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연합하여 ‘상호 적대행위 폐지’ 9.19 군사합의 등 안 지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은 6월 21일, ‘남북 합의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똑같이 당해 봐야 한다’ 면서 남한으로의 전단 살포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데에 이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위해 철수했던 북한군 일부가 현지로 복귀, 1200만장의 보복용 대남 전단 살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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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북쪽이 그토록 격분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대북 전단에는 ‘최고 존엄’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과 남쪽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불륜을 합성 조작한 충격적인 그림 등이 포함돼 있어, 격분의 빌미를 제공했음은 부인할 길이 없다.

특히, 남북군사합의 약 6개월 후인 2019년 3월 8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 한국군 단독으로 최고 존엄 김정은 ‘참수작전(작계 5015)’을 강행, 북한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럴 바엔 애당초 문재인은 김정은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또, ‘동맹 19-1’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은 북한정권 전복을 위한 평양진격-북한 전역 점령-미 군정실시 훈련이 포함되어 훈련 내용 모두가 북의 처지에서는 군사합의까지 한 남쪽이 그 당사 중 하나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으리라.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약속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나갔다. 미국을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한국 국방부는 5년 간 역사상 최대인 290조원이라는 국방비를 책정했다. 더구나,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1월 15일 서울에서 진행된 국제회의에서 축사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한미연합군이 대대급 대북 전쟁연습 및 군사훈련을 100회 이상 진행했다고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알아서는 안 될 기밀까지 털어 놓았다.

북한이 격노하게 된 더 중요한 이유는 하노이 노딜 회담 전후에 문-김-트럼프 사이에 오고 간 대화내용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9월 18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와 북한의 민생 관련 제재 해제를 맞바꾸면 될 것’이라고 북한을 위한 조언을 했다.

김정은은 문재인의 조언대로 하노이 회담장에서 트럼프에게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할 테니 북한 민생과 관련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을 훌륭한 중재자로 믿어 하노이까지 30여 시간의 기차 여행도 마다 않고 달려 온 김정은은, ‘영변의 가치가 북핵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트럼프의 냉정한 거절에 직면, 충격과 망신에 좌절했으며 그에 따른 분노는 트럼프를 넘어 문재인을 향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웠’을까?

할 만큼 한 북한, 문재인에 엄청난 실망감

김정은은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비롯, 능라도 15만 청중 앞 강연 등 더 할 수 없는 호의를 베풀 만큼 문재인을 신뢰했다. 그런 문재인이 영변 관련 제안을 할 때는 트럼프의 사전 내락이 있었을 것으로 확신한 것은 김정은의 오판이었다.

‘회담 실패‘란 상상도 못했던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성공 후에 대비, 나름대로 거창한 국가 경제 관련 로드맵을 그려 놓고 있었으니 그의 실망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결국, 두 달 후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문재인은) ‘오지랖 넓게 중재자니 적임자니 하지 말고 우리민족의 당사자가 되어 달라’며 투정했다.

‘동맹 19-1’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인 2019년 3월 22일, 한 주에 한 번씩 만나기로 되어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회담장에 북쪽 대표와 부대표는 사전 통고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북 군사합의까지 완전히 배신한 남쪽과 더 이상 만날 이유가 없었으리라.

결국, 남북관계 악화는 전단사건 훨씬 전에 위의 실례대로 이미 그 씨앗은 여기 저기 착실히 뿌려졌던 것이다.

문재인은 평화통일의 길을 거부한다고 명시적으로 발언한 적은 없지만 김정은 참수작전 및 북침전쟁연습 대폭 강화, 엄청난 대북 전략자산 반입, 4.27 선언 및 9.19 군사합의를 깨는 행동 등으로 평화통일의 길을 거부하는 자세를 취해 왔음을 본인은 잊었을지 몰라도 8천만 민족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희망은 단순히 한반도 평화일 뿐, “통일 철학이 없다”는 전임 통일부 장관들의 볼멘소리는 문재인의 통일관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뜻을 거스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미 사대주의를 그대로 답습했음은 두고두고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며 이게 바로 우리민족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우선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정원 등 대 북 관련 부서는 지미파(知美派)가 아닌 통일철학으로 무장한 지북파(知北派)로 채워야 미국의 방해를 뛰어 넘어 8천만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촛불혁명 정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자 김대중-노무현처럼, 국민들에게 화해, 협력, 통일의 미래를 제시하며 6.15의 기본정신인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적 입장을 굳게 지켜 나아가는 문재인 정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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