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칸나의 꿈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손 뻗어 카스타네트를 짝짝이며
플라밍고 댄스 추는 긴 다리 스페인 무희
치렁치렁 끌리는 진홍 스커트
검은 머리 허리까지 길다
몸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뻗어
플라밍고의 아득한 꿈을 흘린다
회오리 바람이 뜯는 휘모리 기타 장단에
정신 잃은 듯 몸을 터는 정열의 여인
지금 먼 나라 하늘을 날고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사구와로 평원
떠나 온 남쪽 나라 초원과 호수
항상 꿈에도 그리는 그리운 본향
진 붉은 환상이 넘쳐 흐른다

술에 젖어, 사랑을 불태우는 젊음
하이힐의 빠른 연속 탭 박자는
터질 듯한 심장의 박동 소리
정열을 불사르는 풍구 소리
주체하지 못할 피가 끓어 오르는
알레그로 스타카토………
댄스가 종말에 이르면
무희는 무대에 힘없이 쓰러진다
정열을 소진한 칸나
격렬하게 사랑을 발산 후
나른히 처져가는 육체같이
무거운 고요에 접어든다

한때 찬란히 붉은 꿈을 터뜨리던 미모는
갈색으로 말라 비틀려 부스러지고
끓던 피도 차갑게 응고되기 시작하면
칸나는 조용히 쭈그러들며
주름 때 낀 집시 노파가 되어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져 간다
오직, 남쪽 나라 진홍 꿈을 간직한 채
서서히 시들어 죽어가는 플라밍고의 슬픈 최후.

 

 

cann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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