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검은 휘장 쳐진 실내

  까만 개미들 엄숙히 모여 있다

잘 모르던 더듬이도 보이는데

친한 척 눈앞에서 설쳐대며 부탁하던

몇은 눈에 띄지 않는다

 

궁금해서 지금 내 장례식에 들려

그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개미 목사는 호월이 천국에 입성했다고

기뻐할 일이란다

언제 들어가는 것을 봤나?

살아 있을 때도 길 눈이 어두웠던 친구

천국 찾아가려다 길을 잃고

어디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 뻔하구먼

 

아내 개미와 두 딸 개미는

눈이 붓도록 울고 있지만

그런다고 관*에 누운 저 친구

깨어날 리도 없는데……

 

책임감 없는 저놈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면

바라고 살던 사람들은 어쩌라고?

 

아니, 아니다! 착각인 것 같다.

내일도 해는 여전히 뜨고

너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이 장례식만 끝나면

모였던 개미들도 뿔뿔이 헤어질 것이고

호월, 너는 이제 이것으로

이번 사바 세상과의 인연은 끝장이다

 

잘 가거라, 나의 좋은 친구여,

이 생의 끝은 다른 여정의 시작일 뿐이니

기본으로 돌아가 우주에 널리 퍼지거라

때가 이르면 새로 태어날 것이니

마음 준비하고 그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거라

 

너를 위해 묵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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