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액자 안에 사진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진을 보이는 곳에 두고 기억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내가 작은 액자 속에 넣어서 방안에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가끔 보곤 하는 사진 속에는 유치원 원복을 입고 졸업을 축하한다며 받은 꽃다발을 든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린 빨간 코트를 예쁘게 차려 입은 엄마가 있다. 저 사진 속에 엄마가 삼십대 밖에 안 되었다는 걸 깨달은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요즘도 나는 액자속의 저 사진을 가끔 오랫동안 보곤 한다. 저 사진 속의 나를 보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어릴 적 나의 모습은 그다지 기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나보다 어리고 예쁜 엄마를 보려고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 

 

사실 처음 사진 속 엄마의 나이를 깨닫고, 저 사진 속의 엄마가 나보다 어리고, 세아이 엄마라는 사실이 뭔가 좀 충격적이었다. 그걸 지금껏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것과 엄마를 엄마 아닌 여자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들 때문에 말이다.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일을 했고, 가정을 돌보았다. 지금 그 사진을 보면서 새삼 놀라는 이유는, 우리 엄마는 젊었고, 예뻤고, 멋쟁이였다. 그걸 내가 서른이 넘어서야 알아차리다니..

 

엄마는 내게 늘 엄마였기 때문에,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 그리고 사진 속의 엄마는 나보다도 어리다는 사실. 아직도 젊던 엄마는, 늘 천원을 아끼려 재래 시장을 돌고 돌았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여자였다는 사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을 알고나면, 이제부터 엄마는 한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마를 여자로 대하고, 엄마의 감정을 헤아리려고 노력 할 수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사랑받고 싶은 여자일테니까.. 세상의 모든 여자들처럼..

 

엄마는 한 번도 말하지 않는다.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한번쯤은 말하지 않아도 헤아려 주어야 한다. 엄마만 늘 우리를 헤아려주는 역활인 건 너무 가혹하다.

 

이제 엄마의 자식들이 아이들을 낳고, 어느새 할머니라는 호칭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본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은 엄마는, 여전히 엄마다. 그것이 엄마를, 우리를 위해 희생하게 하는 이유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엄마의 삶에, 엄마의 젊은 인생의 한조각, 유치원을 졸업하던 작고 예쁜 딸을 안고 사진을 찍었던 엄마는 참 예뻤다고, 그때의 엄마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얘기한다면, 엄마에게 그게 어떤 의미가 있긴 할까..

 

나는 앞으로도 액자 속의 사진을 보면서, 조금 더 나이들어가는 엄마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사진 속의 엄마를 보면서, 우리 엄마 참 예쁘다고 생각 할 것이다. 엄마의 예쁜 날들에게 나의 엄마로 살면서, 수고했다고, 고생이 많았다고, 엄마에게 전해 주어야 겠다.

 

여전히 엄마는 예쁘다는 말도 좋아하고, 예쁜 것들도 좋아하는 여자다. 그런 엄마가 온전히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만 살아도 된다고, 그래도 괜찮다는 걸 알았으면 참 좋겠다. 사진 속의 엄마에게 얘기할 수 없으니, 지금 엄마에게 얘기해야겠다.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 넘치게 사랑받으며 사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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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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