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팀 뉴질랜드’의 대활약으로 ‘아메리카스컵’이 뉴질랜드에 남게돼 온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코로나19’로 무거워졌던 마음들을 잠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해가 넘도록 좀처럼 끝날 기세를 없는 바이러스 사태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적인 어려움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겨주면서 시름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오클랜드에서 발생한 지역감염으로 이달 초 ‘코로나19’ 경보가 상향되면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최근 ‘큰뒷부리 도요(Bar-tailed godwit)’들을 북반구로 떠나보내는 연례 송별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 철새들은 목숨을 건 장거리 이동으로 유명한데 이번 호에서는 독자들에게 이들을 소개하면서, 다가오는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찾아올 새봄에는 바이러스의 악몽을 떨쳐내고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넘치는 뉴질랜드가 되기를 함께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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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뒷부리 도요의 집단 비행

 

대성당 종을 울리는 도요새의 도착 

 

필자가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지났을 때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현지 신문에서 접하게 됐다. 

 

바닷가를 낀 이곳 크라이스트처치 일대에서 ‘큰뒷부리 도요’가 도착했음이 확인되면 당일 정오에 크라이스트처치를 상징하는 대성당의 종루에 걸린 종들을 타종한다는 기사였다. 

 

사람들에게 종까지 치며 환영하게 만들 만큼, 이곳 주민들이 큰뒷부리 도요를 우리 곁에 진짜로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상징물로 여기고 있음을 이를 통해 알게 됐다. 

 

또한 매년 3월 초나 중순경, 가을이 점차 깊어갈 즈음이면 다시 북쪽으로 떠나는 도요새를 송별하는 모임이 시청 주관으로 바닷가에서 열리곤 한다는 사실 또한 나중에 알았다. 

 

대충 그런 정도의 소식만 접하면서 더이상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 했던 도요새가 다시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지난 2008년부터 전해지기 시작했던 ‘얄비’라는 이름의 한 도요새에 대한 소식들 때문이었다. 

 

당시 기사에서는, 뉴질랜드를 떠난 얄비가 한국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됐으며 이후 얄비는 알래스카로 떠나 그곳에서 번식한 후 계절이 바뀌면 다시 뉴질랜드까지의 먼 여행을 매년 반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조류 연구자들과 새를 관찰하는 이들에 의해 얄비는 이후에도 몇 년간에 걸쳐 똑같은 이동을 반복하는 모습이 관찰됐으며, 관련 소식들은 한뉴 양국은 물론 해외 언론들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널리 전해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교민들이 이민을 오면서 비행기를 타고 한참이나 날아왔을 그 먼거리를, 그리 크지도 않은 체구를 가진 연약한 새들이 매년 2차례씩이나 오간다는 사실은 신기하다는 생각을 넘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이후 틈이 날 때마다 얄비와 도요새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해보고 영상도 확인해보면서 매년 봄이면 혹시 도착한 도요새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 공연히 바닷가를 쳐다본 적도 여러 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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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한국화에 등장한 도요새(이인문)

 

한자성어 ‘어부지리’에 등장하는 도요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자성어인 ‘어부지리(漁夫之利)’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 고사에서 유래됐는데, 조개와 물고 물린 채 서로를 안 놓아주다가 결국 어부에게 한꺼번에 모두 잡히고 말았다는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도요새’이다. 

 

조류 중 ‘도요목(Charadriiformes)’ ‘도요과(Scolopacidae)’에 속하는 새들을 통털어 일컷는 도요새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13속 85종이 있는데 그 종류가 상당히 많은 만큼 체구도 12~61cm로 아주 다양하다. 

 

도요새들은 보통 날개가 긴 데 비해서는 꼬리가 짧은 편이며 종류에 따라 부리는 길고 곧거나 또는 부리 끝 부분이 위나 아래로 약간씩 굽어져 있는 모습이다. 

 

다리 역시 긴 종류와 짧은 종류가 있으며 목 크기 역시 다양하고 몸 위쪽은 보통 갈색이나 회색이고 아래는 흰색이며 또한 몸 전체에 줄무늬 또는 점무늬가 보인다. 

 

도요새들은 이른바 ‘섭금류(涉禽類, shorebird or wader)’로 불리는 물떼새들 중 하나로 섭금류는 영어 명칭이나 또는 한자의 ‘건널 섭(涉)’ 자에서 알 수 있듯 주로 해안가의 갯벌이나 내륙지방의 진흙 습지에 서식한다. 

 

주로 게와 같은 갑각류와 조개, 그리고 갯지렁이 등 무척추 동물을 먹이로 하는데, 둥지는 주로 땅 위에 짓지만 호숫가 모래와 자갈이 있는 곳에 만드는 종류도 있고 풀숲의 땅 위 오목한 곳에 구멍을 파고 번식하는 종류도 있다. 

 

대부분의 도요새 종류들은 6~7월에 2~4개 알을 낳으며 암수가 함께 품기도 하지만 암컷 또는 수컷만이 품는 종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새의 영어명은 ‘저격’ 또는 ‘저격하다’는 의미의 ‘snipe’인데, 한편 영어에서 ‘going on a snipe hunt’는 ‘헛수고’를 말하며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을 재학생들이 엉뚱한 심부름으로 놀려먹는 장난을 말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서 한국까지 날아갔다는 ‘큰뒷부리 도요’는 도요새 무리 중에서도 ‘흑꼬리 도요속(Godwit)’에 속한 종류로 특히 긴 부리의 끝부분이 살짝 위로 향해 있어 다른 도요새들과 어렵지 않게 구분된다. 

 

‘뉴질랜드 버드 온라인(NZ Bird Online)’에 따르면 큰뒷부리 도요는 몸길이가 수컷은 39cm 암컷은 41cm로 암컷이 더 크며, 체중 역시 수컷이 275~400g인 것에 비해 암컷은 325~500g 정도로 더 무겁고 부리도 수컷이 짧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는 도요새들 중에서 큰뒷부리 도요는 ‘멸종 위협(Threatened)’까지는 아니지만 지난 2016년부터 개체 수가 ‘감소(Declining)’하는 ‘위험에 빠진(At risk)’ 그룹으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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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된 ‘얄비’

 

4년 동안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간 ‘얄비’ 

 

앞서 언급된 ‘얄비’는 지난 2008년 4월 8일에 한국 남부의 낙동강 하구에서 처음 발견된 후 같은 달 20일에 다시 목격됐을 때 한쪽 발목에 흰색 ‘깃(flag)’과 함께 각각 ‘노랑(Yellow)’과 ‘빨강(Red)’그리고 다른 발엔 ‘노랑(Yellow)’과 ‘파랑(Blue)’ 등 모두 4개 가락지들이 부착된 것이 확인됐다. 

 

흰 깃은 이들 가락지들이 뉴질랜드에서 채워졌음을 의미했는데, 개체 식별을 위한 이들 가락지들의 색을 가지고 처음에 붙여진 이름은 ‘4YRBY’였으며 당시 한국 측에서는 즉시 얄비의 사진을 해외의 도요새 연구자들에게 질문과 함께 보냈었다. 

 

그 결과 곧바로 호주의 섭금류 관련 연구 단체인 AWSG(Australasian Wader Studies Group)로부터, 얄비는 뉴질랜드 북섬 마나와투강 하구에서 가락지가 채워졌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당시 뉴질랜드 매시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제시 콘클린(Jesse Conklin)은, 큰뒷부리도요새의 깃 색이 이동 중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하던 중이었으며 4YRBY가 마나와투강 이외 지역에서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한국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제시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후 관련 회사를 운영하던 중 철새에 큰 흥미를 느껴 2001년부터 다시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나중에 그는 이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네덜란드의 그로닝겐(Groningen)대학에서 연구 중이다. 

 

처음 ‘와르비’로 불렸던 얄비는 한국에서 한층 더 친숙한 이름으로 바뀐 뒤 2009년에는 4월 19일에, 그리고 이듬해의 4월 18일을 거쳐 4년째인 2011년에는 4월 17일에도 각각 낙동강 하구에서 다시 관찰되면서 양국 언론에 뉴질랜드와 한국을 오가는 진객으로 크게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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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새를 연구 중인 제시 콘클린 박사  

 

통상 얄비와 같은 큰뒷부리 도요들은 남반구가 가을이 되면 뉴질랜드나 호주를 집단으로 출발해 태평양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한 뒤 낙동강 하구와 서해의 새만금 지구를 비롯한 한국 각지의 갯벌들에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이때 이동하는 거리는 1만km에 달하는데 북반구를 향해 날아갈 때는 남반구로 향할 때와는 달리 도중에 한국 등지에서 한 달가량 머물며 이는 번식을 앞두고 체력을 보충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후 알래스카나 시베리아로 다시 이동하는데, 알래스카로 향하는 얄비 무리들은 바닷가나 또는 해안에서 최대 200km 내륙까지 떨어진 툰드라 지역에 머물면서 짧은 여름을 이용해 번식한다. 

 

암수가 함께 부화에 동참하며 알은 암컷 몸 크기의 11% 정도로 상당히 큰 편인데, 부화 후 28~30일 후에 둥지를 떠나고 4개월가량 지난 후 남반구에 봄이 찾아올 무렵이면 부모 새들과 함께 첫 비행에 나서 뉴질랜드나 호주로 향한다. 

 

이때 도요새들은 무려 1만1000~1만2000km나 되는 어마어마한 장거리를 8일이나 9일간에 걸쳐 단 한 번도 땅에 내려앉거나 먹이나 물도 먹지 않고 잠도 안 자면서 쉼없이 날개짓을 한다. 

 

과거에는 이들이 중간에 태평양의 섬들에 기착하는 것으로 추정했었지만 중간에 위치한 하와이 제도에서도 해마다 큰뒷부리 도요가 10만 마리가 지나가지만 35년 동안 섬에서 발견된 개체는 40마리에 불과했다. 

 

결국 지난 2007년에서 와서야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이 피부 밑에 건전지 크기의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남하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들의 경이로운 대양 종단 비행 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때 특히 세계 최장거리 비행기록으로 유명해진 ‘E7’ 이라는 도요새는 8월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에 알래스카를 이륙해 8일간 무려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7일 저녁에 뉴질랜드 북섬의 테임즈(Thames)만으로 흘러드는 피아코(Piako)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는데 비행속도는 평균 시속 6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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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뒷부리 도요 E7의 비행 경로

 

한편 얄비라는 이름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가운데 2012년 4월에 한국 연구자들은 얄비와의 5번째 만남을 고대하면서 콘클린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얄비는 그 전년 남반구의 봄철에 뉴질랜드에서 관찰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는데, 결국 그 전 해 5월 17일에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얄비는 알래스카로 향하던 도중이나 또는 뉴질랜드로 돌아가던 도중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는 알래스카에서 겨울 양식으로 도요새를 잡는 원주민들인 이누이트들의 사냥에 희생됐는지도 모르는데, 현재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고래나 물개를 잡기 어려워진 이누이트들이 전보다 더 많은 도요새 사냥에 나서는 실정이다. 

 

참고로 큰뒷부리 도요새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요새들은 갯벌이나 습지가 주요 서식지인 새들임에도 불구하고 물갈퀴가 없고 헤엄도 못 친다. 

 

이에 따라 밀물이 밀려오면 육지의 포식자들을 피해 바닷가의 좁은 지역에서만 이리저리 바닷물을 피해 몰려다니면서 쉴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제때 파도를 피하지 못 하면 결국 익사하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갯벌이 인간의 개발이나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더 높아지는 등 갖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면서 도요새들은 쉴 곳을 잃게 돼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뉴질랜드 측 자료에서도, 현재 7만5000마리가량의 큰뒷부리 도요가 뉴질랜드를 찾지만, 한국 서해안 지역의 개발로 갯벌이 대거 축소되면서 매년 2%가량 개체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큰뒷부리 도요뿐만 아니라 호주 북부에서 출발하는 붉은어깨도요도 5400㎞를 날아 한국 서해 갯벌에 도착해 머물다가 시베리아 북부 툰드라로 날아가 번식하는데, 중간 기착지인 새만금 지구가 없어지면서 전 세계에서 개체수가 20%가 줄었다는 보고도 나온 적 있다. 

 

한편 도요새들이 알래스카를 떠나기 직전에는 몸 절반가량을 비행에 필요한 연료인 지방으로 가득 채워 공처럼 뚱뚱해지지만 반면 비행에 불필요한 위장을 완전히 비우는 한편 간이나 콩팥과 같은 다른 장기들은 가능한한 크기를 최소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알래스카 출발 직전 레이더 기지와 충돌해 죽은 큰뒷부리도요 수컷을 조사한 결과, 367g의 몸무게 중 201g이 지방이었고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다. 

 

또 비행 중 필요한 수분은 지방을 분해해 충당하고 잠은 고래 등 해양동물처럼 뇌의 절반씩을 가수면 상태에 빠트리는 방식으로 자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낮에는 태양의 편광을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2000~5000m 상공을 비행하는데, 위도에 따라 최소한 5가지 다른 바람을 이용하며 특히 출발할 때는 알류샨 저압대의 주기적 폭풍을 타 1000㎞를 시속 144㎞까지 날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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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비행의 영화 포스터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등장한 얄비 

 

한편 얄비의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한국에서는 얄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다. 

 

부산경남 지역 방송인 KNN이 창원시의 지원을 받아 기획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비행’이 그것인데, 이 영화는 “환경의 가치를 알리는 최고의 방법은 환경 다큐멘터리다”라는 신념을 가진 진재운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2009년 하반기부터 뉴질랜드와 호주, 한국과 알래스카 등 얄비가 오고갔을 길을 더듬는 한편 다른 도요새들의 경로를 추적하고자 파푸아뉴기니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중국과 몽골 등 모두 9개 국가에서 촬영을 했다. 

 

대부분의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러하듯 진 감독 일행도 갯벌 등 촬영지의 험한 자연 지형으로 인한 어려움은 물론 알래스카 원주민들과의 갈등처럼 현지인들의 비협조로 벌어진 난관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촬영 테이프만 500개에 달하는 이 영화는 사전 기획기간 2년을 포함해 13개월의 현지 촬영기간과 후반작업 6개월 등 4000 시간이 넘는 고된 작업 끝에 탄생했다. 

 

실제로 나중에 진 감독은, 몽골에서 야간에 들이닥쳤던 엄청난 초대형 폭풍과 알래스카 툰드라에서 헬기 촬영 중 들이닥친 갑작스런 폭우에서는, 촬영 중이던 카메라에 두 차례나 말로 유언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 제작 당시 비화를 전하기도 했었다. 

 

처음에 캄보디아 앙코르 사원의 도요새 조각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는 또한 초반부에 1000년 전 한 마오리 부족이 나침반도 변변한 항해도구들도 없이 오로지 태양과 별자리, 바람에만 의지한 채 남쪽을 향해 망망대해로 출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마오리 지도자는 매년 가을이면 엄청난 새떼들이 남쪽으로 향하던 것을 기억하고 이들을 따라간 끝에 결국 뉴질랜드를 발견하고 이곳에 정착한다. 

 

이때문에 마오리들은 큰뒷부리 도요를, 조상들의 영혼과 동반하는 새인 ‘쿠아카(kuaka)’라고 부르면서 지금까지도 전사들의 노래와 춤을 통해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2012년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작으로 선정된 후 전국 극장에서도 상영된 ‘위대한 비행’은 이듬해인 2013년에 ‘한국방송대상 작품상’과 ‘올해의 방송기자상’등 총 7개 상을 수상했다. 

 

또한 같은 해 ‘뉴욕페스티벌’에서도 TV부문 ‘최고 연출상(Best Direction)’과 다큐멘터리 부문 ‘자연과 야생상’(Nature&Wild)’도 수상했는데, 당시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높은 작품성과 연출력, 뛰어난 영상미로 야생다큐멘터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큰 몫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 작품은 2012년에는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습지 관련 회의인 ‘세계 람사르 총회’ 본회의장에서 TV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상영돼 ‘습지와 문명과의 관계를 뛰어난 영상미로 그려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현재도 환경 관련 모임에서는 종종 상영되고 있다. 

 

맨눈으로 볼 수도 없는 작디작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 식구들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지금도 ‘얄비’의 후예들은 자연의 섭리를 따라 목숨을 건 비행에 매년 도전하고 있다. 

 

갯벌에 도착할 무렵이면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목숨을 건 비행으로 내려앉은 뒤 마치 죽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얄비의 휴예들을 보자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넘어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경외감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는 마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일어나더라도 삶을 절대로 멈추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작고 가녀린 새들이 우리 인간들에게 던져주는 것 같다. 

 

이번 가을은, 북반구로 막 떠났던 얄비의 후예들이 다시 돌아올 새봄에는 바이러스로 뒤집혔던 어지러운 세상이 정리되고 정말 따듯하고 희망찬 세상이 도요새들과 함께 펼쳐지기를 간절히 고대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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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나메기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너도 나도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얼핏 잘 외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노나먹기’를 연상해보라. 단번에 기억될 것이다. 백기완 선생님의 임종과 더불어 유명해진 단어이다. 그분이 추...

    노나메기
  • [포커스]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file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기 전 5년 동안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이민자를 맞았다. 매년 평균 5만~6만명의 순이민자들이 뉴질랜드로 유입되면서 총인구가 500만명을 돌파하는데 기여했다. 이민자들은 경제성장률을 높였고 일자리...

    [포커스]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 ‘위선적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 밝지 않다

      최선진국 수준 대한민국 국민 민주의식 오판한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사퇴하면서 “여권의 무리한 중수청(중범죄수사청) 추진과 검찰에 대한 막무가내식 압박이 (자신의) 사퇴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이 나라를 지...

    ‘위선적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 밝지 않다
  • [포커스]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 file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생애 최초 구매자들을 포함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주택소유율 역시 7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또한 중간 크기 신축주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면...

    [포커스]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
  • 30호 가수 승윤이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30호 가수로 노래하던 이는 승윤이였다. 내가 승윤이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오래 전이다. 책 제목은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재철 목사님의 책에서 나는 이 아이의 이름을 보았다. 거기서 승...

    30호 가수 승윤이
  • 무당과 목사와 부적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 교인에게 '안티 코로나 바이러스 카드'를 지급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영훈 목사는 그 카드에서 3D 파장이 나와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코로나에 안 걸리고 걸려도 빨리 낫는다고...

    무당과 목사와 부적
  • [포커스] 장기화되는 코로나와의 싸움 file

    오는 28일로 뉴질랜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지 거의 1년이 지났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는 지난 9일 현재 2,320명의 누적 확진자와 25명의 누적 사망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백신이 개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

    [포커스] 장기화되는 코로나와의 싸움
  • 리더십 상실한 미국, 힘의 균형추는 중국으로 file

      [시류청론] 유럽도 한국도 인식 변화… 맹목적 동맹 탈피 분위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은 2월 4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을 "미국의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규정하면서도 "미국의 이익에 맞으면 중국과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라고 했...

    리더십 상실한 미국, 힘의 균형추는 중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