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찾아오는가?  

수천 년 동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국토인데 왜 금단의 땅이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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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16일에 오클랜드의 노스 하버 스타디움(North Harbour Stadium)에서 열렸던 U-17 소녀 축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북한과 미국 팀이 겨루게 되었다. 미국 팀은 한국 팀 의 4강 진출을 무너뜨린 강팀이었다. 이러한 미국 팀이 결승전에서 다시 한민족 팀인 북한 팀과 우승컵을 쟁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다른 유럽 팀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팀은 흑백 혼혈뿐만 아니라 온갖 인종들이 섞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때 결승전은 인구 2천 5백만의 가난한 나라 북한 팀과 3억 2천 6백만 인구에 세계 최강국임을 자랑하는 미국 팀과의 경쟁이었다. 

 

또한 한민족의 일부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북한 팀과 세계 여러 민족이 혼합되어 살고 있는 미국의 국민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과의 경쟁이었다. 미국은 물론 서구 문화권 국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이벤트가 되었다.

 

결승전에 앞서 3, 4위를 가리는 독일과 영국의 경기가 펼쳐졌던 관계로 경기장은 온통 유럽계 키위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질 않았다. 

 

개별적으로 입장한 일부 한인들이 있었겠지만 키위들 틈에 끼어 묻혀버렸다. 전날 저녁 언론 인터뷰가 간단히 있었고 응원 때는 ‘KOREA’를 연호했으면 좋겠다는 동의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당일 분위기는 응원이 이루어질 태세가 되지 못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첫해로 남북 관계가 껄끄러웠던 때였고 따라서 한인회나 체육회 차원의 단체 행동도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2분 만에 어이없이 선취골을 내어주고 말았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의 기량은 미국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았고 체력도 마찬가지였다. 볼 장악력이라든지 공격횟수, 슈팅 횟수 등 게임 내용도 우수했다. 물론 미국 팀도 결승에 진출한 팀답게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1:0 으로 리드를 당한 채 후반전에 들어가 소나기처럼 밀어붙이는 공격의 우수성을 발휘했으나 운명의 여신은 북한 편이 아닌 듯했다. 후반 30분이 지나고 불안감이 엄습해갈 무렵 어시스트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동점 골을 얻어냈다. 

 

관람객석에서는 키위들이 ‘코리아’를 연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연장전 전반에서도 승부를 기리지 못하고 숨 가쁘게 공방이 계속되던 후반 끝 무렵 월드컵 대회를 마무리하는 북한 선수의 볼이 골인 되자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돌면서 환호하는 관람객들에게 하이 파이브(Hi Five)로 답례했다. 소녀들은 틀림없는 배달겨레의 딸들이었다. 앳된 표정, 기쁨의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 부드러운 손에서 감촉되는 한민족의 전류가 온 몸속에 퍼져나갔다. 

 

우승을 마무리 짓는 순간 ‘KOREA’를 연호하는 함성이 장내를 흔들고 우승 세리머니(Ceremony)를 할 때 ‘아리랑’노래 가락이 울려 퍼졌으면 얼마나 감격적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과 같은 남북 화해 무드가 진행될 때였더라면 주관 기관이 있어 응원을 조직화하고 짜임새 있게 준비를 해 민족적 동질감을 성취하고 더욱 뜻있는 계기로 활용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Blood is thicker than water)”고 했다. 인간관계에서 핏줄을 나누지 않은 사람보다는 같은 핏줄로 이어진 사람에게 더 끌리고 정이 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인간사회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같은 혈연끼리의 유대감을 말함이다. 

 

사람은 물론 동물들도 자기 피붙이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애정을 쏟는 것이 창조주의 섭리이다. 얼굴이나 모습이 닮았고 하는 행동도 닮아 가는데 사랑하지 않을 부모형제가 있겠는가? 이를 범위를 넓혀보면 한민족은 수천 년 동안 한 핏줄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고유한 언어와 문화공동체를 이루어 단일 민족 국가를 형성해왔다. 그리고 572년 동안 고유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모여 한 나라를 형성한 것과는 다르다. 20 세기에 들어 불행히도 일본에 의해 나라를 잃게 되고 8.15 해방을 맞이했지만 강대국의 탁상 흥정에 의해 다시 남과 북으로 갈리어 단일민족, 두 개의 국가를 형성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전 한반도가 초토화 되는 비극을 겪고 배타적인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다시 70 여 년이 흘렀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찾아오는가? 

 

얼음이 녹아야 봄이 오는 법인데 70년이 넘게 얼어붙은 땅에 당장 봄이 오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굳은 얼음이 금방 녹아내릴 거라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단계적으로 실천해나갈 일이다. 

 

우선 인적교류, 문화교류, 경제교류로 물고를 튼 다음 통일을 향해 서 전진해나가야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을 통해서 백두산을 올라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히말라 야(Himalaya)를 등반한 문대통령으로서는 남북 교류의 첫 단추를 낀다는 의미에서라도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우리의 국토인데 왜 남과 북은 서로 금단(禁斷)의 땅이 되었는가? 

 

한-중 국교가 수립되고 나서 1993년 학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고 백두산을 등정한 일이 있었다. 백두산 천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천 공항에서부터 비행기, 자동차, 비행기, 기차, 일반 자동차, 4륜구동형 승용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번갈아 타며 교통 시간만 약 20 시간이 소요되는 대장정을 거쳐야 그나마 중국 측 천지에 이를 수 있었다. 민족의 영산(靈山)이 바로 저기인데……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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