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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원지를 놓고 경제와 정치, 외교 등 전방위에 걸쳐 극한적인 갈등을 벌이기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넘어간다.  

 

자고나면 새로운 제재 조치를 들고 나오는 중국에 의해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 역시 여전히 강 대 강 전략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이번 호에서는 197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수렁에 빠진 호주와 중국의 관계를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들을 시간과 각 분야 별로 소개하면서 양국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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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산 바닷가재

 

공항에서 집단으로 폐사하게 된 바닷가재들 

 

지난 11월 2일 중국과 호주의 양국 언론들은 물론 각국의 언론들에는 뜬금없이 바닷가재(lobster) 사진들이 여럿 실렸다. 

 

이는 중국 정부가 10월 30일 탱크에 담겨 항공기로 호주로부터 상하이의 푸동(Pudong) 공항에 도착한 20톤 이상의 살아있는 바닷가재 통관을 보류시키면서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중금속 검사 등 새로운 통관 검사 항목을 추가해 통관을 지연시켰는데, 그러나 그 직전만 해도 호주에서 수입된 바닷가재들은 품질이 우수하고 또한 생산된 현지에서 이미 충분히 검사가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중금속 검사를 수입 물량의 50~100%를 대상으로 실시하겠다면서 시간을 끌어 결국 200만 호주달러어치에 상당하는 바닷가재들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보복 조치임에 틀림 없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해관(세관)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수입 해산물을 검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 등 외국 언론들은 이 사건이 날 즈음에 중국 정부가 자국의 수입상들에게 석탄과 보리, 구리와 설탕, 그리고 목재와 와인, 바닷가재 등이 포함된 ‘호주산 블랙리스트’를 구두로 전달했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같은 무렵에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수입업자들이 호주산 밀을 수입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이처럼 공식 문서가 아닌 말로만 블랙리스트를 전달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 위배라는 점을 의식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구두 지시를 통해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바닷가재가 세관에 묶였던 같은 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 퀸스랜드에서 수입한 원목에서 해충인 ‘나무좀(bark beetle)’이 발견됐다는 이유를 들어 호주산 원목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수입하는 물품들 중 주로 호주산의 비중이 높은 부문만 골라 이와 같은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중국의 입김이 큰 분야일수록 호주가 받는 경제적인 타격이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바닷가재는 2018/2019년 전체 수출 물량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94%가 중국으로 나갔으며, 목재 역시 작년 6월부터 금년 6월까지 1년간 나간 전체 물량 중 84%가 중국으로 향해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수출 품목들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철광석은 호주산을 계속 수입 중인데 이는 고품질의 호주산 철광석 수입을 중단하면 대체할 수 있는 나라를 찾기 힘들어 오히려 자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호주 연구소인 ‘로위 인스티튜트(Lowy Institute)’의 리처드 맥그리거(Richard McGregor)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호주산 상품 중 상당수에 대해 공급망을 교체할 수 있다고 앞서 경고한 바 있으며 이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고 지적했다. 

 

맥그리거 연구원은 또한 호주에 대한 중국의 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무역 공세는 다른 나라들에게 이를 본보기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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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바이러스 기원 조사 이전부터 벌어진 틈새 

 

이처럼 양국이 첨예한 외교적 긴장 수준을 넘어 냉전 당시의 싸늘한 관계로까지 되돌아 간 것은 지난 4월 22일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가 캔버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발화점이 됐다. 

 

당시 모리슨 총리는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는 국제 조사가 중요하다면서 적절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바이러스 사태의 기원에 대해 투명하게 조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한편 동맹국들의 동참을 강조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 역조 문제를 비롯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가장 앞서가던 화웨이 등 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왔던 중국은, 당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는 내심으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겉으로는 세계 최강대국의 힘을 의식해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과 일본, 한국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은 여전히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호주라는 만만한 상대가 싸움을 걸어온 격이 됐는데, 결국 한마디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호주에 대해 중국은 이때부터 대대적인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 

 

평소 거친 발언으로 유명한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호주는 항상 말썽을 피운다. 마치 중국 신발 밑에 달라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 문질러야 한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은 2018년 8월에 미국 요구에 따라 호주 정부가 화웨이를 자국의 5G 이동통신사업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는 등 정책적으로 미국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면서 진작부터 관계에 금이 가던 상황이었다. 

 

호주는 모리슨 총리의 발언 이후에도 5월에 열린 WHO 총회에서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다시 주장했고, 결국 중국은 같은 달에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부분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왔는데 쇠고기 역시 호주 전체 수출물량 중 2/3를 중국이 차지한다. 

 

당시에도 중국은 호주 4개 도축장에서 잡은 쇠고기에 대해 표기 문제와 보건증명서 등을 요구하면서 통관을 막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들 4개 도착장은 중국 쇠고기 수출물량의 35%를 차지했다. 

 

또한 호주산 보리에 대해서는 5월 19일부터 5년간 80%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9월 들어서서는 아예 수입을 금지시켰는데, 전체 호주 보리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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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유학생들의 졸업식 모습

 

전 분야로 번진 중국의 제재 조치 

 

그러나 이와 같은 중국의 조치에 호주 정부가 목소리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를 검토하는 등 중국 정부의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 나타나자 중국은 잇따라 또 다른 제재 조치를 들고 나왔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자국민의 호주 여행 금지 및 유학생 송출 금지였다. 

 

6월 5일에 중국 문화관광부는, 호주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호주 여행 자제를 들고나왔으며, 나흘 뒤에는 교육부가 유학생들과 그 보호자들에게도 같은 이유로 호주 유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호주 국경이 통제된 상태였지만 그 전해까지만 해도 연간 140만명 중국인들이 호주로 여행왔으며 호주는 중국인들이 가장 찾고 싶은 여행국으로 자주 등장했었다. 

 

또한 영어권인 호주는 유학생들을 통해 들어오는 외환 유입이 연간 380억달러에 달하는데 44만여명의 전체 유학생들 중 2018년 기준으로 중국 유학생들이 38%에 달할 정도로 호주 교육 산업의 중국 유학생 의존도는 높다. 

 

이들 유학생들로 인해 25만개 이상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며 시드니 대학에서는 중국 유학생들이 철수하면 7개 대학에서 향후 2년간 120억 호주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호주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의 비중은 1/3정도인데 2위 교역국인 일본은 13%, 그리고 3위 교역국인 한국이 6% 정도인데 비해 4% 정도인 미국은 5%인 인도에 이어 4번째 수출 대상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의 조치에 호주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6월 19일 모리슨 총리는 구체적인 나라를 거명하지는 않으면서 호주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가에서 지원하는 조직의 사이버 공격이 늘어났다고 밝혔으며, 그 며칠 뒤에는 호주 정보기관이 호주 정계에서 유명한 친중 정치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고 나서면서 행동으로 이를 보여줬다. 

 

이어 7월9일에도 모리슨 총리는 “홍콩보안법으로 호주에서 새 삶을 원하는 홍콩인들의 정착을 돕겠다고 나섰고, 또한 같은 달 23일에는 남중국해의 중국 주권을 부정하는 공식 문서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등 중국의 심사를 한층 불편하게 만들었다. 

 

또한 8월 말에 모리슨 호주 총리는, 각 주정부가 외국 정부와 독자적으로 맺은 계약에 대해 연방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이를 무효화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중국을 견제하려는 제도를 더욱 본격화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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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레이와 빌 버틀스, 마이크 스미스

 

스파이 영화같은 상황까지 펼쳐져 

 

한편 이런 가운데 지난 9월에는 양국에서 각각 특파원들이나 방송 앵커 등 언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색 및 억류와 체포, 추방 및 탈출 등 한마디로 스파이 영화와 같은 사건들까지 잇달아 벌어졌다. 

 

지난 8월 14일 중국 당국은 CCTV 영어채널인 CGTN 소속의 중국계 호주인 유명 앵커인 청레이(Cheng Lei)를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자택에 구금했으며, 이후 보름여가 지난 뒤에야 청레이가‘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범죄 활동’으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정식 기소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도 합법적으로 6개월까지는 일정한 장소에 피의자를 구금시킬 수 있다. 

 

1975년 중국 태생인 청레이는 10살 때 이민을 간 호주 시민권자로 1990년 상하이대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가 2002년 CGTN 전신인 CCTV뉴스에 합류했다가 2003년부터는 중국•싱가포르 금융 채널인 CNBC 중국 특파원으로 9년간 일하던 중 2012년에 CGTN에 합류했다. 

 

또한 이 사건에 바로 뒤이어 ‘호주방송(ABC)’의 빌 버틀스(Bill Birtles)와 ‘호주 파이낸셜 리뷰’의 마이크 스미스(Mike Smith) 기자가 억류 위협에 처했다가 자국 외교 시설로 피신 후 가까스로 탈출해 귀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당시 청레이가 구금되자 자국 대사관 권유를 받고 철수를 준비하던 중 중국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국가 안보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전까지 출국할 수 없다고 전하자 즉각 베이징 대사관과 상하이 영사관으로 피신했다.

 

결국 이들은 외교 당국의 협상에 따라 자국 외교관들 배석 하에 외교 시설에서 약식 조사를 받은 후 9월 8일 귀국할 수 있었는데, 버틀스는 귀국 후 당시 청레이와의 관계와 홍콩 국가보안법 관련 보도 당시 제보자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재는 197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 현지에 주재하는 호주 언론 매체에 소속된 기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던 당시에 중국 언론들 역시, 이보다 2개월 앞선 지난 6월 26일 호주 현지에서 정보 당국이 호주에 상주하는 중국 언론 매체 3곳의 기자 4명의 숙소를 수색하고 기자들을 심문했으며, 휴대전화와 컴퓨터, USB 메모리 등을 압수해 갔다고 뒤늦게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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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바르’ 해상훈련

 

정치계까지 번진 갈등 

양국의 인적 갈등은 비단 언론인에만 그치지 않았는데 모리슨 총리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발언 이전인 지난 3월에도 중국 정부는 호주계 중국 작가인 양헝쥔(Yang Jun,55)을 간첩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전직 중국 외교부의 공무원 출신으로 박사인 양헌쥔은 퇴직 후 2002년에 호주 국적을 취득했으며 학자이자 소설가 및 시사평론가로 그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체제를 비판해왔다. 

 

그는 작년 1월에 아내와 딸의 호주 비자 수속을 밟고자 중국을 방문했다가 전격 체포돼 자택에 구금됐으며, 이후 같은 해 8월에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으며 호주 영주권자인 부인도 뒤이어 출국이 금지됐다. 

 

그가 구금되자 시드니 기술대학의 펑충이 교수는 그가 체포를 대비해 지난 2011년에 미리 써둔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편지에서 양은 중국 민주 인사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자신이나 가족이 위험에 빠지지 않은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자고 격려하면서 만약 자신이 체포되면 이 편지를 공개하라고 썼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월 12일에 뒤늦게서야 그가 현재 합법적 권리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1심 심리를 받고 있다고 밝혔는데, 당시 해외 언론들은 양에 대한 중국 정부 발표 역시 양국 관계를 놓고 쏟아져 나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심리전 중 하나라고 분석했었다. 

 

실제 당시 마리스 패인(Marise Ann Payne) 호주 외교장관은, 국제 규범에 따른 공정하고 인도적인 대우를 받도록 호주 정부는 중국 당국에 계속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합법적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특히 호주 정부 고위 당국자의 무책임한 발언은 중단돼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호주 내에서도 중국계나 친 중국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가 잇달아 벌어졌는데 이 배경에는 어김없이 현지의 중국계 기업이나 유력 인사들이 개입돼 있었다. 

 

지난 6월 26일 호주안보정보원(ASIO)과 경찰은 샤케 모슬만(Shaoquett Moselmane) 노동당 소속의 뉴사우스웨일스주 하원의원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그는 유명한 친중 성향 정치인이며 오래 전부터 중국 공산당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중국의 대표적 공무원 양성기관인 베이징행정학원 졸업생만 의원실 직원으로 썼고 금년 2월에는 홈페이지에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변함없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올리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 12일에는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즈주 글래디스 베르지클리언(Gladys Berejiklian) 총리가 부패전담기구인 반부패독립위원회(ICAC) 측에, 지위를 활용해 중국과의 사업 거래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대릴 맥과이어(Daryl Maguire) 전 의원과 비밀리에 친밀한 개인적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왔었다. 

 

맥과이어는 현직 의원 시절이던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시드니 공항 부근 부지 등을 투자자들에게 중개하는 등 부동산 중개에 개입하면서 이득을 취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중국에 유리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에 앞서 작년 11월에는 중국의 방위산업 투자전문 회사인 ‘중국장친투자유한공사’ 소속 직원으로 홍콩과 호주에서 중국 정부의 사주로 첩보 공작 활동을 했다는 26세의 왕리창의 폭로가 나온 바 있다. 

 

당시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왕리창은 중국이 홍콩과 대만, 호주에서 벌인 공작 활동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면서 호주 망명을 신청했었는데, 특히 왕은 중국 정부가 2020년 1월에 진행되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해 차이잉원 총통의 경쟁자인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에게 2000만위안을 전달했다고 밝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결국 대만 선거에서는 한동안 밀리던 차이잉원 총통이 압도적인 지지 속에 당선됐는데, 한편 왕의 폭로 이후 호주 정부 역시 ‘외국의 내정 간섭’ 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으며 이는 사실상 자국 내의 중국 스파이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당시 왕이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며 일각에서는 그가 실제 스파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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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내륙에 위치한 ‘파이브 아이즈’ 감청시설

 

중국 “호주는 미국의 대리인”으로 인식 

 

이처럼 ‘호주 때리기’에 나선 중국의 의도는 한마디로 호주를 ‘미국의 대리국’으로 보기 때문이며 이번‘코로나19’사태는 그러한 양국 입장이 본격화되는 계기였을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호주는 특히 트럼프가 취임한 지난 몇 년간 미국이 인도와 태평양 지역에서 벌인 여러 군사 훈련은 물론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배제하는 등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홍콩보안법을 우려하는 국제 성명에도 동참했고 홍콩인의 정치적 망명을 돕고 있는데, 호주 내부에서는 중국의 이번 공세는 호주의 태도를 바꾸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 캐나다와 영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비밀 감청 네트워크 연합인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구성하는 국가 중 하나로 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다. 

 

이미 호주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진작부터 나왔지만 실리를 쫓는 경제적인 속성상 별다른 방향 전환이 없이 지금까지 흐름이 이어져 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등장 이후 새로운 냉전 체제라고 부를 정도록 세계 정세가 급변한 가운데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호주 역시 경제의 중국 종속에 대한 이슈가 다시 크게 부각된 셈이다. 

 

여기에는 집권 자유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경 보수주의자로 2018년 집권 이래 트럼프 대통령과 행보를 같이 해온 모리슨 총리 개인의 정치적 성향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11월 들어서는 3일부터 미국과 호주, 일본과 인도 등 이른바 ‘쿼드(Quad)’라고 불리는 4개국이 남중국해와 인접한 인도양에서 ‘말라바르(Malabar)’라고 불리는 대규모 연례 합동 해상훈련이 벌이고 있는데, 지난 2007년에 참가한 이후 중국을 의식해 빠졌던 호주는 13년 만에 다시 훈련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양국의 첨예한 전방위적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 수준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질랜드에서도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인 지난 2월 중순에 국경 봉쇄를 놓고, 당시 우시(Wu Xi) 뉴질랜드 주재 중국대사가 ‘대중 무역이나 여행 제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우시 대사는 부정확한 뉴스로 중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적인 범죄가 늘었다고 성토했는데, 당시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보건부에서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별다른 뒤탈은 없었다. 

 

그러나 2018년에 나온 뉴질랜드의 국가안보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태평양 국가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 문제와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문제’를 주요 관심사항으로 언급한 바 있다. 

 

금년 5월에도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이 대만의 WHO 옵서버 가입을 지지하자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며 뉴질랜드의 입장에 개탄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피터스 장관은 이에 개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나아가 7월에는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을 미국과 영국, 호주와 캐나다 등에 이어 곧바로 중단시켰고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강력하게 반발해, 현재 호주와 중국이 벌이는 싸움은 그야말로 뉴질랜드에게도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6년에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무역은 물론 관광,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한한령’이라는 이름으로 혹독한 제재 조치를 당했던 것을 잘 기억하는 필자에게는, 갈수록 태산이라는 속담이 딱 들어 맞는 작금의 호주와 중국의 싸움을 바라보는 속내가 심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뉴질랜드까지 이 싸움에 말려들어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힘든 이곳 민초들의 삶마저 더 망가지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또한 호주나 중국 모두 인류 공영의 정신을 발휘해 양보와 이해로 이번 갈등을 풀었으면 한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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