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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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간지 ‘프로필’이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을 과거 2001년 9.11테러 당시 납치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의 상황에 빗대어 극적으로 비행기 조종간을 잡을지, 가미카제의 운명이 될지 가늠하는 장문의 분석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끈다.

 

프로필의 표드르 루키야노프 기자는 최근호에 ‘93편 비행기와 가미카제같은 트럼프’ 제하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대통령과 미국의 정책, 향후 전개과정을 예리한 필치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6년 미대선 무렵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 기고문을 소개했다.

 

당시 기고문은 보수주의적인 클레몬트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The Claremont Review of Books에 ‘93항공편 선거(The Flight 93 Election)’라는 제목으로 실렸으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내 보수파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다음은 기사의 주요 내용.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실상 모든 곳에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세계정세는 그가 말하는 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된 G7 정상회담은 서방에 정치적으로 단합된 실체가 있는 가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거창하게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은 그 이후 상당기간 지구촌의 다른 이슈들에 대한 관심을 잠재웠다. 5월에 상호간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그의 막말 잔치는 유명한데 얼마 전 G7 정상회담에서는 트뤼도 총리를 향해 “매우 부정직하고 유약한 인물”이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크림 반도에서는 러시아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크림 반도가 러시아 영토라든지,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라고 말하고, 아베 일본 총리에게는 만약 일본에 수백만의 멕시코 난민들을 보내면 그의 입지가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는 둥, 파리는 세계의 모든 테러리스트들이 모인 곳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통계를 조작하여 난민 유입으로 인한 범죄율 증가를 감추고 있다고 독일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미러정상회담을 다시 논의하고 G7에 러시아를 초청하여 G8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매주 새로운 대러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의 행동논리

 

트럼프의 반대파는 전 세계에 널려 있지만, 가장 많은 곳은 역시 미국 국내이다. 그들은 트럼프를 어떤 식으로든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싶어 하는 반쯤 미친 폭군으로 묘사한다. 다른 비판자들은 그의 행동이 역겹기는 하지만 면밀한 계산을 거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사업가로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해온 그가 자신의 경험을 정치에도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트럼프가 각각 상대하기 편하도록 유럽연합을 깨뜨리려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트럼프와 그 행정부의 행동 논리를 이해하려면 선거전 막판이던 2016년 가을에 발표된 기고문 하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보수주의적인 클레몬트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The Claremont Review of Books에 게재된 “The Flight 93 Election”이란 기사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내 보수파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비행기는 테러분자들에게 납치되었고, 국회의사당이나 백악관을 목표로 테러 공격을 감행하려던 이들의 의도를 간파한 승객들은 조종실을 부수고 들어가려 했다. 결국 비행기는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전원이 사망했지만 알카에다의 음모는 분쇄(粉碎)할 수 있었다.

 

이 기고문은 2016년 대선을 이 비행기에 비교하고 있다. 조종실을 부수고 조종간을 빼앗거나 아니면 죽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조종간을 빼앗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죽게 된다. 이 글의 저자인 마이클 앤톤은 서방과 미국이 매우 최악의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냉전의 종식 이후 좌파 자유주의 이념이 미국과 세계에서 지배적인 강령이 되어 보수주의적인 이념의 뿌리를 잃어버릴 정도가 되었다. 이로 인해 국가 권력의 과도한 압력, 범죄의 증가, 매카시즘 선풍에 비견할 정치적인 선전 선동, 세금의 증가, 인프라의 노후화, 초등 및 중등 교육의 재앙(災殃)을 초래하고 있지만 말로만 개선, 수정,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문구를 내세울 뿐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미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지만 전통적 보수주의적인 관점을 버리고 다른 방도를 강구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정치인들은 다보스 포럼에서 사업가들이 쏟아내는 국경 개방, 저임금, 아웃 소싱, 탈산업화, 무역 정책에서의 양보 주장과 승리할 수도 없으면서 끝없이 계속하는 전쟁을 지원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했으며, 여기서 클린턴이 정권을 잡게 되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영국, 독일의 좌익 정당들이 주장하는 정책을 미국에 강요하고 좌익화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이민 정책의 자유화로 전통도 없고 자유의 개념도 알지 못하는 제3세계 외국인들이 유입될 경우 미국은 점점 더 좌익화되고 공화당의 가치, 진정한 미국의 가치와는 멀어지게 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이 강간, 살인, 폭발과 공격이 심화되는데도 계속 난민에 대한 포용(包容)을 주장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고 논평하고 있다. 그의 기고의 진정한 주장은 트럼프가 아무리 저속하고 역겹더라도 무역, 전쟁 및 이민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민 정책, 경제 정책, 대외 정책으로 미국의 통합성과 단일성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민주당에 투표하면 이를 더 이상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의 기고문은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한 후 그를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으로 임명했었다. 최근 존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후 그는 대변인 직을 사임했는데 트럼프에 실망해서였다고 전해진다. 사실이 어떠하던 그의 기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준다. 즉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를 현재 그들이 가고 있는 파멸의 길에서 구할 사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근 수십 년간 형성된 국제적인 시스템을 파괴하고 새롭게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는 ‘미국을 언덕 위에서 길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빛나는 도시(city on the hill)’로 보는 전통적인 미국관을 가진 매우 미국적인 대통령이다.

 

 

동맹국에 간섭하는 트럼프

 

트럼프는 선거 기간과 취임 이후 여러 번 다른 나라들의 정권을 교체하거나 국가를 전복(顚覆)하고 건설하는 정책, 다른 국가들에게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치는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고립주의나 다른 나라들에 대한 무관심 주의를 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트럼프는 21세기에 고립정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과 관련이 있는 세계를 좀 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트럼프는 냉전 이후 미국 대통령들과 반대되는 대통령이 아니라 정확히 그들을 그대로 복사한 대통령이다. 그들도 미국에게 좀 더 편안한 존재 조건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문제는 그들이 이전의 시스템에서 얻어낼 수 있었던 편안함을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되었고, 이전 시스템도 모두 그 기능을 다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냉전의 종식이후 얻을 수 있는 것을 이미 다 얻어냈다.

 

가장 미국을 잘 보여주는 과거의 공화당 대통령은 아들 부시로 불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이다. 그 당시 선거도 전통적인 보수주의 슬로건을 내걸고 이루어졌다. 공화주의자들은 미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자들의 메시아주의를 배격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미국은 그들의 복지와 생명에 대한 위협은 세계 어디서든, 심지어 미국인의 대다수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토라보라 산맥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는 전 세계적인 규모로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네오콘들은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를 설파하고 그들을 징벌하기 위한 군사 행위를 취하는 것을 지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지구촌 문제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려던 정부가 역사상 가장 간섭주의적인 정책을 편 정부가 되었다.

 

트럼프는 고립주의적인 잭슨주의 전통을 계승하였으나 역시 국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가해야 할 필요성에 부딪치게 되었다. 미국만을 개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곧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미국과 전 세계가 거의 멸망해갈 위기에 처했으니, 대응조치는 재빠르고도 전면적인 것이 되어야 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정치적 활동을 불같이 적극적으로 펼치게 되었고 타국의 내정에도 간섭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파라독스는 미국의 내정 간섭이 이번에는 적대국에 대해서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대상과 싸우는 백악관

 

작년 여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직에서 경질된 ‘대안 우파’의 아이콘이며 트럼프의 지원군을 자원하는 스티브 배넌은 공식적으로는 현재 트럼프와 관계가 없지만 전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항하는 세력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북부 동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 이탈리아가 우파와 좌파의 패러다임을 진정으로 깨뜨렸다면서 거기에 큰 희망을 두고 있다. 그는 북부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에게 포퓰리즘이 새로운 조직 원리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여기서 포퓰리즘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러시아의 인민주의 정도에 해당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4년 바티칸 방문 시 배넌은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이 전통적인 길에서 약간 벗어났었다면서 21세기에는 교회와 신앙, 서방과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이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인 리처드 그레널 독일 주재 미 대사도 유럽에서 트럼프와 신보수주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 특히 반이민 정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메르켈에 대해 비판적인 보건부 장관 옌스 슈판을 비롯하여, 서방국가 중에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공개적으로 간섭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현 내각이 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에 대해 트럼프까지 나서서 트위터로 메르켈을 대량 이민과 관련된 문제들을 감추려 하고 있다고 (어떤 데이터에 기초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비난하고 나섰다. 이런 행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공산주의와 소련이 무너지고 난 후 미국의 대사들은 항상 다른 나라 정부에 권고사항을 제시하곤 했다. 다만 이제는 이런 충고가 서유럽 선진국들에게까지 이르렀고, 주요 논점이 지나친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 다를 뿐 항상 미국이 하던 스타일에서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백악관은 국내적으로 다수의 반대파와, 대외적으로는 동맹국, 파트너, 반대국 할 것 없이 모든 대상과 절망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마치 93편 비행기의 승객들이 목숨을 던져 미국을 구하려던 것처럼 괴물과 같은 좌파 민주주의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역사적인 사명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그런데 적들의 승리가 가까운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자살공격을 통해서라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상황을 바꾸려고 심지어 2,3년 전만 해도 지구촌의 기반(基盤)을 이루고 있던 기관들에 대해서까지 정치적,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축적되어 심화되었고 사회 여론과 분위기도 반전되고 있기 때문에 그는 93편 비행기 조종간을 빼앗아 착륙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때마침 지지율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가미카제처럼 자살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그와 동승한 승객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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