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이날, 마침 내리는 비는 한여름이라고 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수은주를 떨어뜨렸다.  그래서 유르타 안으로 들어갔다. 

  카자흐스탄에서 늘상 보던 유르타 ....  그러나 특이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풍선같기도 하고 무슨 장식물 같은 것이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이건 다름아닌 양의 내장을 늘려서 말린 건데 파미르인들은 가을이 오면 여기에 버터를 담아서 저장한다고 한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바로 주방용기인 셈이다.

  이른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던 파미르인들의 노곤한 하루도 끝이 나는 듯, 서산으로 해가 기울어갔다.

  그런데, 유르타 밖에서는 가축들이 자기 우리에 들어가지 않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양들은 마른곳을 좋아해요. 그런데 아침부터 내린 비로 인해 바닥이 축축해서 들어가지 않을려고 하는 겁니다."

  둘째 아들이 나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양들의 경우 젓은 곳에서 자면  병이 들 수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우리 바깥에 임시로 재워야 겠어요. 그런데 오늘 밤에 늑대가 내려올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라고 한다.

  오늘 같이 양들이 우리 바깥에서 잘 때면 어김없이 늑대들이 내려와 양들을 물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늑대로부터 양들을 지키느라 밤을 꼬박 세운다고 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알라이싸와 세 아들들은 한겨울에나 입을 법한 두꺼운 외투에 양털과 야크털가죽으로 만든 조끼까지 준비를 하였다.  더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비옷과 렌턴, 칼, 몽둥이까지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 처럼......

  난 이들이 가족과 가축들의 안녕과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 소리 듣다가 잠에 빠지고 말았다.

   파미르 무즈콜 고산지대의 아침.  나는 눈을 떠자마자 간밤에 늑대가 내려왔는지? 가축피해는 없었는지? 부터 물어보았다.

  알라이씨는 "새벽 3시경에 개짖는 소리에 즉각 렌턴을 켜서 사방으로 비춰보니까 늑대가 코앞에까지 내려와 있더라"며 간밤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늑대가 렌턴불빛때문에 더이상 다가오지 못하는 바람에 아무런 가축피해없이 늑대를 쫓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해발 4천미터 고지의 아침기운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유르타 주위를 가볍게 산책했다.

  간밤에 내린 비로 하늘과 땅은 더욱 가까워진 듯 새하얀 뭉게구름이 땅바닥에 바짝 내려와 있었다.  천하의 비경이 따로 없었다.

  파미르 여인네들은 여느 유목민 여인네와 다를 바 없이 가축의 젖을 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그것은 야크와 함께 하는 일과였다.  아침마다 야크젖을 짜고 야크똥을 말린 것으로 불을 피워 식구들에게 따뜻한 차와 야크 버터를 바른 빵을 준비하였다.

  그야말로 야크에 의지하는 삶이라고 할까?  파미르인들과 야크는 정말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였다.

  유르타안에서는 알라이씨의 큰딸이 아침에 짠 야크젖을 계속 휘젓고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기계 위에 하얀 헝겊을 덮고 야크젖을 부었다. 그 기계는  작은 주둥이가 두개 달린 믹서기와 같이 생긴 수동식 기계였다.

  알라이씨의 큰딸은 작은 손잡이를 살살 돌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위로 부은 야크젖이 두 종류의 유제품이 되어 주둥이를 타고 미리 받쳐둔 병에 담기는 것이 아닌가?

  한쪽에서는 묽은 또 다른 쪽에서는 좀 끈적끈적한 것이 바로 스미타나와 버터였다.

  신기하게도 그냥 손잡이를 돌렸을 뿐인데, 어떻게 우유가 버터와 스미타나로 바뀌어 나오는지.....

  또 이런 오지에 이런 기계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렇게 아침일찍 만든 신선한 야크 우유와 버터, 스미따나는 무르갑의 시장에서 아주 인기리에 팔린다고 한다.

  난  알라이씨의 큰딸러 부터 내가 돌려보겠노라고 하고 기계의 손잡이를 넘겨받아 20여분을 돌렸다. 보기보단 힘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5분도 채 못돌려서 부터 팔이 저리고 아파왔다.

  이를 눈치챘는지 나에게 구수한 스미타나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주었다.

  "아! 구수해" 내가 좀 과한 리액션을 했다 싶었는데, 이 가족들은 내가 자신들이 만든 이 유제품을 정말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하고 아침 식사 후 이 유르타를 떠나 다음 여정길에 오를려고 하는 나에게 야크 버터를 큰 병에 담아  주었다.   지난 밤 잘 자고 아침 상까지 받아 먹고 떠나는 길손이 염치없이 선물까지 챙긴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 |
  1. 9.png (File Size:493.5KB/Download:52)
  2. 10.png (File Size:1.17MB/Download:5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미국인의 군인 우대 관습 본받아야 file

      곳곳에서 군에 대한 신뢰 표현 (로스앤젤레스=코리아 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거의 모든 회사는 회사의 평판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돈과 노력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돕는 자선 사업체를 열거하기도 하고 언론 매체에 회사의 선행을 알리기 위하...

    미국인의 군인 우대 관습 본받아야
  • 원로가 존경받는 사회 되기를…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면 노인은 그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노인들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의 원천이며, 사회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자, 인생의 값진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고 우리의 내일이 있는 것이다. ...

    원로가 존경받는 사회 되기를…
  • 통일시대의 준비와 미래

    ‘통일강연 특강’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차세대들에게 인지시켜 주고, 대한민국의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을 끌어낸 것은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헌법 제 68조에 명시된 평화통일 정책자문기관으로서 1980년에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설립된 민주평화통...

    통일시대의 준비와 미래
  • [파미르 여행기 10] 중-소국경분쟁의 흔적들.... 타-키 국경엔 한... file

    [파미르 여행기 10] 중-소국경분쟁의 흔적들.... 타-키 국경엔 한여름인데도 눈이 내리고....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

    [파미르 여행기 10] 중-소국경분쟁의 흔적들.... 타-키 국경엔 한여름인데도 눈이 내리고....
  • [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 file

    [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들이 살던 마고성이 있던 곳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

    [파미르 여행기 9] 전설의 검은 호수 ‘카라쿨’, 천제 환인의 자손들이 살던 마고성이 있던 곳
  • [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file

    [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

    [파미르 여행기 8]   파미르인들의 삶은 야크와 함께 하는 삶
  • 러시아와 터키와의 경제전쟁, 누가 이길까? file

      지난달 23일 시리아에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터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저유가로 경제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확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서...

    러시아와 터키와의 경제전쟁, 누가 이길까?
  • 이국 땅 첸나이의 삶 file

    첸나이는 지금 큰병을 앓고 있다. 100여년의 기록을 깨버린 대홍수. 한달을 넘긴 빗줄기는 첸나이와 주변 지방 도시들을 삼켜버렸다. 주택 삼분의 일이 물에 잠기고 전기절단. 식수공급 중단, 인터넷 전화 모든 통신 두절. 도로침수. 기름고갈. 교통마비... 이에 따라서...

    이국 땅  첸나이의 삶
  •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특징과 전망 file

      최근 IS 테러 확산에 따른 불안 심리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앙아시아 이슬람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IS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같은 수니파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도 그 영향력...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특징과 전망
  • 저무는 한-몽골 수교 25돌, 몽골 한인 사회 위상 강화와 무궁한 ...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저무는 한-몽골 수교 25돌, 몽골 한인 사회 위상 강화와 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지금이야말로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요원들과 몽골 주재 한인 동포들이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공공 외교 협력 요원 제도’ 활동을 묵묵히 개시해...

    저무는 한-몽골 수교 25돌, 몽골 한인 사회 위상 강화와 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 미 국무장관 케리가 중앙아시아로 간 이유는? file

        19세기 영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와 식민지 확보를 위해 당시 무주공산이었던 중앙아시아를 놓고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을 벌렸다. 제국주의 시기 영국은 인도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는 남쪽 부동항을 찾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등 지금의 중앙아시...

    미 국무장관 케리가 중앙아시아로 간 이유는?
  • 강한 지도자는 겸손합니다 [1] file

    독재 스타일 경영자 시대는 지나… 이타심 구비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교수(내셔널 유니버시티) = 현대의 경영분야에서 경영지도자의 정의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언성이 높고 독재성 지도자가 강한 지도자로 여겨졌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대의 기...

    강한 지도자는 겸손합니다
  • “응답하라 1988” [4] file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  나의 과거는 힘이 들었지만 /  그러나 나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면 /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  행진 행진 행진 하는거야 (행진_1985년)   1980년대 중후반, 젊은 층은 ‘들국화’에 열광했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가...

    “응답하라 1988”
  • 얼래, 내 친구가 간첩이 되었네?

      * 아래는 지난 28일(토) 오후 7시 '역사와 평화'(역평) 포럼 첫 모임에서 행한 '여는 말'을 정리한 글입니다. '역평'은 '역사 바로 알기' 차원에서 <코리아위클리>가 마련한 정기 모임으로, 궁극적으로는 남북화해와 분단의식 극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임은 ...

    얼래, 내 친구가 간첩이 되었네?
  • 티모르의 추억 file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가?" 라는 제목의 고갱의 그림을 기억합니다. 아마 야자수 사이로 남방의 입술이 두터운 여자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보여주던 고갱의 그 그림을 저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이름...

    티모르의 추억
  • 가난에 대해서 [3] file

    가난은 생활이 좀 남루하다’고 하는 서정주의 말은 가난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의 멋진 시적인 구라입니다. 무소유를 말하는 법정 스님의 말도 가난하고는 거리가 먼, 기본적인 것을 소유한 사람들의 말이죠. 그리고 법정스님이야 가정이 없으니까 가난한 아내의...

    가난에 대해서
  • 우리 책임이지만, 우리 죄는 아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좀 특이한 나라 아닙니까?”, “네? 뭔소리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도 한가운데서 테러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연쇄로 여섯군데 동시다발로 일어났는데, 국가 안보를 책임진다는 정부의 그 어느 누구도 문책...

    우리 책임이지만, 우리 죄는 아니다
  • 나이 들어 연습하는 행복 file

    2000년대 초, 캄보디아에 와서 가장 즐거운 일은 망고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망고지만, 그때에는 정말로 세상에이렇게 맛있는 과일이 다 있나 할 정도로 맛이 있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에도 망고나무가 있습니다. 작년에 이미 근 100여개를 따서 먹었습니다...

    나이 들어 연습하는 행복
  • 피의 악순환 file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는 9명의 이스라엘 선수를 죽음으로 몰았다.  이 사건은 당시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사건의 장본인인 ‘검은 9월단’은 9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테러도 내성을 가지는지,  한 사람...

    피의 악순환
  •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 그들만의 축제인가?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수 많은 문화예술 행사들이 파리를 비롯, 프랑스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불상호교류의 해, 말 그대로 우리 대한민국이 프랑스와 교류를 시작한 130여년 동안 양국 간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교류가 이어져 왔고, 한국의 급성장...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 그들만의 축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