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발소의 아줌마미용사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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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기상, 30분 준비 후 출발. 오늘도 부지런히 달리자.

 

오전 8시에 Iowa 80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24시간 영업하는 곳 말고는 오전 9시가 오픈이다. 이발소 바로 옆에 체력단련실이 있었다. 오늘 운동은 4분짜리고 눕는 동작도 없지만, 쾌적한 실내공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니 아주머니가 이발소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머리 깎는데 얼마냐 물어보니 18달러란다. 그러며 조금만 기다리란다.

 

대학 입학 후에 한 번도 이발소를 다닌 적이 없다. 항상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왠지 이발소는 구닥다리 아저씨들이나 노인들이 다니는 곳 같았다. 1986년이 마지막 이발소 이용이었다. 만 32년만에 미국에서 이발소를 다시 이용한다. 그것도 생애 최초의 여자 이발사다. 미용실에서는 남자 미용사가 깎은 적도 있다.

 

“머리 어떻게 자를거냐?” “아주 짧게. 군인 머리처럼.” “전체적으로 다?” “앞부분과 윗머리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길게.” 가위로 대충 머리를 자르고 바리깡질을 시작했다. 숙달된 솜씨다. 아주머니는 친근하게 스몰톡을 걸어왔다. 날씨 이야기, 어디 가냐? 애들 있냐? 아주머니는 손주도 있었다. 이발은 금세 끝났다. 샴푸대는 있지만 미국에서는 따로 주문하지 않으면 샴푸는 하지 않는다. 한국 미용실은 이발 전후로 샴푸하고 드라이로 말려준다. 미국은 이게 다 돈이다. 20달러 지폐를 주니 2달러 거슬러준다. 거기에 2달러를 보태 4달러를 팁으로 줬다. 무척 좋아했다. 개시 손님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미국은 팁문화가 보편적이지만 이상하게도 트럭커의 세계에서는 팁문화가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이발은 작년 4월, TNT 들어갈 무렵 아내가 집에서 깎아주고 처음이다. 그 뒤로는 귀찮은지 안 깎아준다. 집에 갈 때마다 시간이 없어 미용실을 못 갔다. 아직 외국인에게 내 머리를 맡길 마음의 준비는 안 됐었다. 오늘 해보니 괜찮네. 앞으로는 자주 잘라서 단정하게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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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박물관은 개장 시간이 지나도 문을 열지 않았다. 밖에서 건물만 보고 돌아섰다.

 

오늘도 58마일의 속도는 계속 유지다. 다른 차를 추월할 때만 62마일로 올렸다. 인디애나주 파일럿 트럭스탑에 도착했을 때는 오늘 주행거리가 576마일이었다. 62마일로 달릴 때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지난주 연비(燃費)는 8.73마일이었다. 플릿 평균은 8.14다. 플릿 평균을 넘은 적도 별로 없지만, 이토록 큰 차이가 난 적은 처음이다.

 

경제 주행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고 속도로 빨리 달려서 일을 더 하는 게 돈을 번다는 의견도 있고, 55~58마일로 달려 연료비를 아끼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북 그룹방에 올렸더니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 중이다.

 

샤워하고 면도까지 하니 이제 좀 단정해 보인다. 요즘은 매일 샤워하는 호사를 누린다. 오늘은 머리를 잘랐으니 샤워도 할 겸 굳이 트럭스탑에 들렀다. 새벽에 출발해 해지기 전에 트럭스탑에 주차하는 패턴이 좋다. 며칠을 달리는 장거리니까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850마일 정도 남았다. 열심히 달리면 모레 정오까지는 갈 것 같다.

 

내일은 DMV 히어링이 있는 날이다. 택시 몰 때 받은 티켓을 변호사가 연기를 거듭해 내일 드디어 판결이 난다. 그동안 승률은 50%였다. 내일도 기쁜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핏스톤 터미널에

 

 

피곤했나보다. 3시 알람에 깼다가 계속 잤다. 6시 넘어 일어났다. 준비 후 출발.

오늘은 운동은 없는 날이다.

가면서 시간 계산을 해보니 배달처까지 내일 오후 2시에 도착할 수 있다. 휴게소에서 쉴 때 글렌에게 ETA(예상도착시간) 메시지를 보냈다. 핏스톤 터미널까지 올 수 있냐고 답이 왔다. 다른 드라이버를 연결해 배달하겠단다. 맞다, 그 방법도 있었지. 여기서 핏스톤까지는 350마일 거리다. 운전 시간이 7시간 30분 남았으니 가능하다. 오후 6시 도착 예상이지만 넉넉잡아 오후 7시 도착 예정이라고 보냈다.

 

나로서는 잘 됐다. 겨울철에 북동부 쪽으로 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주말에 눈도 예상된다니. 내일 남쪽으로 가는 화물을 받아 눈을 피하면 좋겠다.

 

중간에 한 번 더 주유 예정이 있지만, 일정이 바뀌었으니 주유는 생략했다. 지금 연료량으로도 충분하다. 시속 58마일로 부지런히 달렸다.

 

예상대로 오후 6시경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바운드 베이에서 트럭 검사를 하더니 마커 라이트 하나 나간 것과 디어 가드 약간 휘어진 것을 수리하라고 체크해줬다. 야드에 트레일러 내려놓고 트럭 주차한 다음 트랙터샵에 갔다. 수리 의뢰서를 전달했다. 얼마나 시간이 있냐길래 앞으로 10시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 했다. 준비되면 연락 주겠단다.

 

CB를 하나 사기로 했다. 전에 아마존에서 싼 모델로 하나 샀다가 전원 코드가 안 맞아 반품했었다. 트럭스탑에서 전원 코드가 같은 모양인 모델을 확인했다. 코브라 제품으로 사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이베이에서 리펍 모델 나온 것이 있다. 코브라에서 직접 파는 제품으로 2년 보증이다. 모델은 29 LTD나 LX 중에서 생각 중이다. 인터넷과 가격 차이가 많이 안 나면 트럭스탑에서 구입하려고 한다.

 

머리가 짧으니 편하다. 준삭발 수준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삭발한 이후로 가장 짧게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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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이오와로

 

 

샵에서 새벽 3시 40분에 전화가 왔다. 수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커 램프는 통째로 갈고, 휘어진 디어 가드는 커다란 해머로 몇 번 후려갈겼더니 펴졌다.

 

화물 배정은 오전 8시 10분에 들어왔다. 허쉬 초콜릿 공장에서 실어서 아이오와주 체로키에 배달한다. 오늘 중으로 실어서 21일 0시에 배달이다. 실질적으로는 오늘을 포함해 나흘이다. 1,200마일 거리를 나흘에 배달하면 하루 300마일꼴이다. 그다지 좋은 화물은 아니라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내게 맞는 화물이다.

 

첫째 이유는 내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11시간 정도 남았고, 이틀 동안 새로 들어오는 시간은 10시간 23분이다. 요 며칠간처럼 하루 10시간 가까이 달릴 수 없다.

 

둘째 이유는 오늘 먼 거리를 못 갔다. 허쉬 초콜릿으로 가는 중간에 월마트 DC에 들러 빈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트레일러가 지저분해 세척이 필요했다. 드랍 앤 훅이라 연료도 가득 넣어야 한다. 세차장이 같이 있는 트럭스탑이 있다. 이곳도 설계가 엉망인 곳이다. 입구에 들어와 주유 펌프로 좌회전해서 들어가는데 각도가 잘 안 나온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트럭 전부가 애를 먹는다. 세차장에 베이가 하나뿐이다. 트럭이 길게 늘어섰다.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4시간이 넘게 걸릴 줄이야. 나는 와쉬아웃만 하니 15분 정도 걸렸다. 외관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저녁에 눈이 온다고 예보다. 내 뒤로 기다리는 트럭도 너무 많고, 나도 더 지체할 수 없다.

 

여기서 한 3시간을 더 쉬었다가 오후 8시에 출발을 해? 그리고 밤새 달려? 아니면 지금 바로 가? 그리고 밤 11시 이전에 어딘가에 주차하고 쉬어? 타로에게 물어봤다. 바로 가란다. 교황 카드가 나왔다.

 

허쉬 초콜릿 공장은 워낙 자주 간 곳이다. 오늘은 80번 출구에서 나가 국도로 5마일 달리는 코스를 탔다. 시내를 통과하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경로다. 앞으로는 이 길로만 다녀야지. 빈 트레일러 내려놓고 사무실에서 서류와 새 트레일러 위치를 받았다. 연결하고 서류 작업을 하다 눈을 의심했다. 5만 7천 파운드? 4만 5천이 거의 한계 중량이다. 다시 보니 5천 7백 파운드다. 3톤이 안 된다. 20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40톤 트럭에 3톤을 싣고 가라고? 그냥 5톤짜리 중형 트럭 하나면 될 화물이다. 무게를 재고 말고도 없다. 거의 빈 차와 같은 상태다. 연비 좀 올라가겠군. 8번 홀에 핀을 걸었다. 운전에 가장 적절한 위치다.

 

달리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속 58마일은 포기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58마일로 달린 결과 2,886위로 다시 떨어졌다. 플릿 내에서도 2위에서 32위다. 시속과 연비는 결정적 상관관계는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얼마나 무거운 화물을 얼마나 산이 많은 코스로 다녔느냐가 관건이다.

 

원래 쉬려고 했던 휴게소는 그냥 지나쳤다. 자리도 거의 찼다. 일차 주유소에 도착했다. 국도변에 있는 파일럿 트럭스탑이다. 70대 정도의 중급 규모다. 입구로 들어서니 왼쪽이 주유 펌프고 오른쪽이 주차장이다. 오늘 자정이 넘으면 디젤유 값이 갤런당 2센트 이상 오른다고 했다. 주유를 먼저 할까 하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주차가 먼저다. 자리가 없다. 끝에서 두 번째 칸에 한 자리 남았다. 그곳에 댔다. 내 뒤로 오던 트럭은 주차 못 하고 돌아 나갔다. 주유부터 했으면 내가 주차를 못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69갤런을 넣게 돼 있다. 2센트 더 준다고 해봐야 1달러 38센트다. 그 가격에 주차한 셈이다. 타로가 맞았다.

 

1,100마일 남았으니까 하루에 400마일씩 달리면 적당하다.

 

아침에 제이 갤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히어링에서 졌단다. 벌금을 내야 한다. 벌점도 붙었겠지. 지금까지 시간 끌어준 것만 해도 변호사 비용 값어치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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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겨울 폭풍이 몰려온다. 오늘 아침까지 있었던 펜실베이니아는 내일과 모레 이틀간 고속도로에 트럭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지금은 인디애나에 있다. 지난번 네브라스카 가던 때와 같은 고속도로 플라자다. 남은 거리만 보면 내일 종일 달리면 배달처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울 것이다.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일리노이에서부터 미드웨스트와 북동부 전역으로 겨울 폭풍이 주말 동안 몰아친다. 아이오와는 포함되지 않았다. 내일 인디애나만 잘 지나가면 괜찮을 것 같다. 지금 북동부에 있는 트럭 드라이버는 적어도 하루 이상 운행 못 하고 쉬어야 할 것이다. 인디애나도 트리플 트레일러와 하이 프로파일 오버사이즈를 비롯한 일부 화물에 대해 운행을 금지한다.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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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운 날

 

 

아이오와주 어느 시골의 주유소 주차장에서 밤을 보낸다.

 

새벽 5시에 출발했다. 도로 상태는 괜찮았다. 밤새 내린 눈이 많지 않았고 제설 작업도 잘 되었다. 그러나 곧 눈이 더 많이 내리면서 도로 상태도 나빠졌다. 와이퍼에 얼음이 끼면서 앞 유리가 제대로 닦이지 않아 시야를 가렸다. 다행히 얼마 안 가 트럭 주차장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얼음을 깨고 와이퍼를 작동하니 괜찮았다.

 

아이오와주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눈은 약해졌다. 인디애나주가 끝날 무렵에는 눈이 그쳤다. 아이오와주에 들어서니 해가 비췄다. 햇빛을 오랜만에 받는다.

 

오늘 인디애나와 아이오와에서 도랑에 빠지거나 전복된 많은 차와 트럭을 봤다. 회사에서도 많은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RA에서 사고 아니면 전화 걸지 말고 퀄컴 메시지로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NJ, PA, NY 고속도로에서 운행 중인 트럭은 즉시 안전한 곳에 주차하라는 메시지도 왔다. 400달러 벌금을 받은 트럭이 있단다.

 

오늘도 아이오와 80 트럭스탑에 들렀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CB shop도 들를 예정이었다. CB샵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날씨가 너무 추워 다음 기회에 가기로 했다. CB 라디오는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지만,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튜닝이 필요하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그래서 고민이다. 지금까지 없어도 괜찮았고 앞으로도 많이 안 쓸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왕 하는 것 조금 더 비용을 들이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좋을까?

 

인디애나주 트럭스탑에서 주유하며 앤타이 젤(Anti Gel) 용액을 샀다. 디젤유는 기온이 떨어지면 젤리처럼 굳는 특성이 있다. 연료 분사구가 막혀 시동이 안 걸릴 수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료첨가제다. 화씨 20도(섭씨 영하 6도) 이하로 내려가면 연료에 넣으라고 권장한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내가 다닌 곳 중에서는 그 정도로 추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내가 트럭 일 시작한 이후로 가장 추운 날이다. 화씨 -1도니 섭씨 영하 18도다. 리퍼는 보통 냉장이나 냉동 모드로 돌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난방 모드다.

 

70시간을 거의 다 썼다. 1시간 19분 남았다. 자정 지나면 9시간 12분이 들어온다. 34시간 리셋 하지 않는 이상 매일 8일 전의 근무 시간만큼 새로 받는다. 리캡(recap)이라고 부른다.

 

거의 버려진 듯한 분위기의 시골 트럭스탑에 주차했다. 트레일러가 주로 주차돼있고 트럭은 몇 대 없다. 다이너가 있어 가보니 거의 손님이 없다. 넓은 식당이 텅 비고 두 노인 남녀가 식사하고 있다. 여기서 주유하는 트럭도 못 봤다. 장사가 되나? 인건비도 못 건질 것 같은데. 나라도 팔아줘야 할 것 같아서 식당에서 오늘의 스페셜인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맛은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APU에서 엄청난 연기가 났다. 평소에도 매연 냄새는 심하지만, 이 정도로 연기가 난 적은 없다. 아무래도 연료첨가제 때문인 것 같다. 연기뿐 아니라 APU 엔진 돌아가는 소리도 평소보다 요란하다. 페북 게시판에 물어보니 내 트럭에 장착된 릭마스터(Rig Master) 제품이 안 좋다는 얘기와 함께, 앤타이 젤을 쓰면 연기가 날 수 있다는 답이 올라왔다. 누구는 트럭에 불 난 줄 알고 사람들이 문을 두드려 깨우더란다. 이거 미안해서 복잡한 트럭스탑에 가겠나.

 

내일은 천천히 일어나 발송처에 가봐야겠다. 자정에 배달인데 일찍 받아줄지 모르겠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있으려나.

 

 

 

텍사스로 달려라

 

 

솔로 시작 이후 처음으로 텍사스 배달 화물을 받았다.

 

간밤에 꽤 추웠다. 히터를 중간 정도 틀었는데도 실내 온도가 60도를 넘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80도를 넘어 덥다 느꼈을 강도다. 밤새 리퍼와 APU가 번갈아 굉음을 내뿜었다. APU에서는 작동할 때마다 연기가 계속 나왔다.

 

오늘 운동은 모두 서서 하는 동작이지만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기온이 아니다. 매점과 화장실 사이에 라운지로 썼던 것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창고 분위기다. 80년대 것으로 보이는 전자오락기도 있었다. 그 공간에서 운동하고 체중을 쟀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다른 수치가 안 좋아졌다. 신체 나이 50세까지 올라갔다. 시피위가 하도 쌀 먹지 말라고 해서 지난주 밥을 한 끼도 안 먹었다. 어떻게 되나 보려고. 쌀은 그저 탄수화물 덩어리가 아니다. 밥 위주의 식사는 반찬을 챙겨 먹어 영양의 균형을 이룬다. 밥을 안 먹는 시피위가 그런 것을 알 턱이 없다. 백미에 탄수화물 성분이 많기는 하나 칼로리 자체는 많지 않다. 현미를 먹으면 더 좋기는 하겠지.

 

배달처로 출발했다. 트럭에서도 엄청난 배기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어제도 그랬나? 트럭 뒤에 휘날리는 것이 연기인지 눈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날씨가 차가워 엔진이 충분히 뜨겁지 못하면 발생하는 불연소 현상이다. 엔진이 계속 작동하면서 배기가스도 사라졌다. APU는 계속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동작과 정지를 반복하기 때문에 엔진이 충분히 가열될 시간이 없다. 그러니 계속 연기를 뿜어낼밖에.

 

배달처에 도착하니 일요일이라 한산하긴 해도 일을 하고 있었다. 접수도 바로 받아줬다. 12시간 이상 시간을 벌었다. 트레일러를 열어 보니 짐이 한가득이다. 무게가 가벼워 짐이 얼마 안 될 줄 알았더니 부피가 컸다. 마시멜로라도 되나? 트레일러 가득 채우고도 5천 파운드가 안 되지?

 

배달 마치고 나와 가까운 주유소로 갔다. 이곳은 어제 지냈던 곳보다 더 한산했다. 쉬고 있자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미네소타 워싱톤(Worthington)에서 텍사스 포트 워스(Fort Worth)로 가는 화물이다. 발송처로 가는 경로에 트럭 세차장은 없었다. 있었다 해도 일요일이라 문을 안 열었을 것이다. 빗자루로 쓸어 냈다. 장갑을 껴도 손이 몹시 시렸다.

 

북쪽으로 달려 미네소타로 향했다. 발송처에 도착했다. 정문 경비는 트레일러를 옆 세차장 공터에 내려놓고 가져갈 트레일러를 끌고 와 서류를 받아 가라고 했다. 열심히 안 쓸었어도 되었구만. 리퍼 연료를 가득 채우고 와야 했는데 깜박했다. 절반 이상 남았으니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미네소타에서 다시 남쪽 아이오와로 내려갔다. 29번 고속도로는 네브라스카주의 경계면을 따라 나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오마하 건너편의 파일럿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웠다. 대도시 옆이라 한 곳도 남은 주차 공간이 없었다. 더 가서 다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다음 휴게소는 300마일이 넘어야 나온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트럭이 한 대만 서 있다. 바닥에 눈이 쌓여 주차선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충 비슷하게 세웠다. 다른 트럭은 곧 떠났다. 나 혼자 남았다. 밤이 깊어 다른 트럭들도 들어왔지만, 아직도 자리는 있다. APU 매연은 간단하게 해결됐다. APU가 시동이 안 걸린다. (앤타이 젤 약발도 떨어진 모양이다) 평소에도 잘 안 걸렸는데, 날씨가 추우니 더 하다. 발전기는 안 돌아가도 히터는 작동한다. 전열 기구를 못 쓰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현재 기온은 화씨 10도, 섭씨 영하 12도다. 이 정도만 돼도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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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은 따뜻해

 

 

살을 에는 추위에서 봄 날씨로 왔다. 배달처를 100마일 남긴 오클라호마 Ardmore의 Flying J 트럭스탑에 멈췄다. 오늘 달린 주는 아이오와 – 네브래스카 – 캔자스 – 오클라호마다.

 

트럭을 달려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한 시간이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바깥 풍경도 달라졌다. 캔자스까지만 와도 강과 호수에 살얼음이 끼고 그 아래로 물이 흘렀다. 오클라호마에 오니 눈과 얼음은 사라졌다. 오클라호마 유전지대(oil field)를 지나왔다. 유전지대라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시추기들이 줄지어 있고 뜨거운 화염과 시커먼 연기를 뿜는 광경일 텐데, 밭 중간에 일명 메뚜기라고 부르는 소형 시추기가 한두 대 천천히 펌프질하는 정도다. 저기서 석유가 나오는 게 맞나 싶다. 4층 건물 높이 정도의 큰 시추기도 더러 보았다. 연기 같은 것은 전혀 안 나온다. 네이슨은 예전에 오일필드에서 일했다고 했다. 지금도 텍사스 오일필드에서 트럭을 몰면 수입이 좋다고 한다.

 

지나오는 길에 인디언 보호구역을 여럿 지났다. 인디언 마을을 본 것은 아니고 이름표만 봤다. 그리고 카지노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계 수단으로 허가한 것이리라.

 

오늘 아침 남들 자는 시간에 일어나 화장실 건물에서 운동했다. 차가운 날씨에 몸을 쓴 탓인지 근육이 좀 아팠다. 저녁에 뜨거운 샤워를 하고 나서야 풀렸다.

 

가이암을 보니 온통 소금투성이다. 고생 많았다. 내일 배달 후에 트레일러와 함께 세차해 줘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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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한 송이
  • 파리, 텍사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포트 워스는 댈러스 왼편에 있다. 한동네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도시 주변이라 그런가, 배달처는 공간이 무척 좁았다. 그나마 번잡하지 않아 별 탈 없이 닥킹하고 짐을 내릴 수 있었다. 돼지고기를 날랐는데 트레일러에 핏물이 흘렀다. 가...

    파리, 텍사스
  • 이런 짓을 하는 내가 정말 비정상인가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목사가 되기 전부터 나는 좋은 교회들을 찾아 수요예배를 드렸다. 목사가 된 후에는 그런 교회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내 딴에는 신경을 써서 그 교회가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그에 적합한 글을 썼다. 조금...

    이런 짓을 하는 내가 정말 비정상인가
  • 어떤 햄버거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모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대 과목 중 하나인 ‘행복학’을 강의하고 있는 탈 벤 샤하르(Tal Ben-Shahar) 교수의 햄버거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는 열다섯 살에 5년을 준비했던 이스라엘 전국 스쿼시 선수권 대...

    어떤 햄버거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 이승만의 놀라운 입도선매식 재테크 file

    정권 잡기전 미국인에 광산채굴권 하와이 압송시 정부돈 횡령 사건보도 12년 집권기간 외교와 달러 친정체제 유지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이승만(李承晩)은 권모술수가 출중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고 대한민국 단독 정부가 그의 음모대로 탄생하자 그전...

    이승만의 놀라운 입도선매식 재테크
  • 32년만의 이발소 이용 file

    미국이발소의 아줌마미용사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3시 기상, 30분 준비 후 출발. 오늘도 부지런히 달리자.   오전 8시에 Iowa 80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24시간 영업하는 곳 말고는 오전 9시가 오픈이다. 이발소 바로 옆에 체력...

    32년만의 이발소 이용
  • 눈 폭풍 속 질주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가이암이 이토록 겁대가리 없는 녀석인 줄 몰랐다. 가이암은 오늘 도로에서 가장 빠른 차량이었다.   어제 9시에 발송처에서 출발했다. 경로가 약간 바뀌었다. 원래는 켄터키로 해서 일리노이로 올라가는 코스였다. 출발 직전에 매크...

    눈 폭풍 속 질주
  • 어린 시절 돌아보면 ‘행복’을 안다

    행복은 현대 문명이 주는 편리로 만들어 지지 않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근래 초등학교 2학년인 외손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인터뷰를 저에게 요청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내준 과외 활동의 일부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

    어린 시절 돌아보면 ‘행복’을 안다
  • 나는 너무 외로워요(1)

    [교육칼럼] 외로움 느끼는 자녀, 부모가 먼저 살펴야 한다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살지 못하면 우리는 대개 외로움을 느낍니다. ▲ 엔젤라 김   근래 한국 사회에 커다...

    나는 너무 외로워요(1)
  • ‘삼체’를 하지 말라 file

    [이민생활이야기] 하사옹 옹의 충고를 기억하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삼체를 하지 말라'고 한 사람은 충북 어느 시골에서 찌질하게도 가난했던 농부 하사용 옹이 한 말이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2학년 중퇴가 전부다. 그는 한국 국내에서 3500회 이...

    ‘삼체’를 하지 말라
  • ‘굿 닥터’의 프레디 ‘역변’은 없었다 file

    Newsroh=이오비 칼럼니스트     여러 해 전에 '어거스트 러시의 뉴욕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로에 칼럼을 한번 올린 적이 있다.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영화 한편으로 뉴욕워킹투어 코스를 짤 수 있을만큼 뉴욕을 설명하는 대표영화 중 하나인 이 영화에서 주인...

    ‘굿 닥터’의 프레디 ‘역변’은 없었다
  • 문명의 배꼽, 그리스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가면 건물입구가 웅장하다. 바로 그리스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을 모방해 만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대영 박물관이 가장 자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유물 중에 파르테논 신전 바닥인 엘긴 마블스(elgine marbles)이라는 대리석이 있다. 이를 위해...

    문명의 배꼽, 그리스
  • 북한 군사력에 무지한 반트럼프 세력, 언제 깨어날까

    소련-동독 고급 두뇌 끌어들여 일찌감치 핵개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25일 경 베트남 휴양지 ‘다낭’에서 열린다는 뉴스가 나온 가운데 <워싱턴타임스>는 1월 28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조원대(수십억 달러) ...

    북한 군사력에 무지한 반트럼프 세력, 언제 깨어날까
  • ‘모스크바(MOSCOW)’의 하얀 밤(白夜)에 깜짝 선물을 받다

    2012년 8월 어느날. 친구 C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SU(러시아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삼년동안이나 별러서 이룬 여행이었기에 두 사람은 많이 들떠 있었다.   나는 여기 뉴질랜드에서 여행수속을 마쳤다. 친구와 더불어 일행들과 합류하기 위해 일찌감치 한국으로 날아가야...

    ‘모스크바(MOSCOW)’의 하얀 밤(白夜)에 깜짝 선물을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