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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를 통해 구성될 제47대 연방 의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문화-언어적으로 다양한 신인 정치인이 등장하게 됐다. 사진은 올해 선거를 통해 연방 의회에 진출한 아시아계 및 원주민 첫 당선자들. 윗줄 왼쪽부터 Jacinta Price, Fatima Payman, Sally Sitou, Cassandra Fernando, Dai Le, Sam Lim, Jana Stewart, Marion Scrymgour, Michelle Ananda-Rajah씨. 그래픽 : Emily Cha / The Korean Herald

 

‘Climate 200’ 지원의 무소속 여성 후보 약진 속, 아시아계 하원 진출도 두드러져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 중 하나이다.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국가를 이룬 이민국가로, 그 성공 배경에는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국가적 정책이 있었다.

그런 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호주 의회에서 만큼은 다문화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백인 위주’(too white) 또는 ‘(의회 입성을) 시도하지 않는다’(out of touch)는 입장이 정치 통로의 양편에서 엇갈리기만 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올해 연방선거에서 두 거대 정당이 시도한 것은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물론 이 또한 한편으로 보면,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술일 수도 있겠지만.

선거가 치러진 후 3일이 지난 24일(화) 오후 8시 현재 74%의 집계가 끝난 상황에서 이미 확정된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47대 연방 의회는 문화-언어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정치인을 새롭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 그런 반면 일부 저명한 정치인을 잃기도 했다.

 

아시아계 정치인,

기록적인 수 등장

 

지난 2016년 센서스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아시아계이다. 이 중 2.8%는 인도계 호주인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연방 선거에서 아시아계 후보자는 단 3명만이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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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남서부 지역 출신 후보를 내세우지 않은 노동당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해 노동당 거물 크리스티나 케닐리(Kristina Keneally) 의원을 꺾어 굴욕을 선사한 무소속 후보 다이 레(Dai Le)씨. 그녀는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베트남을 탈출, 가족과 함께 호주에 정착했다. 이번 선거 직전, 그녀는 페어필드 카운슬(Fairfield Council) 부시장으로 재임했었다. 사진 : Twitter / dai_le

  

올해 선거에서 24일(화) 오후 8시까지의 개표 결과를 보면, 다문화 신진 정치인으로 다이 레(Dai Trang Le. Division of Fowler), 미셸 아난다-라자(Michelle Ananda-Raja. Higgins), 샐리 시토우(Sally Sitou. Reid), 샘 림(Sam Lim, Tagney), 카산드라 페르난도(Cassandra Fernando. Holt), 자네타 마스카레나스(Zaneta Mascarenhas. Swan) 후보가 새로이 하원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이미 활동을 하던 홍콩 출신의 자유당 의원이었던 글래디스 리우(Gladys Liu)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낙마했다.

페르난도씨는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11살 되던 해 부모를 따라 멜번(Melbourne)에 정착했다. 항공기 승무원으로 일했던 마스카레나스씨는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내륙의 금광도시 칼굴리(Kalgoorlie)에서 태어난 인도계 호주인이다. 그녀의 부모는 인도 고아(Goa)에서 호주로 건너와 칼굴리에 정착했다.

또 다이 레씨는 어린 나이(그녀는 1968년생이다)에 가족을 따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베트남을 탈출, 노동당의 전통적 ‘안전 지역구’, 말 그대로 노동당의 안방인 시드니 남서부 파울러(Fowler) 선거구에서 자랐으며, 이번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노동당 거물급 인사인 크리스티나 케닐리(Kristina Keneally) 후보를 꺾고 이 지역구 의석을 차지했다.

그녀는 당선이 확정된 후 지난 23일(월),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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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선거에서 인기 정치인 켄 와야트(Ken Wyatt)를 잃었지만 다른 새 원주민 여성들이 다수 상-하원에 진출했다. 사진은 상원의회에 입성하게 된 노동당 자나 스튜워트(Jana Stewart)씨. 사진 : IndigenousX

  

더 많은 원주민,

의회에 합류해야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의 노동당 정부는 ‘울룰루 성명’(Uluru Statement. 호주의 첫 거주민인 원주민이 의회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영구적 대표 포럼이 있어야 하며, 이는 헌법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요구)과 의회에서의 원주민의 목소리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의회에서 호주 원주민은 거의 대표되지 못했다. 의회 입성이 없었던 것이다. 2019년 선거를 통해 의회에 나온 원주민은 전체 의원 중 6명에 불과했다.

올해 선거에서 서부호주(WA) 해슬럭 선거구(Division of Hasluck) 의원이었던 켄 와야트(Ken Wyatt) 의원이 노동당의 타냐 로렌스(Tania Lawrence) 후보에게 패했지만 다른 새 원주민 후보 자나 스튜워트(Jana Stewart. Victoria Senate), 자신타 프라이스(Jacinta Price. NT Senate), 마리온 스크림고어(Marion Scrymgour. Division of Lingiari), 고든 리드(Gordon Reid. Division of Robertson)씨는 각각의 도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중 스크림고어씨는 이번 연방 입성 전, 노던 테러토리(Nothern Territory) 주 의회의 최초 원주민 의원으로 기록된 여성 정치인이다.

 

12명 이상의 여성,

첫 의회 입성

 

올해 연방선거에서 나타난 하나의 두드러진 점은 ‘Climate 200’의 후원을 받은 ‘청록색 무소속 후보들’(teal independents)의 등장이었다. ‘Climate 200’은 이번 선거를 기해 ‘기후정책을 발전시키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을 보다 효율적으로 감소시키며 기후변화를 제한하려는 의지를 가진 선거 후보자에게 선거운동 기금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등장한 자발적 민간 기부 그룹이다. 이들은 기후 문제뿐 아니라 성 평등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내세워 특히 여성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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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Victoria) 주 쿠용 선거구(Division of Kooyong)에서 조시 프라이덴버그(Josh Frydenberg)에 도전해 그를 밀어냄으로써 자유당에 큰 타격을 입힌 소아신경 전문의 모니크 라이언(Monique Ryan. 사진) 박사.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의 다수 여성 후보의 부상은 여성을 위한 정책이 미흡했던 이전 정부에 대한 질타”라고 말했다. 사진 : joy.org.au

   

청록색 후보들의 약진으로 14명의 새 여성 의원이 연방 의회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의회에서 여성은 상원에서 32명, 하원에서 40명(3분의 1이 안 된다)에 불과했다.

빅토리아(Victoria) 주 쿠용 선거구(Division of Kooyong)에서 이전 연립 정부의 재무장관을 지낸 조시 프라이덴버그(Josh Frydenberg)에 도전해 그를 밀어냄으로써 자유당에 큰 타격을 입힌 소아신경 전문의 모니크 라이언(Monique Ryan) 박사는 지난 23일(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선거에서의 여성의 부상은 정부가 여성에 공을 들인 결과”라면서 “호주 국민들은 더 나은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없게 만들었고, 50세 이상 여성 노숙자 증가를 방치했으며 지난 9년 사이(연립당 집권 시기) 성별 임금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이며, 이에 대한 국민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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