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 그들은 ‘키친’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대기실에서 곧 막이 올라갈 ‘요리’라는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며 감독이다. 관객인 우리는 쉐프가 지휘하는 다양한 재료들로 꾸며진 변주곡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배를 부르게 하는 것으로서의 음식이 아닌, 우리들 삶의 중요한 문화의 일부가 됐다. 미각만이 아닌 오감으로 느낄수 있는 총체적 경험을 선사한다.

 

한 쉐프의 ‘인스타그램’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요트…그안에서 신나게 춤을추며 요리하는 임은제 쉐프.

기업, 웨딩, 파티 등 행사 성격에 따른 맞춤 케이터링 전문 업체 ‘Me and Pantry’를 운영하고 있으며, 럭셔리 슈퍼 요트 투어, 대여, 이벤트 사업체의 쉐프다.

2007년 시드니 컨벤션 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는 조지부시 담당 쉐프였고, 최근 세계적인 팝스타 리한나가 그의 요리를 맛보는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전 세계의 유명한 셀럽들의 음식을 담당했다.

쉐프의 부엌은 어떤 모습일까. 시드니에서 1시간 반가량 떨어진 곳에서 사는 임은제 쉐프 집을 방문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이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맑은 날씨 속에 집 밖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모든이의 로망을 담은 화이트 부엌과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 모두 하나의 작품 같았다.

 

쉐프의 부엌

<누구나 로망하는 새하얀 북유럽 스타일의 오픈형 키친으로 되어있다. 임 쉐프가 표방하는  ’Invitation Food Love’처럼 탁트인 공간에서 함께 요리하고 단란하게 식사를 할수 있게 꾸며져 있다.

북유럽 스타일의 주방공간이라고 하면 하얀 페인트로 마감된 벽과, 우드소재의 바닥, 라인이 강조된 타일 등을 떠올린다.

임쉐프가 손수 디자인한 공간으로 북유럽스타일을 고수하며 디자인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스타일로 하나씩 꾸미다 보니 누구나 로망하는 북유럽 스타일의 공간이 되었다고.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기분좋은 부엌으로 하얀색으로 통일해 간소하고 심플해 보이지만 멋스러움을 담았다. 화이트 컬러에 대비되는 블랙 컬러의 의자와 철제 아이템 등은 심플한 공간에 무게감을 조절했다.>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한다

“똑똑똑… 일자리 있나요?” 영어 몇마디 할줄 몰랐던 그는 호주에 왔으니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곳에 일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최고급 레스토랑 베네롱(The Bennelong Restaurant)의 문을 두드렸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동양 여학생을 반가워할리 만무하다.

대학을 마치고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을 하다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다. 울티모 Tafe에서 영어를 배웠던 그는 걸어서 55분 걸렸던 레스토랑에 매일 찾아갔다. 차갑게 거절을 해도 계속 찾아오는 동양인 여학생을 레스토랑 매니저는 결국 받아줬고, 추후 라이드Tafe에서 호텔경영(Hospitality management)을 배워보라고 조언해 줬고, 그의 쉐프 인생의 시작됐다.

당시 베네롱 레스토랑은 전통 프랑스 요리를 추구했다. 유일한 동양인 그것도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 배경을 지닌 직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은 비일비재였다. 하루는 직원이 밀쳐 넘어져 큰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울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에게 매니저는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울고 앉아 있기만 할꺼면 집에 가는게 낫겠다. 만약 지금 가면 너는 실패자가 된다. 이런 일은 항상 발생하는데 울고 집에 가면 평생 실패자에 불과하다. 선택은 너에게 달렸다”

지금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찾아올때면 그때 순간을 떠올리며 참고 견딘다고 임은제 쉐프는 말한다. 힘든 순간이 쌓여 단단해 지고 그렇게 한뼘 더 성장해 나간다.  

쉐프의 요리

임은제 쉐프의 공간에 초대 받은 당일엔 ‘용궁’을 컨셉으로 2018년 새해에 용왕의 기운을 받아 좋은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씨푸드 요리가 기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Fruit & cheese dried fruits platter

호주의 작은 시골 동네, 소박한 오가닉 과일과 다양한 치즈처럼 우리는 삶을 나눈다. 

Degustation

쉐프만의 스타일을 연구해 오던 중, 디거스테이션이야말로 하얀 접시 안에 그리는 색깔 그림이라 생각해 작은 세상속에 다양한 무지개 음식을 만들어 왔다.

음식이야 말로 눈으로 즐기고, 접시 안에 작은 세상속을 들으며, 입으로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쉐프만의 노력이 보인다. 음식은 공유하고 음식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음식으로 사랑을 나누고, 음식으로 소박하게 만든다. 음식은 곧 초대이자 사랑안에 사랑이다.

 

Sealed Scallop on shell w salmon caviar & Lime soy vinaigrette

하얀 살 생선과 새우를 허브와 크림에 볶은 뒤, 팬 프라이한 스칼럽을 위에 살짝 얹어 동양의 스위트한 라임과 소이 소스를 프랑스 스타일로 드레싱을 만들어 크림의 무거운 맛을 융화 시켰다.

Ash-goat cheese w blue cheese dressing & smoky tomato relish on Chinese spoon

숯가루를 뿌린 부드러운 염소치즈를 얇게 슬라이스 해서, 강렬한 블루치즈와 고소한 참깨를 함께 갈아 만든 드레싱을 컴비네이션한 조화, 직접 훈제해서 만든 토마토 잼으로 입맛을 상큼하게 한다.

Beetroot relish w pan fried German salami, prosciutto & spiced apple chutney

직접 오븐에 구워 잘게 다진 비트루트를 오가닉 애플 사이다 식초와 브라운 슈가 그리고 향신료에 진중하게 끓여 독일산 돼지 소세지와 프로슈토를 직접 사과 농장에서 구해온 사과로 만든 잼과 함께 어우러진 임 쉐프만의 스타일.

 

Main

Pan sealed salmon & salmon gravlax w brushed pea puree, asparagus & black caviar

임쉐프는 물 위에서 요리하는 뱃사람이다. 요트를 타고 저 멀리에 나가 며칠이던, 몇 주이던 요리에만 전념하게 된다. 가끔은 저 멀리 인터넷도 전화로도 통신 할 수 없는 곳에서 하늘과 물과 요트와 그만이 함께하게 된다.

매일 낚시를 한다. 잡은 물고기로도 감사함을 느끼며 프라이팬은 또 달궈진다. 그래서인지 물고기 요리는 항상 바닷사람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추억을 준다.

여름 냄새를 맞게해주는 차가운 살몬에 설탕과 소금, 오렌지 껍질, 오렌지를 짠 주스, 허브에 24시간 재어 둔 연어 그래블랙스(gravlax; 소금과 여러 가지 허브를 이용하여 저장한 연어)

너무 예쁜 주황색은 몸 중심의 힘을 넣어 준다. 그 힘을 에너지로 쓸수 있는 초록색 음식,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크림 조금 섞어 부드럽게 간 완두콩은 완벽한 색의 조화다.

 

Dessert

Masala chai tea cake w white chocolate biscotti, dark chocolate mousse

Spiced red wine sauce

요즘은 세계적으로 수퍼푸드(활성산소들을 제거하고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웰빙식품)에 집중되어 있다.

차이 티 우려낸 물을 우유대신 사용하고,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분리해 곱게 휘핑한 케익믹스를 만들어 이태리 전통 비스코티로 수퍼푸드 대열에 합류했다. 커피와 함께라면 제맛이지 않을까. 안티옥시젠에 좋다는 85% 다크 초콜렛을 이용하여 무겁고 씁씁한 초콜렛 무스로 달달한 맛을 좀 진정시켰다. 레드와인, 차이티와 걸 맞게 인도 향신료로 쓰는 씨앗들을 모아 오렌지 껍질과 함께 은근하게 푹 졸여 초콜릿의 맛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다.

 

성실·겸손함에 답 있다

이후 음식 핸들링, 테이블 세팅 등 4차까지 시험을 보고 시드니 컨벤션 센터 서비스파트 비즈니스 VIP 섹션에 웨이트레스로 취직했다. 베네롱 레스토랑에서 틈틈이 커피 만드는 것을 배운 것도 컨벤션 센터에서 인정을 받는데 한 몫했다. 임 쉐프의 커피를 찾아 매일 방문하는 단골손님이 있을 정도였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로즈베이에 위치한 전통유대인들이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무급으로 가서 일을 하며 실력을 쌓기도 했다. 이러한 성실함을 눈여겨본 레스토랑 파트에서 러브콜이 왔고, 컨벤션 센터에서 먼저 영주권 제의를 해 받게됐다.

컨벤션 센터에는 당시 약 5,000천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풀타임 정직원은 450여명이었고 그 중 한명이 임은제 쉐프였다. 다른사람에 비해 경력도, 배경도 없는 동양인 여학생을 이렇게도 특별하게 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 쉐프는 자신도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가능성을 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20시간 로스터를 받고 해당 페이를 받았지만 30시간 이상 일을 했고, 헤드 쉐프 위치가 되어도 하지 않아도 될 냉장고 청소, 정리 같은 허드렛일도 도맡아 했다.

그의 성실함과 겸손함은 어느곳에 가도 인정을 받는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쉐프로 맡은 첫 미션은 한국에서 9명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행사의 메인 요리였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육회를 컨셉으로해 호주만의 특색을 살린 요리로 ‘캥거루 사시미’를 만들어 호평일색을 받았다.

이후 2005년에는 암웨이 컨퍼런스 전세계 9천여명 참가한 컨퍼런스 총괄 관리 2007 APEC 에서는 당시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의 요리를 담당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며 인정받으며 컨벤션 센터의 쉐프로 자리잡아갔지만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는것도 계속됐다. 하루는 다른 쉐프로부터 모욕적인 말과 함께 던진 도마에 맞아 다치는 일이 생겨 사표를 내는 일이 발생했다.

 

 

임쉐프 요리의 세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요리를 할때 항상 기도를 합니다. 내 요리를 통해 축복을 받고 힐링을 느낀 손님들이 또 다른사람과 행복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인정받기 위해 욕심을 냈다. 묵묵히 열심을 하다보니 어느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상위 1%의 고객들에게 아무리 값비싼 화려한 음식들을 선보여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어느날 요트 위 광활한 바다위 한가운데서 360도로 펼쳐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는 너무 축복받고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 감사함을 요리로 나눠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요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것 같다고 임 쉐프는 말한다. 요리에 마음을 다해 나만의 스토리를 담은 요리를 선보이니 셀럽들이 그의 요리 이야기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기자를 초대한 당일엔 ‘용궁’을 컨셉으로 2018년 새해에 용왕의 기운을 받아 좋은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 요리 설명을 시작했다.

요트위에서의 음식은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메뉴가 정해진다. 한번은 인도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이 거의 준비되고 서빙을 하기 1시간전 파도에 의해 배가 요동치면서 요리가 모두 쏟아져 버렸다.

패닉 상태같이 빠졌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고자 애썼다. 음식 서빙이 다 마쳐지고 후들거리는 다리와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러 나갔는데 생애 첫 기립박수를 받았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요리에 관해서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진 임 쉐프와의 대화는 시간가는줄 몰랐다.  

임은제 쉐프가 운영하는 맞춤 케이터링 전문 업체 ‘Me and Pantry’의 모토는’Invitation Food Love’다.

사랑으로 만든 요리의 세계에 당신을 초대한다. 임은제 쉐프의 요리 이야기는 앞으로 톱우먼과 톱신문을 통해 연재된다. 

 

http://topdigital.com.au/node/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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