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살’ 낫게 여기는 유가족도 상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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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 후 올랜도 헬스 앞에 임시 마련된 희생자 추모지.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총기난사 사건 사망자 유가족들은 범인에 대해 어떤 마음 품을까. 이들은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의 목숨을 무고하게 앗아간 범인이 마땅히 자신이 저지른 일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범인은 사건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바로 사살됐다. 혈육을 잃은 가족들 편에서는 살인마를 법정에 세워 그가 호된 심판을 당하는 것을 보며 슬픔과 화를 다스릴 기회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살인마가 빨리 사라져 버리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까.

최근 <에이피 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일부 가족들은 총기난사 범인이 현재 살아 있지 않은 것을 더 낫게 여긴다.

이들은 법정 심판이라는 길고 긴 과정과 함께 자신들의 슬픔과 화의 응어리도 함께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차라리 다행스럽게 여긴다.

2012년 7월 20일 콜로라도 주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발생했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처럼 법정 심리 때마다 매스컴에 올라 마음의 상처를 다시 헤집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범인은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를 흉내내며 총기를 난사해 관람객 12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당했다.

2012년 12월 14일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범인은 아동 20명과 교직원 6명의 목숨을 앗은 후 자신의 목숨도 끊었다.

당시 사건으로 6살짜리 아들을 잃은 스칼렛 르위스는 만약 범인이 현재까지 살아있었다면 자신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 말한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서 빠져 나오기도 힘든 판에 계속 그의 동정을 보고 듣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위안 얻기도

그러나 일부 총기난사 희생자 가족들은 길고 긴 심판과정을 지켜 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위안도 준다고 본다.

오로라 영화관 총기난사 범인은 2013년 4월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2015년 8월 최종 양형 결정 단계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음을 근거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당시 재판에 정기적으로 참여했던 한 희생자 가족인 탐 설리번은 법원 식당에서 피고인 부모와 맞닥뜨리는 등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사건 현장 증인들이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전하는 것을 듣고 차라리 위안을 받았다. 그 자신 스스로가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이런 저런 식으로 상상하며 괴로워 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건의 희생자 가족인 카렌 티브스에게는 재판이 극도의 고통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범인을 보는 것 외에도 여러 증언들을 들으며 사건을 떠올리는 자체가 괴로움이었다며 범인이 차라리 극장문을 나서지 못했다면 더 나았을 것으로 여긴다.

올랜도 총기난사에서 친동생을 잃은 채비스 크로스비의 감정은 매우 격앙스럽다. 그는 사건 용의자가 살아남아서는 안된다며 오마르 마틴이 총을 난사해 사람들을 죽인것 처럼 그가 경찰의 총에 사살된 것에 만족을 표했다.

올랜도 사건은 지난 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 사건과 유사하다. 범인은 IS를 자처했고 경찰과 교전끝에 사살됐다.

당시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제니퍼 탈라시노스는 범인이 죽어 재판과 같은 절차가 없다는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사건 발생 이유가 확연해서 재판을 통해 더 알아야 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사건으로 남자친구를 잃은 맨디 파이퍼의 마음은 좀 복잡하다. 그 역시 범인이 죽은 것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법정에서 범인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앨러배마대학의 애담 랭크포드 범죄학 교수는 1966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185건의 총기난사 사건 가운데 범인이 살아 있는 건수는 대략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 범인이 사망한 케이스 중 자살은 80%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경찰에 의한 사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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