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한 참가 더 많은 존경 받을 것”

 

 

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명예를 위해서라도 평창에 가야 한다!”

 

 

러시아 일간 노바야가제타가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라도 평창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說破)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의 극적인 발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올림픽에 어떠한 형태로든 참가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올림픽 운동은 러시아가 없다면 많은 것을 잃을 것이지만 러시아는 고립된 상황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IOC의 결정이 부당하다 할지라도 논박하기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림픽 참가를 위한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두는 아닐지라도 많은 선수들이 참가 기회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은 분명하지만 공정한 경쟁 속에서 얻어내는 메달이 값지면 값질수록 품위 있고 의연한 대회 참가는 더 많은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이는 정부를 위한 것도, 상처받은 자존심을 위해서도, 모함하는 자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도 아닌 러시아의 국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올림픽 개인자격 참가는 러시아에게 ‘값진 손실’이다.

 

러시아 스포츠는 역사상 최고의 소치 올림픽이 남긴 것을 냄새나는 웅덩이 속에 담가버렸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대표팀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반도핑 규정을 위반한 이력이 없는 경우 조건을 이행한다면 개인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국가 상징물과 국가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모욕적인 요구를 원칙적으로 거부하겠다는 러시아 사회의 애국적인 부류와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는 부류간의 뜨거운 논쟁을 채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푸틴 대통령은 극적으로 종식시켰다. 일부 유권자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 스포츠의 위신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푸틴 대통령은 참가를 지지했다. “어떠한 저지도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후 참가 반대 여론은 급격히 잦아들었고 12월 12일에 예정되었던 올림픽 회의는 고통스런 결정에서 해방되었다.

 

사실 IOC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참가 가능한 모든 선수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참가 조건은 명확하지 않고 오스발트위원회의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IOC는 아직도 추가적인 제명을 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올림픽 영구제명을 당한 20여명의 선수들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 상태이다. 하지만 올림픽까지는 두 달만이 남았다. IOC 등이 참가가능 선수를 최종 발표하면 최소 절반 정도의 유망선수들은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금지약물을 사용했거나 의심 받는 트레이너와 의사들이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지위를 획득한 선수들을 동반할 지원인력이 전원 못 갈 수도 있다.

 

어떠한 것도 최종적인 결론이 난 것이 없다. 선수들을 걸러내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 가에 따라서 올림픽 참가 논쟁은 다시 재점화 될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것은 반도핑규정 위반으로 올림픽 역사상 유래 없는 국가대표팀의 참가 불허 결정에 대해 효과적인 제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IOC 위원 자격정지를 당한 쥬코프 러시아올림픽위 위원장은 IOC 집행위에서 사과를 했다. 그러나 쥬코프는 그 사과를 한참 전에 했어야 했다. 어떻게 하든 간에 이미 늦었다. 국가적 도핑 개입에 관한 조사를 맡았던 슈미트위원회의 사무엘 슈미트는 한 번도 이런 대규모 조작을 본적이 없다고 경고했다. 바흐 IOC위원장은 위원회의 보고서는 “올림픽 운동에 가해진 전례 없는 손실을 정확히 적시(摘示)하고 있다. 모든 실수에 대해 징벌을 내려야 한다. 모든 체계적 조작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제재 외에도 러시아가 받은 가장 고통스런 손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고양되었던 국가이미지의 실추이다. 물론 이 충격을 미리 예방할 수 있었고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 스포츠 관료들은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제재 근거가 된 증거들은 주로 로드첸코프의 편지와 메모들이었다. 이것들은 법적인 관점에서 온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논거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만한 사람이 없었다. 간접 증거들과 실험실의 실험, 서신, 분석, 암시, 의심, 논리적 결론들로 매우 견고한 올가미를 만들어냈다. 도핑 샘플 조작만 꾸준히 부정해 온 러시아는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도 주지 못했다.

 

오스발트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모든 선수들은 혐의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칵테일’이 있었다면 누군가 사용법과 함께 그것을 전달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것 하나 만으로도 선수들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충분하다. 혐의 인정이 부족하지만 누가 스스로 추방을 자처할 것인가? 물론 IOC 집행위의 결정이 추가적인 증거의 발견으로 증명될 수도 있다. 이것은 러시아의 국가이미지 실추(失墜)를 가져온 소치올림픽 관련 투기 스캔들의 기저에 놓여있다고 확신한다. 슈미트위원회가 정부 차원의 도핑 개입에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음이 러시아 정부의 스포츠 정책이 협잡꾼들을 자극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흐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정치적인 요소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을 수가 없다. 만약 크림반도와 돈바스 탄광지역이 없었고 러시아가 현재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과 중립적인 관계로라도 유지했다면 러시아 도핑스캔들은 이렇게 대규모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역사는 러시아를 원칙도 없는 훌리건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IOC의 결정에 대해 논평하며 푸틴 대통령은 “어느 정도 잘못은 있다.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빌미를 정직한 방식으로만 이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소치올림픽의 성공을 계속 주장한다. 전 세계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으면서. 씁쓸하다.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제언>

 

뱌체슬라프 페티소프 – 올림픽 챔피언 2회, 공기업 로스스포르트 전 대표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선수나 트레이너 전문가들이 아니면 선수들에게 있어 올림픽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노력 외에도 이것은 수백 년 역사에 흔적을 남기려는 전 생애의 희망이다. 그런데 선수 자신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은 80년대 보이콧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운명이었다.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나는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해서 그들을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기나 국가가 없더라도 영혼과 가슴으로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현재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다. 누가 잘못했고 이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이것을 할 것인가이다. 즉 누가 구체적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국가적인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이다. 만약 우리 스포츠계를 이끄는 모든 사람들이 관계를 잃어버렸다면 그것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임무를 맡을 사람은 경험과 권위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알렉산드르 티호노프- 올림픽 챔피언 4회, 러시아바이애슬론연맹 전 회장

 

“러시아 선수들은 어떤 깃발 아래에서라도 올림픽에 참가하여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수년간 꾸어왔던 꿈이다. 가서 증명하고 시상대에 올라 손을 치켜 들어야 한다. “나는 러시아인이다!”라고 외치면서... 다른 출구는 없다. 무트코 부총리를 지키기 위해 전 러시아 스포츠계를 죽였다고 정치인 야블린스키가 말한 것은 옳다. 스포츠부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묻고 싶다. 어떻게 상황을 이지경 까지 몰고 왔는지 말이다. 왜 선수들이 올림픽기를 들고 경기에 임해야 하며 이처럼 용감하지만 가혹한 걸음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나는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선수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 국가 지도부는 그들을 말과 행동으로 지원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가는 것을 허락했고 우리가 도핑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런데 왜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처벌하지 않는가?”

 

 

류보프 예고로바- 올림픽 챔피언 6회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해야 하는 것은 당위가 아니라 의무이다. 그리고 어떤 깃발 아래서라도 참가하여 성공을 거두고 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건을 우리에게 내걸었다면 다른 길은 없다. 스포츠와 경기는 그들의 삶이고 그들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건전한 사고를 가진 선수라면 모두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경력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올바르게 대해야 한다. 나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비웃고 질타하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부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동정과 응원만이 필요하다. 러시아 선수들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국기와 국가 없는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 블라디미르 모즈고보이 |노바야가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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