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지난 8월22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의 첫 회담이 양측의 이견으로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추후 협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에 화가 잔뜩 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한미FTA 철수를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9월2일)가 보도하고,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그렇다. 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시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흘 후인 지난 6일 폭스뉴스와 로이터 통신이 “백악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고려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여일의 짧은 기간에 세계 경제 최강국인 미국과 세계 경제 15위인 한국의 중대한 통상 정책을 좌우하는 자유무역협정의 운명이 극과 극인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갔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국가주의적 고립주의 신념과 미국 우월주의에 기반을 둔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적 ‘갑질’에 있다고 본다. 흔히 트럼프 대통령이 ‘비즈니스 협상의 귀재’라는 말을 듣지만, 튼튼한 이론과 지혜, 실전에서 쌓은 체험에 근간을 둔 국제적 외교와 통상 협상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가 지도자인 것 같다.

 

한미 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의 첫 회담이 추후 협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깨진 이유가 무엇인가? 하기야 회담 전부터 불길한 조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회담 장소로 제시한 워싱턴 대신 서울을 관철한 한국 협상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라이트 하이저 대표가 며칠 전 시작한 NAFTA 협상에 매달리며 서울 회담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국제 통상 협상 전문가가 절대로 모자라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서울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회담 당일에는 한국 협상팀이 적어도 몇 주가 걸리는 ‘한미FTA 경제적 효과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당장 한미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윽박지르던 미국 협상팀이 화를 내며 회담장을 나갔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 1주일 후인 지난 9월2일 백악관 참모들에게 한미FTA 철수를 논의하라는 사려 깊지 못하고 ‘충동적’인 지시를 했다. 하지만 미 재계와 의회, 특히 안보 관련 고위 관료들은 이 같은 트럼프의 지시에 일제히 강력한 반발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중에서도 300만 개 이상의 기업을 대표하는 미국 최대 경제 단체인 상공회의소(USCC)의 톰 도너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다시 찾기 위해서라지만, 한미FTA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생기는 일자리는 단 한 개도 없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지시가 내린 다음 날부터 의회의 민주당과 공화당 상공위원이 한미FTA 폐기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백악관과 행정부의 국가 안보 및 경제 관련 고위인사들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메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트럼프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저지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행정 고위관료들은 최근 북한의 제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핵전쟁 위험이 임계점에 닿아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 정부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우려가 있는 한미 간 무역 충돌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난 2주 동안 지속, 개정, 폐기를 오간 한미FTA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매우 복잡하고 절묘한 외교 및 경제 전략이 요구되는 질문 같지만, 이 질문에 대하여 실제로는 매우 간단하고 확실한 답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국제 외교와 통상 협상에 문외한인 트럼프의 충동적인 행동은 오히려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는 자신의 골수 지지자를 단합시킬 대중영합주의 선거 전략에 도움이 되는 한, 즉 “미국을 다시 경제 강대국으로 만들자”,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오자”, “무역적자를 줄여야 산다” 등 경제 이론과 현실과는 동떨어진 구호 아래, 얼마 동안은(몇 개월 몇 년이 될지도 모를) ‘한미FTA 카드’를 자신의 오만과 고집대로 만지작거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한국의 대응은 어때야 하나? ‘오컴의 면도날’ 법칙을 따르면 된다. 즉 트럼프가 포기할 때까지 ‘쫄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면 된다. 왜냐하면, 한미FTA 협정은 지속하던, 개정되던, 심지어 폐기되던 손해가 큰 쪽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 |
  1. 박영철 교수.jpg (File Size:15.8KB/Download:2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간호사는 조국을 치료했고 광부는 희망을 캤다 file

    (8)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나는 유라시아 길을 달리면서 진정한 동서 문명의 원형을 찾아서 우리들 조상의 삶의 모습과 지혜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이 길은 인류의 숨구멍 같은 길이다. 이 길을 통해 인류의 문명이 ...

    간호사는 조국을 치료했고 광부는 희망을 캤다
  • 중용, 인간의 맛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으로는 사서(四書) 삼경(三經)이 있다.    사서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그리고 중용(中庸)이다.    사서 중 ‘논어’에서 사람다운 삶을, ‘맹자’에서 올바른 삶의 근원을, ‘대학’에서 삶의 진화를,‘중용’에서 기우뚱한 균형...

    중용, 인간의 맛
  • 커피한잔 들고 주유천하 file

    커피한잔 들고 주유천하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요즘 돌섬통신이 뜸해졌습니다. 파킨슨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신건 아닌가? 걱정하는데 뒤늦게 돌섬통신이 날라오면 여간 반가운게 아닙니다.”   “글쓰기가 점점 힘들어요. 얼마 전부터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쓰...

    커피한잔 들고 주유천하
  • 히딩크가 한국에 와야할 이유 file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일군 히딩크 감독을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다시 데려오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뜨겁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9회 연속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한국 축구는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봉착(逢着)했다. 본선 32개국 중...

    히딩크가 한국에 와야할 이유
  • 빗속에 길을 잃다 file

    (7)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도르트문트에서 우나까지는 쭉 뻗은 길이다. 이런 길은 길 찾는 걱정 안하고 주위 경관이나 낯선 사람들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구름이 하늘을 덮었지만...

    빗속에 길을 잃다
  • 황제의 힐링, Imperial Springs (Ⅰ)

      '골프의 신'들이 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해야 한다면, 임페리얼 스프링스를 첫번째 장소로 정하지 않을까?    북경, 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도시에 속하는 경제도시인 광저우 (Guangzhou) 충화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만한 황제의 휴식처인 임페리얼 스프링스(Imp...

    황제의 힐링, Imperial Springs (Ⅰ)
  • 소셜연금은 빨리 타는 편이 낫다? file

    소셜연금에 대한 8가지 의문을 풀어드립니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9월말로 세금 정산이 마감되면서 소셜 시큐리티 연금(Social Security, 이하 소셜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또는 수년 후 은퇴하면 받게 될 연금 액수가 얼마나 될까’...

    소셜연금은 빨리 타는 편이 낫다?
  • 개똥 담아 가는 미국인 file

      [행복일기] 타인 배려하는 매너, 우리도 익히자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우리 부부는 얼마 전에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분으로 부터 점심 초대를 받아 2시간 드라이브 해서 그 곳에 갔다. 누구든 초대 받았을 때는 최소한 단정한 용모와 복장을 하고 참석하는 것...

    개똥 담아 가는 미국인
  • 文대통령의 비핵 정책 환영 file

    전술핵 재배치, 독자 핵개발 안될말 핵 잠수함 기항과 핵 전폭기 진입도 금지해야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정부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다시 다짐하면서, 전술핵의 재도입과 독자 핵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을 천...

    文대통령의 비핵 정책 환영
  •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file

    (3)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독자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당신은 별나라 형제들로부터 어떤 신호를 받았단 말인가?”   필자는 예상외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나라 형제들을 만났거나, 대화했거나, 접촉...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 학교 규모는 대학 결정에서 중요한가? file

    [교육칼럼] 학생 성향과 기호 먼저 고려해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 = 대학교 중에서 작은 학교는 학생 수가 1000명도 채 안 되는 학교도 있고 주립 대학과 같은 큰 학교는 학생 수가 무려 4만 5천명이나 되기도 합니다. 규모가 큰 학교나 작은 학교나 각기 ...

    학교 규모는 대학 결정에서 중요한가?
  • 한미FTA 폐기, 트럼프의 ‘충동적’ 전략의 민낯이다 file

    [국제칼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지난 8월22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의 첫 회담이 양측의 이견으로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추후 협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에 화...

    한미FTA 폐기, 트럼프의 ‘충동적’ 전략의 민낯이다
  • 성희롱 언행은 인생을 망친다 file

      미국의 성희롱법과 규정 알고 있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한국 대통령의 대변인이 워싱턴 디시에서 성희롱에 연류되어 즉석에서 직위해직된 적이 있었지요. 대통령께서 미국방문 전반에 걸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던 차...

    성희롱 언행은 인생을 망친다
  • 전혀 다른 세상은 가능한가? file

    (2)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이제 필자가 외계인 즉 별나라 형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약술할 차례가 되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지금 문명수준에 도달하기 까지 약 1만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만년...

    전혀 다른 세상은 가능한가?
  • 전략자산은 짜장면 배달이 아니다 file

    미국은 우리가 원한다고 보내지 않는다 냉엄한 국제정치를 걸음마로 배우는 문재인 정부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한국 언론이 희망사항을 기정사실(旣定事實)처럼 왜곡하고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의 하나로 두개의 미 항...

    전략자산은 짜장면 배달이 아니다
  • 로렐라이의 유혹 file

    (6)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역사적 고도(古都) 라인베르그의 새벽을 알리는 녹슨 청동의 종소리가 은빛으로 은은하게 천상의 유혹처럼 울리며 나그네의 곤한 잠을 깨운다. 낯선 곳에 여행을 하면 언제나 눈은 처음 보...

    로렐라이의 유혹
  • 엄마와 미술관 가는 길..

      한국에 있던 어느 늦은 가을에 그날은 봄날씨 같은 날이었다. 점심으로 도가니탕과 설렁탕을 먹고, 낙엽이 예쁜 가로수길부터 도청까지 엄마랑 산책했다.    엄마는 늘 우리를 위해 밥을 하셨다. 배달을 시키자고 해도, 나가서 먹자고 해도 엄마는 흔쾌히 그러자 하시...

    엄마와 미술관 가는 길..
  • 뉴질랜드 달러 하락세와 북미사일의 함수 관계

    지난 8월말 뉴질랜드 헤랄드 비지니스에 북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 태평양에 떨어 졌다며 뉴질랜드 달러 하락세의 원인이 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헤랄드도 뉴질랜드 환율 변화 요인에 북핵문제를 갖다 붙이기 시작했으니 조금은 의아하긴 했지만 동북...

    뉴질랜드 달러 하락세와 북미사일의 함수 관계
  • 국민당의 4기 집권이냐, 노동당의 부활이냐

    오는 23일 실시되는 총선은 지난 두 차례의 총선과 달리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 1야당 노동당이 지난달 1일 전격적으로 재신더 아던(Jacinda Ardern) 부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신더 효과’라고도 회자되는 노...

    국민당의 4기 집권이냐, 노동당의 부활이냐
  • 자긍심과 우월의식은 엄연히 다르다

    남도 귀히 여긴다면 자긍심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이 시시하게 보이면 우월의식 증세이고 자기가 남보다 처량하게 느껴지면 열등의식의 증세를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 두가지 증세가 다 좋지 ...

    자긍심과 우월의식은 엄연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