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차원에서 볼 때는 알맹이가 없고 겉보...

    한일정상 러 동방경제포럼 단상
  • 정세균의장의 방미 유감 file

    국내용 기념사진 순례 이제 그만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한국 국회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대 대표단의 오는 12일 워싱턴 방미(訪美) 소식은 몇가지 생각에 젖게 만들었다. 정의장은 14년만에 야당출신 의장답게 개회사를 통하여 소신으로 정치현안을 언급...

    정세균의장의 방미 유감
  • 존 레논의 부서진 안경 file

    뉴스로=신필영 칼럼니스트     안부 입니다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잤나 봅니다 어제 저녘에는 유난히도 어둠이 일찍이 당겨 왔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신호인듯 합니다     나는 왜 가을이 오는 것을 일조(日照)를 통하여 알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파란 하늘과 바...

    존 레논의 부서진 안경
  • '스프레이 페인트' 아티스트 아시나요 file

    맨해튼에서 만난 러시아청년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유럽만큼 쉽게 거리 예술가를 볼 수 있는 도시를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뉴욕을 떠올리게 된다. 브레이크댄스를 격하게 추는 춤꾼들부터 지하철역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 성악가들 그리고 타임스퀘어에서 ...

    '스프레이 페인트' 아티스트 아시나요
  • 트럼프의 분열적 드럼 연주 file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이 아메리카나 땅에서 산지 강산이 두번하고도 반이 바뀌었지만, 고국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등을 미국과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생각해보는 일들이 많아져 간다. 특히나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 ...

    트럼프의 분열적 드럼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