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장례식에서 생각한 아름다운 인생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우리가게의 단골 손님인 후랭코는 올 때마다 우리 부부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너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야"

 

물론 농담이다. 우리 가게에 자주 들른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의 옷을 수리해 준 것 만도 바지 만 60개가 넘는다. 이 외 셔츠 등 소매와 단을 고치고 양복까지 하면 정말 우리를 부자 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

 

후랭코는 바지 한 개만 가지고 와도 다른 사람의 3개 값을 치룬다. 체격이 왜소하기 때문에 단을 올리고 허리를 줄이고 양쪽 가랭이를 좁히고 하면 수선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후랭코는 옷을 사는 버릇이 취미인지 옷을 자주 사는 데다, 그때마다 2벌에서 4벌을 꼭 가지고 와서 수선한다. 우리는 그의 옷을 수리해 줄 때마다 "이렇게 많은 옷을 언제 다 입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의 부인이 왔는데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전과는 달라 보였다. 무슨 어려움이 있느냐고 하니 남편이 병원에 입원 했는데 1주일이 지났는데도 산소 호흡기를 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고객 한 사람 잃을 수도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후랭코가 다시 가게에 나타났다. 그는 청바지 1개를 가지고 와서 전과 똑같이 수선해 달라고 했다. 내가 안부를 물으니 겨우 화장실 출입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만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하며 위로를 해주면서 이번에는 수선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후 두어달이 지났는데 그의 부인이 다시 왔다. 그는 자기 남편이 간밤에 천국으로 갔다고 하면서 천주교에서 장례식이 있다고 알려 주고 갔다.

 

나는 후랭코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1백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애도하고 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 속에서 고인의 평소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사람의 직함이나 업적 보다는 평소 보여지는 인격의 힘이 참 크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는 옛 사람이 됐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날을 맞을 것이다. 그 날 나를 둘러 싼 조문객들은 어떤 모습의 나를 떠올릴까. 나의 빈 자리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될까 아니면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될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평소에 타인의 눈으로 나를 인식해보려는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만일 누군가가 상대방의 지위나 명예 때문에 그를 존경한다면 그는 자신의 본심을 가장하는 것이다. 그런 위선보다는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낫겠지.

 

장례식에서 생각하는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상념은 평소와는 달리 진지하게 다가왔다. 인생의 종말이 얼마나 아름다웠느냐는 것은 그 사람이 과연 인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을 터이다.

 

후랭코의 화장된 분골을 앞에 놓고 신부님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엄숙하게 영결 미사를 진행했다. 거의 30여세 된 아들이 아버지를 마지막 보내면서 아버지와 생존 시처럼 울먹이며 대화를 하고 있다. 두 딸과 부인은 어깨를 들먹이며 가슴을 쓸어 안고 아들은 자주 끊기는 대화속에서 아버지의 62년 생애와 작별하며 "굿바이 대디!"를 두 번 했다.

 

후랭코의 아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나머지 시간을 후손을 위해 마무리 해야 할 인생의 후반기가 어느새 나에게도 다가온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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