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색과 로맨스

 

뉴스로=이계선 작가

 

“부장 각하, 오늘밤은 대행사날입니다. 오늘 삽교천준공식 끝내고 올라오다가 들린 농촌 마을에서 대통령각하께서 막걸리를 마시다 말고 오셨답니다. 그럼 오늘밤 파티는 막걸리로 준비할까요?”

 

중정 의전과장 박선호가 김재규에게 물었다. 지금은 대통령에게도 각하소리를 못하게 한다. 독재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유신독재가 판을 치던 박정희시절은 각하전성시대였다. 별 하나짜리도 사단장각하라 불렀다. 대통령각하 국무총리각하 중정부장각하 각하각하각하!

 

“이 사람아, 자네는 아직도 대통령의 취향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군. 낮에는 농민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지만 밤에는 아니잖아? 오늘밤은 아주 중요한 밤이니까 슈퍼만찬처럼 최고급으로 준비하게. 프랑스황제들이 마셨다는 한병에 3백만원짜리 ‘루이16세’나 각하가 좋아하는 시버스 리걸로 하란 말이야”

 

김재규는 일부러 술 취한 사람처럼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예 알겠습니다.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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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대한뉴스 화면 캡처>

 

 

세상에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는가?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 했다. 사나이다울수록 여색을 밝힌다. 왕후장상(王候將相)에 오르면 평생 꽃밭을 휘졌고 다닌다. 선비학자 화담서경덕은 부인 말고 첩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화담은 황진이와 세기의 사랑을 나눈다. 점잖은 화담도 그랬거늘 속물들이야 오죽하리오! 일국의 대통령쯤 되면 스타연예인 못지않게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로맨스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박정희도 영화보다도 더 아름답고 감동적인 로맨스를 갖고 있다.

 

문일봉이 직접 고백한 박정희와의 로맨스. 영화배우 문일봉은 최은희, 김지미에 밀리지 않는 미녀였다. 몸매는 누구도 따라 올수 없는 글래머스타였다. 촬영할 때면 몸이 굳어지고 정신이 산만해지는 이상 체질이었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미녀이면서도 스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후에 여승이 된 걸 보면 그녀의 몸속에는 어떤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일봉은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여승이 되어 절로 들어갔다.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대통령이 시해 당하고 과거는 가버렸다. 문득 그녀는 세속으로 돌아와 로맨스를 공개해 버린 것이다. 한편의 드라마다. 문일봉의 고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자작극이라느니, 정신착란이 빚어낸 허구라느니? 차라리 소설로 처리해 버리는 게 좋겠다. 어차피 인생은 소설이니까.

 

한국인들은 너그럽게도 정치인의 배꼽 아래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엽색과 로맨스는 엄격하게 구별했다. 로맨스는 사랑으로 맺어진 불륜이다. 엽색은 돈과 권력의 힘으로 여자를 끌어다가 섹스를 즐기는 강간이다. 로맨스는 애교로 봐줬지만 엽색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다.

 

후고구려의 궁예는 청렴하기가 승려의 경지에 오른 용맹스런 임금이었다. 나라가 강성해지자 궁예는 슬슬 주색잡기에 취미를 붙였다. 처음에는 처녀만 상대하다가 유부녀 심지어는 대신의 부인까지 겁탈하는 엽색행각을 벌렸다. 참다못한 백성들이 몽둥이를 들고 일어났다. 보리밭에서 몽둥이로 궁예왕을 때려죽였다.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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