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19)

‘흐르는 빵’ 체코 맥주 단상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20170930_125630.jpg

 

 

10월 3일은 우리의 개천절이고 독일의 통일 기념일이다. 난 그날 프라하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프라하의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구경하였다. 다음날 문승현 체코 대사가 바쁜 일정가운데서도 점심 초대를 해줘서 갔다. 점심을 나누며 대사는 나의 여정(旅程)에 대하여 세세하게 물어보면 건강하게 일정을 마치서 조국의 통일에 게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해주고 저녁에 있는 개천절 기념파티에 와서 각국의 외교사절이 모인 가운데 나의 여정을 잘 홍보를 하라고 권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아직 시간이 남아서 어제 들르지 못한 존 레논 벽으로 이동하였다. 사실 이 벽은 존 레논하고 전혀 상관이 없지만 프라하의 봄이 실패로 끝나자 비틀즈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다가 존 레논이 총격으로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하여 저 벽에 그림을 그리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벽이 공산체코정부의 골칫덩이였지만 수도원벽이라 허물지도 못했던 것이 이제는 관광코스로 유명해졌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므로 오늘의 행사장인 루돌프넘 콘서트홀로 발걸음을 옮긴다. 루돌프넘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용관이며 드보르작 홀이 있는 건물이다. 드보르작, 스메타나, 모차르트 등 수많은 거장들이 프라하를 무대로 활동했다. 모차르트는 프라하를 그리도 사랑하여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나 그가 활동하던 비엔나보다 더 많은 공연을 했고 공연할 때마다 대성공을 했다. 그의 공연에 열광하는 프라하 시민들을 위해 프라하에 머물면서 그의 49곡의 교향곡 중 으뜸이라고 하는 현란하고 상쾌한 교향곡 ‘프라하’를 작곡하기도 했다.

 

 

20171004_181720.jpg

 

20171004_185056.jpg

 

 

행사장에는 500여 명의 각국 대사와 무관, 체코 정부 관료들, 각계의 인사들 교포들이 모였다. 나는 정장차림의 외교사절과 정복을 입은 각국의 무관들 틈에 낀 추리닝바지에 붉은 윈드자켓을 입은 쌩뚱맞은 민간 외교관이었다. 자리는 개천절 행사를 통해서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자리였지만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영문 홍보 인쇄물을 돌리면서 내가 왜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가를 설명했고 우리나라의 통일이 세계의 평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한국의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주었다.

 

 

20171004_200243(0).jpg

 

 

외교를 하는데 와인과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맥주잔을 들고 나는 부지런히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오늘은 독일에서 못한 맥주이야기를 하고 싶다. 남북정상이 조건 없이 호프미팅을 빨리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 번 호프 같이 마셨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만은 그렇게 한 번 만나서 한 잔 마시고 두 번 만나서 두 잔 마시다 보면 뭔가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나하는 기대이다.

 

나는 체코에 와서 필젠맥주에 반하고 말았다. 오늘날 체코를 대표하는 필젠맥주가 만들어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맥주는 5세기 독일의 바이에른에서 낮은 온도에서 오랜 기간 숙성(熟成)시켜서 맛이 그윽하고 입에 꽉 찬 느낌으로 유럽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체코는 독일에서 부르마스타와 도제까지 스카우트하여 경도가 낮은 물로 은은한 황금빛의 맛이 깔끔하고 마시고 난 다음에 뒤끝이 무겁지 않은 훌륭한 맥주가 되었다. 필젠맥주는 순식간에 숙성을 기본으로 하는 라거맥주의 대표주자로 유럽의 맥주시장을 석권하였다.

 

체코사람들은 거친 파도의 거품 같은 맥주 거품이 입술 언저리에 번질 때 느끼는 황금빛 기쁨에 사로잡힌 것은 분명하다. 나는 끼니때마다 식당을 찾느라 애를 먹지만 맥주를 마시는 바는 어디에도 있다. 체코에서는 술집에서 ‘마시는 빵’으로 저녁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보헤미아는 독일의 바이에른과 맞먹는 맥주의 고장이다. 필젠 지방의 필젠우어크웰과 남부의 부드바가 대표적이다. 체코의 1인당 맥주소비량은 독일을 능가한다고 한다. 호프 맛이 일품인 생맥주를 이들은 ‘흐르는 빵’이라고 부른다. 맥주는 체코인들의 유쾌한 삶의 동반자이다.

 

유사 이전부터 인간은 효모(酵母)라는 미생물의 활동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고 빵을 만들어왔다. 맥주나 샴페인에 생긴 거품은 발효로 생긴 탄산가스이다. 빵에서는 발효로 생긴 탄산가스가 빵 반죽을 부풀리고 또 굽는 단계에서 크게 팽창시켜 폭신폭신한 기포 투성이의 빵을 만든다. 인류는 처음 과실과 그 이외의 당분이 함유된 것을 여러 가지로 이용하여 술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천연 당분은 한도가 있어서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누룩곰팡이로 곡류를 당화시켰는데 서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부터 엿기름을 사용했다.

 

서양에서 보리를 술로 만드는 기술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하여 이집트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것이 그리스로마를 거쳐 독일 벨기에로 넘어갔다. 초기의 맥주는 지금과 같은 것이 아니고 주원료인 맥아에 물을 넣고 자연 발효시키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그 후 10세기경에 독일에서 홉을 넣어 쓴맛과 향이 강한 맥주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러니 뭐니 뭐니 해도 맥주의 본고장은 독일이 분명하다. 독일은 맥주의 본고장이자 맥주의 왕국이다. 독일에는 전 세계 맥주 양조장의 3분의 1이 있다고 한다.

 

와인처럼 고급술이 되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그 시원하고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술이 맥주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시원하게 마시려고 맥주 한 병을 사왔는데 그만 숙소 문지방을 넘자마자 똑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다. 오늘 시원하고 짜릿한 맥주 한잔의 꿈은 깨어지고 말았지만 나는 판문점에서 남북한 시민 십만 명쯤 모여 함께 맥주축제를 벌이고픈 꿈을 꾼다. 거친 파도의 포말과 같은 거품과 함께 황금빛 기쁨이 내 가슴에 번져간다. 맥주는 평화이다!

 

 

20171004_142959.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산책’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 |
  1. 20170930_125630.jpg (File Size:127.8KB/Download:21)
  2. 20171004_142959.jpg (File Size:211.0KB/Download:17)
  3. 20171004_181720.jpg (File Size:112.8KB/Download:19)
  4. 20171004_185056.jpg (File Size:167.6KB/Download:20)
  5. 20171004_200243(0).jpg (File Size:158.6KB/Download:2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보딩스쿨 학생 상당수 재정보조 받아

    영주권 이상 학생 대상, 전액 장학금도 가능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오늘은 보딩스쿨과 관련하여 부모님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실지 모를 학비 문제에 대하여 언급해보기로 하겠다. 우선 간단히 말씀 드리면 보딩 스쿨의 학비는 웬만한 대...

    보딩스쿨 학생 상당수 재정보조 받아
  • 허리케인 중에 읽은 소설 ‘군함도’ file

    [이민생활 이야기] 암에서 탈출한 나를 보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지난 허리케인때 우리 마을은 사흘간 전기가 나갔다. 낮에 밖에 나가 땅에 떨어진 수많은 나뭇가지들을 한 곳에 모으느라 지쳐서 밤에는 기운이 없었다. 그러나 허리케인 직전에 우편으로 배...

    허리케인 중에 읽은 소설 ‘군함도’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file

    (21)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도나우 강은 왈츠의 경쾌하고 달콤한 선율(旋律)을 닮아 생기가 넘친다. 생기가 넘치는 것을 바라보면 시선을 타고 그대로 내 가슴에 전이(轉移)된다. 어디선가 호른으로 시작되는 그 음악...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 FIFA 월드컵 다시 도전하는 올화이츠

    러시아 월드컵 본선 참가국들이 차례로 결정되면서 지구촌이 축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양주 대표인 뉴질랜드 역시 다음달에 본선 진출 자격을 놓고 남미 페루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러시아 월드컵 이모저모와 뉴질랜드 대표팀‘올화이츠(All Whi...

    FIFA 월드컵 다시 도전하는 올화이츠
  • 그 해 겨울과 봄을 잃어 버렸네

    개인의 운명은 각자 의지의 산물이다.  운명처럼 되어버린 그날 12월 9일,  54세 생일에 뉴질랜드로 왔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 54년을 시작하는데……   ​ 세월을 만드는 것은 해와 달, 사회는 모자이크, 인생은 하나의 종잇조각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해와 달이 뜨...

    그 해 겨울과 봄을 잃어 버렸네
  • 이민부가 절대 보장하지 않는 것들

    살다 보면“100% 보장”이라는 문구를 적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이민업계에 몸 담아온 지난 20년 동안 저 역시 그러한 질문과 많이 마주해 왔습니다. 저의 컨설팅은 물론 이민부의 심사에 대한 결론에 대해서 미리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일부 존재하기에 오늘 저...

    이민부가 절대 보장하지 않는 것들
  • ‘어린 할머니’의 메시지 file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7)     오늘은 어린 할머니 (Little grandmother)의 메시지를 들어 보자.   첫째, 작은 할머니는 누차에 걸쳐서 지구가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환에 직면해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환은 파괴적이고 종말론적이기 보다는 비약적이고 ...

    ‘어린 할머니’의 메시지
  • 다수의 '예스'에 '아니오'를 말할 수 있습니까? file

    다수와 맞서 부정을 지적하는 용감한 인물 많아져야   (LA=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솔로몬 에쉬 (Solomon Asch)라는 심리학자는 군중심리에 따르게 되는 개인의 의견을 실험했습니다.   두 장의 카드에 직선들을 그었습니다. 한 장의 카드에는 ...

    다수의 '예스'에 '아니오'를 말할 수 있습니까?
  • 미국은 전쟁에서 북한을 이길 수 있다?

    [시류청론] 아시아 순방길 나설 트럼프, 어떤 해법 보일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을 순방하는 일정 중 가장 중요한 미중 정상회담의 주제는 북핵문제, 그 다음이 미중 무역, ...

    미국은 전쟁에서 북한을 이길 수 있다?
  • 인도네시아 한인동포 100주년 기념관을 세우자 file

    목차 1. 개요  1) 필요성  2) 배경 및 목적  3) 기본 방향 및 전략  4) 제언내용 및 조사방법   2. 100주년 기념관 건립의 타당성  1) 한인 진출 역사 주요 인물   1-1) 장윤원 1920년 자카르타 첫발 한인사회의 원년   1-2) 허영 영화감독   1-3) 일본군 군속과 고려청...

    인도네시아 한인동포 100주년 기념관을 세우자
  • 왈츠 운율에 맞춰 오스트리아를 달린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20)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나의 발걸음의 속도에 맞춰 남쪽으로 내려가는 줄 알았던 가을이란 친구가 어느새 나를 앞질러 가서 내 가는 길목을 멋진 채색을 하며 바쁜 걸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뒤로는 거친 겨울바...

    왈츠 운율에 맞춰 오스트리아를 달린다
  • 트럼프의 ‘군사옵션’은 한낱 꿈이었다

    [시류청론] 문재인, 민족의식 지닌 대통령 되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 국방부는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이 실행 불가능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 트럼프로 하여금 북미 군사력을 완전히 파악케 하...

    트럼프의 ‘군사옵션’은 한낱 꿈이었다
  • "엄마, 나 학교 안 갈래!" file

    [이민생활이야기] 취학 아동 둔 부모에게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가을날씨로 성큼 접어들면서 취학 아동들을 둔 젊은 엄마들의 안타까움을 본다. 이들은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고 뒤에 남아 가슴앓이를 한다.   일부 엄마들은 "엄마 떨어지지 않겠다고 눈물범...

    "엄마, 나 학교 안 갈래!"
  • 애국가의 작사 작곡가가 친일파라 해도

    [홍병식 생활칼럼] 미국서 애국가 부를때면 여전히 ‘목 매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한국에서나 미국에서 자기 나라의 국기나 국가에 존경을 표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당으로서 해산된 바 있는 ...

    애국가의 작사 작곡가가 친일파라 해도
  • '죽은 시인의 사회' 결코 아니다

    [교육칼럼] 보딩스쿨에 대한 편견과 오해 많아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칼럼니스트)=보딩 스쿨이라고 하면 우리 모두가 가진 기존 관념들이 다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와 같은 영화를 통해 갖게 된 이미지가 거의 다가 아닐까싶다....

    '죽은 시인의 사회' 결코 아니다
  • 환절기 질환, 체력관리로 막아낸다

    [생활칼럼] 체력 떨어지면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등 걸리기 쉬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아열대 지방인 플로리다주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증식이 쉬...

    환절기 질환, 체력관리로 막아낸다
  • 오바마케어 보조금 중단, 가입자 어떻게 되나 ?

    오바마케어법 여전히 유효, 플로리다주 저소득층 혜택 지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보조금CSR)의 중단을 전격 선언해 가입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사진은 올랜도 콜로니얼 선상의 ‘오바마케어’ 사인. ⓒ 코리아위...

    오바마케어 보조금 중단, 가입자 어떻게 되나 ?
  • 안쓰런 청와대 ‘코리아패싱’ 국빈대접? file

    트럼프 방한일수 아시아 5국중 가장 짧아 “美측이 2박3일 추진했지만 의전 문제 감안?”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한국을 와주는 것만도 다행인걸까.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놓고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

    안쓰런 청와대 ‘코리아패싱’ 국빈대접?
  • “미국 매체들, 북한 문제 보도 끔찍한 수준”

    브루스 커밍스 “미국 매체들, 북한 문제 보도 끔찍한 수준” 올랜도서 한국전쟁유업재단 주최 미국 고교 역사교사 세미나   ▲지난 13일 올랜도 힐튼 터스카니 호텔에서 열린 한국유업재단 주최 ‘현대 한국 알리기’ 세미나에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강연을 ...

    “미국 매체들, 북한 문제 보도 끔찍한 수준”
  • 남북정상이 ‘호프미팅’ 한다면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19) ‘흐르는 빵’ 체코 맥주 단상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10월 3일은 우리의 개천절이고 독일의 통일 기념일이다. 난 그날 프라하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프라하의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구경하였다. 다음날 문승현 ...

    남북정상이 ‘호프미팅’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