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보건계량평가 연구기관인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IHME)의 연구 결과 COVID-19 전염병 대유행 첫 2년 동안 전 세계 기대수명이 1.6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호주는 이 같은 추세를 거스른 30여 개 국가 중 하나였다. 사진 : Western Health
의학저널 ‘The Lancet’ 게재된 IHME 연구... 호주, 83.4세로 이 추세와 ‘무관’
COVID-19 팬데믹 첫 2년 동안 전 세계 기대수명이 1.6년 감소했다는 최근 연구가 나왔다. 하지만 호주는 전염병 사태에 따른 이런 추세를 거스른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이달 둘째 주, 동료 연구원들의 심사를 거쳐 세계적 명성의 의학저널 ‘The Lancet’에 게재된 한 관련 보고서는 지금까지 COVID-19 전염병이 인류 건강에 미친 포괄적 피해 상황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원들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204개 국가 중 대다수가 기대수명 감소를 경험했으며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의 경우 무려 3.7년이라는 급격한 기대수명 감소를 보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고서의 제1 공동 저자인 오스틴 슈마허(Austin Schumacher) 부교수는 “COVID-19 전염병은 분쟁과 자연재해를 포함해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그 어떤 사건보다 전 세계 성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수행한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보건계량평가 연구기관인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IHME) 연구원이다.
이어 슈마허 부교수는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84%의 국가와 지역에서 기대수명이 감소해 새로운 병원체의 파괴적인 잠재적 영향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브리즈번(Brisbane)에 본원을 둔 ‘Mater Health’의 전염병 학자 폴 그리핀(Paul Griffin)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전염병에 대한 호주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는 기대수명이 낮아진 글로벌 추세를 거스른 32개 국가 중 하나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오히려 이 수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204개 국가 상황을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의 경우 COVID-19 전염병으로 인한 초과 사망률은 전체 평균에 비해 낮았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기대수명 저하 글로벌 추세,
호주는 어떻게 극복했나
그리핀 교수는 호주의 긍정적 결과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신속한 봉쇄 등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취한 조치 덕분으로 판단했다. 그는 “물론 이 같은 조치가 완벽하지 않았고 몇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이었다”면서 “이는 다른 국가들 중에서 거의 비슷하게 누릴 수 없었던 중요한 혜택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제시된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호주인의 기대수명은 83.4세였다. 이에 비해 같은 해 전 세계 평균은 71.7세에 머물렀다.
아울러 그리핀 교수는 COVID-19의 영향을 받은 저소득 국가들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글로벌 형평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분명 고통을 겪었다”며 “부유한 국가들은 경제력을 통해 매우 많은 양의 백신을 조달했는데, 실제로 이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이었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사망률 ‘급증’
IHME 연구는 또한 COVID-19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5세 이상 사망률이 급격히 늘어나 남성의 경우 22%, 여성은 17%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호주는 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가 0.01%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 보고서 저자들은 “전 세계적인 고령인구 급증은 지난 70년 동안 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 반면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망자 수는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7% 감소했다.
사회-인구통계학적 지수(SDI)가 서로 다른 국가에서 1950년부터 2021년까지 기대수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차트. 1960년대의 큰 하락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의 기근 때문이다. Source : The Lancet
연구원들은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팬데믹으로 인해 총 1,59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직접적 사망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기타 사회적, 경제적 또는 행동 변화와 관련된 간접적 사망도 포함된다.
재정소득 및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COVID-19에 의한 초과사망 비율이 낮지만 이번 연구보고서 저자들은 그 연관성이 “특별히 강하지 않다”고 밝혔다. 가령 유사한 상황의 국가에 비해 볼리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초과 사망률이 더 높은 것은 부분적으로 ‘완화된 봉쇄 전략과 백신접종 주저’(relaxed containment strategies and vaccine hesitancy) 때문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 보고서 저자들은 “이 같은 확인은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의 사망률 결과가 사회-인구통계학적 지수(socio-demographic index. SDI)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백신접종 노력, 공공 정책, 개인의 행동 변화는 SDI의 모든 수준에서 국가 및 지역 전반에 걸쳐 전염병의 심각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리핀 교수는 호주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가능한 한 낮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합리적인 예방 조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악의 COVID-19 상황은 지나간 것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전염병 관련 데이터는 분명 지속되는 사안이기에 해결된 문제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실수라고 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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