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만난 크레이그 핸들리 작가.)

그림으로 말을 건네다 “들어보실래요?”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작품은 지난 달 한호예술재단 미술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크레이그 핸들리 작가의 ‘트래핑즈(The Trappings)’이다.  그의 작품 세계가 궁금해 12일 울루물루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은 카페가 있는 건물에 있었다. 이 작업실에 둥지를 튼 지는 4년. 좋아하는 지역인 울루물루에 있고 집도 가깝고 특히 카페가 있어 좋아하는 커피를 늘 마실 수 있어 ‘완벽한’ 장소라 했다. 한 켠엔 매일 그가 타는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그가 그린 작품들로 들어찬 작업실은 따스하면서도 침착한 풍경으로 기자를 맞았다.   

먼저 수상 소감을 물었다. 뜻밖이라고 했다.

“(결선에)선택돼 전시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흐뭇한 일이었는데 1등을 해 놀랐고 기뻤어요. 이번 수상이 한국과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그에게 한국은 가 본 적은 없지만 먼 나라는 아니다. 오래 전 방송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일한 뒤 직접 회사를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함께 일한 이가 한국계였다. 그녀로부터 한국 문화를 알게 됐다.

“한국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도 그때 알았어요. 그녀를 통해 한국 문화를 경험한 셈이죠. 온화하면서도 강한 성품에, 부지런한 성격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겼다. 2004년부터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했다. 그의 작품은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의 인생 전체가 소재다. 보고 느끼고 늘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핀다. 공통된 무언가를 찾아 말을 꺼낸다. 그의 작품이 그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이번에 1등을 수상한 작품 역시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아이들을 어느 순간 떠나 보내야 하는, 또 그래야 하는 부모 마음이랄까요. 두 아이가 비현실적으로 높이 뛰고 있는 건 떠난다는 걸 상징해요. 부모가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는 걸 의미하죠. 자녀가 성인이 되면 그들의 인생으로 떠나 보내야 해요. 알다시피 부모는 끊임없이 자녀 걱정을 하지만 반대로 자녀는 끊임없이 부모 걱정을 하지는 않잖아요. 하하”

제목 역시 우리가 바라는 바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트래핑즈’로 정했다. 성공하려고 또 더 많은 걸 가지려고 할수록, 과시하려고 할수록 그게 거꾸로 삶을 옭아맨다.

작품과 또 작품의 제목엔 그가 바라본 세상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작품 속 사물들은 재배열, 재정리를 통해 현대 사회를 고찰한다. 인물을 그릴 때도 그 인물과 관련한 것들을 함께 그려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동은 그 작품 자체서 빛을 발하고, 그 너머 깨달음은 진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다. 한인 커뮤니티에 인사를 부탁했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또 기원하는 말을 어떻게 보면 그림을 통해 건네고 있어요. 이번 전시회에 와서 많은 작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시면 어떨까 해요. 위안을 받을 수도,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의 새해 소망은 한국 방문이다. 호주와 한국을 아우르는 무언가를 담아내고 싶다. ‘교류’는 예술을 풍성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독특한 느낌을 빚어내는 그의 작품들은 인스타그램(craig_handley_painter)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트래핑즈(The Trappings)’를 포함해 한호예술재단 미술공모전 최종 결선에 선정된 74작품은 내년 1월 25일까지 주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전시된다.

트래핑즈(The Trappings)

 

©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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