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주인공된 영화인들

 

깐느=클레어 함 칼럼니스트(영화인|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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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깐느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가운데, 주최측이 지난 23일 오후, 영국 맨체스터 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1분 묵념(黙念)의 시간을 가졌다.

 

멀리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이지만, 이 소식은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영화제 주최측이나 영화제 참가자들에게도 사뭇 큰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깐느영화제는 70년 역사 처음으로 공항 보안을 방불케하는 금속탐지기를 행사장 곳곳에 설치하고, 심지어 행사장내에서도 임의 검색을 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배우들과 감독들이 깐느 공식 경쟁부문의 상영에 앞서 행하는 레드카펫 행사시에는 인근 건물 지붕에서 저격수(狙擊手)들이 잠복해 있다. 행사장 근처에는 조준할 준비가 되어있는 기관총을 들고 다니는 군인과 경찰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한마디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깐느영화제의 이런 삼엄한 경계는 지난 여름, 프랑스 혁명 기념일(바스티유의 날)에 무려 86명의 사망자 및 434명의 부상자를 냈던 니스 테러와도 무관하지 않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깐느영화제는 더 이상 아름다운 해변에서 편안만 마음으로 영화와 파티만을 즐길 여유가 없고, 변화하고 있는 유럽의 정세에 예외일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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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가 없던 삼엄한 보안절차로 24시간 정신없이 바쁜 영화 관계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보안 검색을 위한 긴 줄을 서다보니, 마켓 부스에 있는 미팅이나 영화 상영에 늦는 것은 다반수이고, 기관총을 들고 다니는 군인들을 상시 마주하며 불편한 심경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영화제 주최측의 결정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올해로 31년째 깐느영화제를 찾은 미국 Sydneysbuzz의 파워불로거 겸 컨설턴트 시드니 레빈(Sydney Levine) 씨는 "깐느영화제가 워낙에 규모가 큰 행사라 테러범에게는 완벽한 타겟이 될 수 있는데 아직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랑스는 지금 포위상태다. 모든 것이 정상인 듯 하고 지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런 보안절차는 정당하다고 본다.

 

니스에서 살면서 영화제기간 프레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뮤리엘(Muriel)씨는 "이런 절차가 너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필요악이다'라며 "프랑스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테러들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쉽진 않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匿名)을 원하는 스위스의 한 바이어는 심지어 테러에 대한 불안감으로 "4살된 딸을 생각하면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주 열렸던 이스라엘 리셉션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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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깐느를 찾는 스웨덴 솔리드 엔터테인먼트(Solid Entertainment)사의 베테랑 프로듀서 마그누스(Magnus Paulsson) 씨는 이런 상황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을 고안해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바쁜 영화제 스케줄에 지장이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미팅을 공식 행사장 밖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깐느 해변가에서 열리던 공식 리셉션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본인 영화들을 홍보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개별 영화인들은 새벽 늦게까지 여기저기 술집에서 열심히 네트워킹을 하는 모습도 흔하다.

 

저렴한 가격과 심야영업으로 깐느영화제 영화인들에게 제일 인기있는 바, Le Petit Majestic에서 마주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헤르빈 탐스마(Gerwin Tamsma) 프로그래머는 이런 영화제의 방침에 다소 회의적이다.

 

"유럽인들은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자유를 조금 양보해도 된다는 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나? 여기를 둘러봐라. 백여명이 넘는 이들이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데 테러리스트가 원하면 언제든지 윗 창문에서도 공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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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일상인 콜롬비아 메데인(Medellin)에서 영화제를 찾은 에스테반 로페즈(Esteban López) 씨도 "이런 보안은 지나친 것 같다. 테러리즘을 예방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바닷가에 정박(碇泊)해 있는 군함을 보며 영화제에 참가하는 2017년 깐느영화제. 이제 유럽은 테러의 위협에서 아무도 자유로와질 수 없나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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