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쉬'를 다시 보면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미국에서 살다보면 텔레비전에서 '매쉬( M.A.S.H.)' 라는 아주 오래된 드라마를 종종 보게 된다.

이민 초기에 나는 텔레비전을 10불 주고 샀으나 거의 보지 않았다. 자주 고장도 났지만 너무 바삐 살다 보니 텔레비전 볼 시간도 거의 없었고 3D 노동에 지쳐 감정도 무디어져 있었다.

일손을 놓은 뒤에야 텔레비전 앞에 편히 앉아 채널을 돌리고 있다.

매쉬는 지금 보면 촌극 같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면이 천연색이니 70년대 초에 미국땅에서 촬영한 것이고 등장하는 한국인은 주로 동남아 사람들이었다.

30분짜리 단막 연속극은 한국 전쟁 때 미 육군 이동외과병원에서 군의관 및 간호장교 그리고 위생병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리며 마지막에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문제는 그 야전병원이 한국전쟁때 전선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니 한국인으로서는 당시 한국인들의 처참한 삶을 다시 보는 것이 민망할 수 밖에 없없던 것이다.

그때 어느 한인단체에서 ‘매쉬’는 동맹국인 한국을 너무 무시하고 모욕하는 드라마라며 텔레비전에서 상영을 금지시키자는 서명운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지난 일요일 내가 좋아하는 존 웨인 주연의 카우보이 영화나 한 편 볼까 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그런데 화면에서 '매쉬’ 가 나와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텔레비전에서 이 드라마를 다시는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내보내고 있는 것에 다소 놀랐다.

화면에서는 허름한 옷과 더러운 몸의 한국 아이 몇이 식탁에 앉아 있다. 사병이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쨈을 바르고 그 위에 또다른 빵을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사이에 아이들은 식탁위에 놓인 빵을 미군 모르게 슬쩍하여 더러운 옷속에 쑤셔 넣고 있다.

위생병은 이를 보고도 못 본척 하면서 빵에 쨈을 발라 먹으면 더 맛이 있다고 말하며 빵을 도로 뺏어온다. 이 장면은 늙은 서양 여인이 전쟁고아들과 피난 중 한 아이의 진료 도움을 받기 위해 야전병원을 찾았을 때 잠시 발생한 상황을 그린 장면이다.

나는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세대이다. 그것도 너무 뚜렷하게 기억한다. 특히 미군과 관계된 것은 67년이 지난 지금도 상세히 기억한다. 나는 당시 하우스 보이, K.P.(미군식당 청소부)로 일했고 오랜 군대생활을 하면서 미군과 마주치며 지내기도 했다. 결국은 미국으로 이민와서 내일 모래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아 온지 만 43년째이다.

드라마 매쉬는 너무 인기를 끈 탓에 지금도 많은 미국인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 부부는 한국인 이민자 위상에 먹칠하지 않으려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비록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직업일지라도 이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살았다.

지금도 낚시터에 가서 고기를 잡고 돌아올 때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오는 데, 이런 조그마한 일도 한국인 이미지를 항상 유념하고 있어서인지 모른다. 정원을 열심히 가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 집 한 집이 동네 집값에 영향을 주는데, 더구나 우리가 동양인이어서 돋보일 수 밖에 없으니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비록 조그마한 일이지만 나는 이것이 내가 떠나온 조국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드라마 매쉬를 볼수록 지금의 달라진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도 더욱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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