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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라는 나라가 좀 특이한 나라 아닙니까?”, “네? 뭔소리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도 한가운데서 테러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연쇄로 여섯군데 동시다발로 일어났는데, 국가 안보를 책임진다는 정부의 그 어느 누구도 문책을 당하거나, 경질되지 않는 걸 보니까요!!” “테러에 대해서 누가 뭘 어떻게 문책을 해요~! 지금 문책을 할 시기는 아니지요. 프랑스의 정책은 선해결 후문책이잖아요!” 잘 모르면서 아는 척~ ㅋㅋ  “문책을 하기는 합니까?”, 어이구… 정말 잘 모르는데…. 

역시, 현재 모든 이들이 다루는 가장 큰 이슈는 테러 이후에 프랑스 정부의 반응과 대책에 대해서다. 

 

“에고~ 제가 프랑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니, 법적절차를 디테일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는 모든 행정처리가 느린 것 처럼 법적 처리도 시간을 무지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상황종료되고, 문책하면 뭐합니까~!!”, 그런가? 상황종료… ? “아직 상황 종료는 아닌 것 같은데요” 꼬장~꼬장~ 꼬리를 무는 몇몇, 기자 분들의 질문에 궁여지책으로 옛날 기억을 되살려봤다. 

“한 비근한 예로, 80년대 후반에 무슨 사건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한데…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장관을 지낸 한 사람이 남긴 유명한 한 마디가 있어요”. 

‘Nous sommes resposables mais pas coupables!!’ 우리 책임이지만, 우리 죄는 아니다~!!??. 

명(?)대사라면 명대사인 이 한 문장 속에 프랑스 관료들의 면책(!)권이 다 들어있는 것 아닐까? 

30여년 전에 어느 여성장관이 남긴 이 획기적인 한마디가 프랑스 공무원들의 ‘면책선서’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애매모호(?)한 책임(!)은 있지만 분명한 죄(?)는 없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명언으로 꼽히는 한 마디가 한국의 공무원이나 관료의 입에서 나온다면~!! 그건, 아마도 망언(?) 중에 망언으로 삼족을 거쳐 망신살이 뻗치고 말 것 같다. 

 

외모도 말도 문화도 너무 다른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살면 살수록 이해할 수 있는 일 보다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문책을 위한 문책이면 그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냥, 서둘러서 여론을 잠재우고, 사건을 일단 종결하기 위해 어느 한 명의 희생재물(!)을 뽑아서 옷을 벗기면? 그 다음에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문제를 해결 할 것 같은가??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올시다~!! 문책과 경질로 해결될 문제들이었다면, 프랑스처럼 우수한 민족이 진작부터 시도하지 않았겠는가? 

결코 속전속결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문책이나 경질은 문제를 더 큰 문제로 키울뿐 원론적인 해결은 불가능함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경, 검, 군,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우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썩을대로 썩었다는 ‘정치인’들도 그 흔한 ‘영웅심리’로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거나 3류 편법으로 ‘표몰이’를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프랑스 국민들의 반응도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필자가 아는 보편적인 프랑스인들은 급여나 휴가가 공제되거나, 주 근무시간이 초과되면, 너나 할 것없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거리를 장악하며, 정부와 힘겨루기를 해서 기어코 한판승을 거둔다. 그런데, 지금 프랑스 국민들은 너무 조용하다. 다들 엄숙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하다. 정부를 향한 비판도 경찰이나 군대를 향한 시위도 없다. 다만, 프랑스 전역에 조용히 촛불들만 켜지고, 흰 장미송이들만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그것도 국회의사당(?)이나 엘리제궁(!) 앞도 아닌, 뤼퓌블릭광장이다.

 

국민 모두가 경찰이나 군인이나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목숨을 건 혈투를 벌여야 함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의 그 어떤 나라보다, 경찰에게 공권력을 가장 많이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테러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BRI’, ‘RAID’들로 구성된 엘리트 경찰들의 활약과 시경찰 및 국가치안 경찰들이 중심이 되어 테러리스트 검거와 소탕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다. 국민들이 경찰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국가의 위기가 오면 제일 먼저,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은 경찰을 전적으로 도와 특수작전에 동참하고, 공공기관 보안 검색, 감시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자기 기관에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연출을 하거나 오버하지도 않는다.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다 너무 잘 안다. 이 상황에서 아군들끼리의 분열은 자폭이라는 것을…

그래도 필자 생각에는 자칭, 유럽을 선도하는 지도국가로 자처하는 프랑스가, 이미 1월에 잔인한 테러가 일어나, 프랑스 엑자곤이 발칵 뒤집히고, 유럽전역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그 악몽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희생된 이들의 묘비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 1월 11일 테러가 자행되었던 샬리앱도에서 불과 200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에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죽어야 되는 이유조차 모른 채 숨을 거둔 수 많은 젊은이들… 그렇게 수도 한가운데서 대범하게 테러를 자행했던 그들의 잔인성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너무 과소평과하고 안일하게 대처하지는 않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민들이 지금보다 여러가지로 좀 더 불편해진다 할지라도 프랑스 정부는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 같다.  

             

【이미아 / 에코드라코레 대표 : mia.lee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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