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overtime 비용 1).jpg

정책 싱크탱크 ‘The Australia Institute’의 조사 결과 호주 근로자들은 하루 약 1시간의 초과근무를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없는 상황이다. 이를 전체 근로자로 확대하면 연간 930억 달러의 비용에 해당한다. 사진 : Pixabay / daha3131053

 

전체 근로자의 오버타임 비용, 연간 930억 달러... 개인당 연간 6주 이상 무급 근무

 

올해 들어 급격히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호주 가정이 겪는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이에 맞추고자 근로자들의 급여 인상 방안을 고려한다면, 이와 더불어 고용자들이 정해진 업무 시간 외 추가로 일하는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 또한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진보적 정책 싱크탱크인 ‘The Australia Institute’(TAI)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부문(보상받지 못한 초과근무)으로만 호주 근로자들은 연간 930억 달러, 1일당 약 8,000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오버타인 시간으로 보면, 일반 근로자가 한 주(per week)에 4.3시간을 더 일한다는 계산이다. 하루 거의 한 시간 또는 1년에 6주 이상을 고용주에게 기부하는 정규직 직원의 경우, 상황은 더 나쁜 편이다.

전체적으로 호주 근로자들은 연간 25억 시간의 업무를 무급으로 고용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보고서 저자인 TAI의 엘리자 리틀턴(Eliza Littleton) 경제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초과근무가 호주 근로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앗아가는 체계적이면서 수백 억 달러의 ‘비용 문제’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지난 9월 6일에서 9일 사이, TAI가 실시한 연간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다.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샘플 크기이며, 조사 결과는 또한 근로자의 급여를 적게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진 고용주에 대한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의 조치가 뒷받침됐다.

TAI의 이번 보고서를 기반으로 호주 공영 ABC 방송의 온라인 비즈니스부 소속 마이클 잰다(Michael Janda) 기자는 관련 칼럼을 통해 “오버타임에 대한 보상으로도 현재 부담이 되는 가계 재정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오랫 동안 수백 명의 직원에게 저임금을 지급한 자사(ABC 방송)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중 다수는 초과근무와 위약금을 매주 지급받고 있지만 완전한 보상은 아니다”라며 각 업계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을 지적,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저임금 직원을 고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기업 가운데는 ABC 방송이 유일한 회사는 아니다.

학계, 특히 임시 개인교사나 강사들 사이에서, ABC 방송의 사례가 알려지기 전부터 대학들이 이들(임시 튜터나 강사들)에게 수년 동안 저임금을 지급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학계뿐 아니라 콴타스 항공, 웨스트파머스(Wesfarmers), 슈퍼마켓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와 콜스(Coles), 호주 메이저 은행인 NAB, 커먼웰스(CBA), 웨스트팩(Westpac), 편의점 체인인 7-Eleven 등은 저임금 스캔들에 휘말린 주요 기업 명단의 일부이다.

또한 공정근로위원회로 인해 파산하게 된 다른 많은 소규모 기업이 있으며, TAI 설문을 통해 크고 작은 수많은 회사들이 오랫 동안 과소 급여를 제공해 왔음이 드러났다.

 

젊은 근로자들,

더 많은 무급 노동력 제공

 

TAI 조사를 통해 주(per week) 4.9시간의 무급 근무를 하는 일반 정규직 38시간 근로자의 경우 더 높은 초과근무 수당이 아닌 정상적인 급여요율로 해당 작업(오버타임 근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경우 이들의 급여는 거의 13% 인상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1년 사이 7.3%나 상승한 소비자 물가를 보상하는 것 이상이다.

전체 노동력 내에서 일부 그룹은 더욱 안 좋은 상황이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무급의 초과근무를 한다. 비율로 보면 5.3시간(남성) 대 3.3시간(여성)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 여성이 무보수의 집안일과 육아, 돌봄 작업을 해야 하기에 단순히 무급의 초과근무를 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종합(overtime 비용 2).jpg

‘The Australia Institute’의 초과근무에 대한 조사는 온라인 설문을 통해 실시된 것으로, 직장 내에서 개인적인 부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사진 : Pixabay / Cozendo

   

젊은 노동력은 더 많은 시간을 무급으로 일하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 18-39세 사이 근로자들은 한 주에 5시간 반을 보상 없이 일하며, 40대는 3.8시간, 50세 이상은 3시간 미만이다.

TAI 조사에서 연령 그룹의 표본은 크지 않지만 청년과 고령 근로자의 초과근무 시간이 확연히 다른 점은 명확한 통계적 차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직장 내에서

주는 것과 받는 것

 

유사한 조사는 주요 연구기관에서도 시행한 바 있다. 물론 TAI의 데이터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우선 설문조사 규모가 크지 않고,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응답자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근무시간이 자체 보고된 것이기에 각자가 수행한 오버타임 시간을 과소평가하기보다는 부풀려 응답하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다.

설문조사는 또한 응답자들에게 직장 내에서 개인적인 부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즉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온라인 뱅킹을 한다든가 청구서 지불, 약속잡기, 업무 외 전자메일 확인 등이 설문 항목에 있어야 한다. 사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도중, 이런 개인적 시간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는 한 합당한 초과시간 근무는 매주 최대 시간까지 합산된다. 결국 고용자와 고용주 사이의 ‘주고받기의 문제’가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서 근로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평균적으로 한 근로자가 주당(per week) 6.9시간의 무급 오버타임 근무를 한다고 보고한 지난해 전염병 대유행의 정점에서 점차 이에 대한 보상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럼에도 무급의 초과근무가 사라질 기미는 없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TAI 조사를 보면,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초과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들 중 거의 절반이 ‘자주 한다’는 답변이었다.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업무가 너무 많거나(36%), 직원 부족(28%), 정상근무 시간 이외의 업무중단 감소(26%), 관리자 기대치(23%) 순이었다.

조사에 응한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은 초과근무가 개인생활 및 인간관계에 지장을 준다는 답변이었으며, 약 3분의 1은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TAI의 리틀턴 연구원은 “초과근무의 만연은 ‘가용성 크립’(availability creep)이 일과 삶의 경계를 침식했음을 시사한다”면서 “상원 임시조사위원회(Senate Select Committee)가 권고한 ‘일과 돌봄에 대한 권리’(right to disconnect. 재택근무 또는 업무시간 유연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업무시간 외에는 일과 단절할 수 있는 등 계약된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만드는 것, 현재 빅토리아(Victoria) 주 경찰에 적용되는 ‘right to disconnect’를 포함해 직장 관련법을 업데이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right to disconnect’는 퀸즐랜드(Queensland) 주 교사들도 보장받은 상태이다.

마이클 잰다 기자는 해당 칼럼에서 “근로자들이 무급으로 초과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면,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며 기본적으로 모든 실업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때”라면서 “연례 ‘Go Home on Time Day’(TAI가 일과 삶의 균형, 시간의 가치, 시간 절도에 대해 직장 내에서 필요한 대화를 시작하자는 취지로 매년 11월 23일, 이를 실행하자는 캠페인)는 그 이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overtime 비용 1).jpg (File Size:83.8KB/Download:16)
  2. 종합(overtime 비용 2).jpg (File Size:53.2KB/Download:1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177 호주 2022년도 호주 부동산 시장... 주택가격 하락폭 가장 높았던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76 호주 호주 크리켓 레전드 셰인 완, 2022년도 검색 엔진 ‘Google’의 최다 주제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75 호주 시드니 시티, 엔터테인먼트 구역 ‘안전’ 보장하는 ‘퍼플 플래그’ 시험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74 호주 COVID-19 PCR 테스트, 2023년부터 의료진 의뢰 있어야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73 호주 호주 남동부 지역에 집중됐던 수차례의 홍수와 태풍, 이제 끝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72 호주 “NSW 주 학부모들, ‘Back to School’ 바우처 신청하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71 호주 Best place to watch New Year's Eve Fireworks Sydney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70 호주 부동산 매매 소요기간 분석... 호주 전역의 주택 구입자 인기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9 호주 차세대 COVID-19 백신,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끝낼 수 있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8 호주 NSW 주 정부, 임차인 대상의 ‘임대료 입찰 행위’에 ‘불법화’ 조치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7 호주 높은 인플레이션, 모기지 차용인-저소득층-고령자 가정에 가장 큰 타격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6 호주 NSW 주 여성안전부, ‘성-가정폭력’ 근절 위한 5개년 계획안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5 호주 호주 가계지출 1.1%로 ‘아직은’ 견고하지만... 9월 분기 GDP 성장 ‘미약’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4 호주 술고래들, “취할수록 본인 스스로 얼마나 취했는지 깨닫지 못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3 호주 ‘Broken heart’... 심장마비 의심 환자 10명 중 약 1명은 ‘타코츠보 증후군’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2 호주 중-저가 부동산 비해 상위 가격대 주택들, 주택시장 침체에 더 크게 반응 file 호주한국신문 22.12.15.
6161 호주 호주 근로자들 지갑, 더 두둑해질까... 노동당 정부의 새 노사관계법, 하원 가결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60 호주 영어 외 언어로 된 구인광고 절반 이상의 제시 급여, 최저임금에 못 미쳐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9 호주 주택시장 침체 1년... 내년에는 가격 오를까? “답은 이자율에 달려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8 호주 NSW 주 정부 ‘농업관광’ 관련 규제 완화... 농장주들, 추가 수입 가능해졌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7 호주 시드니, 전 세계 172개 도시 중 ‘생활비 가장 높은 도시’ 열 번째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6 호주 호주 중앙은행, 8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현금 이자율 3.1%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5 호주 구인광고에 제시된 급여, 아직 견고하지만... 생활비 상승에는 여전히 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4 호주 NSW 주 반려견들, “보다 공격적”... 무책임한 사육자-COVID 상황서 기인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3 호주 CB 카운슬의 새 도시계획, ‘Australian Urban Design Awards’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8.
6152 호주 본다이에서 바이런으로... 광역시드니 부유 교외지역 인구, 점차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51 호주 올해 연방선거의 새 바람 ‘teal’, ACDC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50 호주 호주인들, “여행 계획에 시간 낭비하지 않는다”... 여행업, 빠르게 회복 중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 호주 가계 생활비 부담? “초과시간 근무 보상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48 호주 호주 주택위기 지속... “2041년까지 100만 채의 커뮤니티 주택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47 호주 “이제는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tree-changer’들의 도시 탈출 ‘지속’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46 호주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건물, NSW 주 의회 의사당 200년의 이야기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45 호주 NSW 주 정부, 구직 사이트 ‘Seek’와 공조해 유학생 일자리 지원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44 호주 캔터베리 지역 예술가들이 모색한 ‘불확실성 시대에서 찾은 기쁨’ file 호주한국신문 22.12.01.
6143 호주 저소득 계층-이민자-태평양 도서민들... 팬데믹 사태의 가장 큰 희생자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42 호주 시드니 시티, 2025년 중반까지 야외 테이블 설치, ‘무료 허용’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41 호주 NSW, ‘강압적 통제’를 ‘범죄’로 명시한 법안 통과... 정부관할 구역 중 최초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40 호주 폐경기 여성의 다양한 증상 치료 위한 NSW 주 의료 허브 개설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9 호주 호주 동부 지역을 휩쓴 엄청난 규모의 강우량... 비가 많이 내리는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8 호주 호주 각 지역에서 확산되는 COVID-19 감염 파동... 우려감, 다시 커지고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7 호주 연방 보건부, ‘화이자’ 사의 새 ‘오미크론’ 전용 COVID 부스터 ‘승인’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6 호주 호주 실업률, 1974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지만... 내년도, 다시 상승 전망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5 호주 부동산 시장 침체 속,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주택가격 하락한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4 호주 호주 최초로 NSW 주 하이스쿨에 ‘사이버 보안’ 교육 과정 개설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3 호주 퀸즐랜드 주, 정부 소유의 ‘Driver Reviver’ 사이트, 폐쇄 방침 밝혀 file 호주한국신문 22.11.24.
6132 호주 호주인 평균수명 84.32세로 늘어나, 모나코-일본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장수 file 호주한국신문 22.11.17.
6131 호주 아직은 5차 접종 ‘권장’ 않는다지만... “원하는 이들에게 추가보호 제공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22.11.17.
6130 호주 ‘Divorce Capital’은 QLD... 팬데믹 기간 이혼 급증으로 전체 비율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2.11.17.
6129 호주 노동당-녹생당 반대 불구하고 NSW 연립정부의 ‘인지세 법안’, 의회 승인 file 호주한국신문 22.11.17.
6128 호주 남부호주 지방 지역 거주민, 식료품 지원단체 ‘Foodbanks’ 이용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