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피의 악순환

KoreaTimesTexas | 미국 | 2015.11.24. 04:28

YCHOI.jpg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는 9명의 이스라엘 선수를 죽음으로 몰았다. 

이 사건은 당시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사건의 장본인인 ‘검은 9월단’은 9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테러도 내성을 가지는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목적이 달성되던 것들이 

이제는 열 사람의 희생으로도 세상은 꿈쩍하지 않는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심장부의 군사력과 경제력의 상징물이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격받던 날, 미국은 자존심마저 공격당했다. 

분노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당시의 비극은 

역설적으로 테러를 모의한 편에서 보면 가장 극대화된 성과물이었다. 

 

지난 13일(금) 평화롭던 파리의 주말저녁이 피투성이가 됐다. 

이날 숨진 희생자는 132명. 

살아남은 자들은 끔찍했던 순간을 ‘대학살’ ‘전쟁터’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의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유럽 역시 ‘파리의 9·11’이라는 이번 테러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인 또한 테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라 잃은 설움이 가슴에 복받치고, 

주권을 빼앗긴 분노가 뼈 속까지 사무쳤던 독립투사들은 

목숨을 불사한 저항운동을 벌였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삔 역에서 이토오 히로부미에게 총구를 겨눴고, 

윤봉길 의사는 홍커우 공원에 폭탄을 던졌으며, 

이봉창 의사는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은 

수많은 친일파 제거와 일본 영사관 폭파 시도 등을 진두지휘했다.

 

일본의 극우파는 항일운동을 테러리즘의 범주 속에 넣고 

이 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단정한다. 

그렇다고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기록하는 일본의 역사교육에

큰 소리칠 입장도 못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뉴라이트계열 역사학자들이 만든 교학사 교과서엔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이 ‘테러활동’을 했다고 기록돼 있으니 말이다.

 

무고한 수천명을 희생시킨 악랄한 테러분자들과 

나라를 되찾겠다는 숭고한 가치를 지닌 선조들의 독립운동을 

같은 선상에 놓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테러는 본질적으로 강자에 대한 약자의 공격행위’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볼 때

슬프게도 이 둘 사이의 경계선이 묘하게 겹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테러리즘 연구가는 “테러리즘이 존재하는 구조적 원인은 불평등”이라고 정의했다. 

또 “무차별적 보복은 더 큰 테러리즘을 부를 뿐”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지구촌은 반테러리즘의 결의로 뜨겁다. 

자국민에 대한 광기어린 테러에 격분한 프랑스는 

연일 IS 심장부를 향해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있다. 

16일(월)에는 미국과 프랑스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국제 연합군이 

IS의 석유시설을 집중 파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IS가 미국을 테러대상으로 예고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9·11 테러의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한 뉴욕시는 

테러 진압 특수 훈련을 받은 경찰 100명을 뉴욕 시내 주요 지점에 배치했다.

 

「‘눈에는 눈’(정책)은 우리 모두를 눈멀게 한다.(An eye for eye leaves us all blind)」

9·11 발발 직후 미국의 한 평화운동단체가 미국 언론에 보낸 호소문 내용이다. 

 

보복에 보복을 더하는 끝없는 보복전쟁으로

민간인의 희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봐야 할 말이다. 

 

우리 모두를 눈멀게 하는 피의 악순환을, 

테러를 또 다른 패권으로 대항하는 폭력의 악순환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말이다.

 

[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 |
  • |
  1. YCHOI.jpg (File Size:53.7KB/Download:6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미국인의 군인 우대 관습 본받아야 file

      곳곳에서 군에 대한 신뢰 표현 (로스앤젤레스=코리아 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거의 모든 회사는 회사의 평판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돈과 노력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돕는 자선 사업체를 열거하기도 하고 언론 매체에 회사의 선행을 알리기 위하...

    미국인의 군인 우대 관습 본받아야
  • 원로가 존경받는 사회 되기를…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면 노인은 그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노인들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의 원천이며, 사회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자, 인생의 값진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고 우리의 내일이 있는 것이다. ...

    원로가 존경받는 사회 되기를…
  • 통일시대의 준비와 미래

    ‘통일강연 특강’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차세대들에게 인지시켜 주고, 대한민국의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을 끌어낸 것은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헌법 제 68조에 명시된 평화통일 정책자문기관으로서 1980년에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설립된 민주평화통...

    통일시대의 준비와 미래
  • [파미르 여행기 10] 중-소국경분쟁의 흔적들.... 타-키 국경엔 한... file

    [파미르 여행기 10] 중-소국경분쟁의 흔적들.... 타-키 국경엔 한여름인데도 눈이 내리고....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

    [파미르 여행기 10] 중-소국경분쟁의 흔적들.... 타-키 국경엔 한여름인데도 눈이 내리고....
  • [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 file

    [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들이 살던 마고성이 있던 곳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

    [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들이 살던 마고성이 있던 곳
  • [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file

    [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

    [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 러시아와 터키와의 경제전쟁, 누가 이길까? file

      지난달 23일 시리아에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터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저유가로 경제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확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서...

    러시아와 터키와의 경제전쟁, 누가 이길까?
  • 이국 땅 첸나이의 삶 file

    첸나이는 지금 큰병을 앓고 있다. 100여년의 기록을 깨버린 대홍수. 한달을 넘긴 빗줄기는 첸나이와 주변 지방 도시들을 삼켜버렸다. 주택 삼분의 일이 물에 잠기고 전기절단. 식수공급 중단, 인터넷 전화 모든 통신 두절. 도로침수. 기름고갈. 교통마비... 이에 따라서...

    이국 땅  첸나이의 삶
  •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특징과 전망 file

      최근 IS 테러 확산에 따른 불안 심리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앙아시아 이슬람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IS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같은 수니파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도 그 영향력...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특징과 전망
  • 저무는 한-몽골 수교 25돌, 몽골 한인 사회 위상 강화와 무궁한 ...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저무는 한-몽골 수교 25돌, 몽골 한인 사회 위상 강화와 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지금이야말로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요원들과 몽골 주재 한인 동포들이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공공 외교 협력 요원 제도’ 활동을 묵묵히 개시해...

    저무는 한-몽골 수교 25돌, 몽골 한인 사회 위상 강화와 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 미 국무장관 케리가 중앙아시아로 간 이유는? file

        19세기 영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와 식민지 확보를 위해 당시 무주공산이었던 중앙아시아를 놓고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을 벌렸다. 제국주의 시기 영국은 인도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는 남쪽 부동항을 찾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등 지금의 중앙아시...

    미 국무장관 케리가 중앙아시아로 간 이유는?
  • 강한 지도자는 겸손합니다 [1] file

    독재 스타일 경영자 시대는 지나… 이타심 구비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교수(내셔널 유니버시티) = 현대의 경영분야에서 경영지도자의 정의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언성이 높고 독재성 지도자가 강한 지도자로 여겨졌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대의 기...

    강한 지도자는 겸손합니다
  • “응답하라 1988” [4] file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  나의 과거는 힘이 들었지만 /  그러나 나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면 /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  행진 행진 행진 하는거야 (행진_1985년)   1980년대 중후반, 젊은 층은 ‘들국화’에 열광했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가...

    “응답하라 1988”
  • 얼래, 내 친구가 간첩이 되었네?

      * 아래는 지난 28일(토) 오후 7시 '역사와 평화'(역평) 포럼 첫 모임에서 행한 '여는 말'을 정리한 글입니다. '역평'은 '역사 바로 알기' 차원에서 <코리아위클리>가 마련한 정기 모임으로, 궁극적으로는 남북화해와 분단의식 극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임은 ...

    얼래, 내 친구가 간첩이 되었네?
  • 티모르의 추억 file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가?" 라는 제목의 고갱의 그림을 기억합니다. 아마 야자수 사이로 남방의 입술이 두터운 여자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보여주던 고갱의 그 그림을 저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이름...

    티모르의 추억
  • 가난에 대해서 [3] file

    가난은 생활이 좀 남루하다’고 하는 서정주의 말은 가난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의 멋진 시적인 구라입니다. 무소유를 말하는 법정 스님의 말도 가난하고는 거리가 먼, 기본적인 것을 소유한 사람들의 말이죠. 그리고 법정스님이야 가정이 없으니까 가난한 아내의...

    가난에 대해서
  • 우리 책임이지만, 우리 죄는 아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좀 특이한 나라 아닙니까?”, “네? 뭔소리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도 한가운데서 테러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연쇄로 여섯군데 동시다발로 일어났는데, 국가 안보를 책임진다는 정부의 그 어느 누구도 문책...

    우리 책임이지만, 우리 죄는 아니다
  • 나이 들어 연습하는 행복 file

    2000년대 초, 캄보디아에 와서 가장 즐거운 일은 망고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망고지만, 그때에는 정말로 세상에이렇게 맛있는 과일이 다 있나 할 정도로 맛이 있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에도 망고나무가 있습니다. 작년에 이미 근 100여개를 따서 먹었습니다...

    나이 들어 연습하는 행복
  • 피의 악순환 file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는 9명의 이스라엘 선수를 죽음으로 몰았다.  이 사건은 당시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사건의 장본인인 ‘검은 9월단’은 9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테러도 내성을 가지는지,  한 사람...

    피의 악순환
  •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 그들만의 축제인가?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수 많은 문화예술 행사들이 파리를 비롯, 프랑스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불상호교류의 해, 말 그대로 우리 대한민국이 프랑스와 교류를 시작한 130여년 동안 양국 간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교류가 이어져 왔고, 한국의 급성장...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 그들만의 축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