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플로리다 45회] 레이크카운티의 '시트러스 타워', 옛 명성 사라졌으나 향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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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러스 타워 전경.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레이크카운티의 클레어몬트 시내 한 구릉에 우뚝 솟은 플로리다 시트러스 타워(Citrus Tower)는 1956년에 세워진 플로리다주 옛 유명 관광지이다.

시트러스 타워는 해발 500피트 이상 지상에서 탑 길이가 226피트 길이로, 한때 플로리다에서 가장 높은 전경을 자랑했다. '하늘의 성(a castle in the sky)'으로 불렸던 타워 꼭대기에서는 수천 에이커의 감귤밭과 약 1700만 그루의 나무들이 관광객들의 시야에 펼쳐졌다.

U.S. 27번 도로가에 자리잡은 이 명소는 본래 오칼라시의 실버 스프링스와 윈터헤븐시의 명소였던 사이프러스 가든(Cypress Garden)과 복 타워 가든(Bok Tower Garden)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1953년만 해도 매일 3500대의 차량이 27번 도로를 오갔다. 북쪽에서 온 관광객들은 겨울철에 노랗게 익어가는 오렌지들이 주렁주렁 달린 감귤밭을 보면서 신기해 했다.

시트러스 타워 개장 소식은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캔자스 시티 스타, 시카고 트리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에 실릴 정도였다. 1956년 7월 14일 500만 파운드의 콘크리트와 14만9천 파운드의 철근으로 만들어진 이 탑은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는 르로이 콜린스 당시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타워에서는 카리용 벨(편종) 콘서트가 열렸고, 감귤 포장 시설을 갖춘 선물 가게와 레스토랑이 방문객들을 이끌어 개장 첫 해 약 50만 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이 관광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해 갔다.

관광객 50만명의 명소가 퇴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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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버튼밖에 없는 타워 엘리베이터 안쪽 문에 간략한 타워 묘사와 역사가 적혀있는 모습 ⓒ 코리아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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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러스 타워 꼭대기 전망대에서 방문객이 눈 아래 펼쳐진 전경을 감상하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우선 1960년대 플로리다 턴파이크가 레이크카운티로 진입했을 때, 관광객들은 27번 도로를 지나갈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디즈니월드와 같은 대규모 테마공원이 들어서면서 타워의 명성은 초라해져 갔다. 올랜도시가 팽창하면서 타워의 시야를 밝히던 감귤밭은 주택 개발 단지로 탈바꿈 하게 된 것도 퇴색을 재촉했다.

사실 감귤밭은 오렌지 및 오렌지 주스 산업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개발업자들에게 쉽사리 넘겨질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한파가 3차례나 들이닥치면서 중앙 플로리다의 감귤 작물이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다. 특히 세 번째 한파가 지나간 후, 오렌지밭 주인들은 나무를 다시 심을 여유가 없었다. 결국 탑의 높은 곳에서 바라본 감귤밭은 거의 소멸되고, 대신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오렌지밭들은 쇼핑 센터에 자리를 내주었고, 도로 확장과 광범위한 도시개발에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자 시트러스 타워 방문객 수도 급격히 줄었다. 1986년 전만 해도 방문객수가 연 15만 명이던 것이 한파 충격 이후에는 5만 명으로 감소했다.

매물에 오른 시트러스 타워는 1995년 그렉 호먼이라는 사람의 손으로 넘었다. 호먼 가족은 선물가게 등을 개조한 후 탑의 40주년을 계기로 재개장했다.

이후 25년이 흐르면서 시트러스 타워 경영권은 호먼의 후손들에게 물려졌고, 페인트 작업, 크리스마스 전등 행사, 이벤트 실시, 전망대 에어컨 시설 설치, 커뮤니티 회의실 추가 등 연이은 프로젝트 실시로 지역민들의 관심과 향수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오렌지 향기는 남아있다

타워 건물에 들어가면 옛 선물가게가 커피숍으로 바뀌었고, 레스토랑을 바와 아케이드 놀이공간으로 만든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그러나 커피숍에 설치된 TV 스크린에서는 타워 건축 과정과 개장당시 실버스프링스에서 날라온 샘물로 '세례' 의식을 했던 모습 등을 보여주며 옛 명소의 향취를 전해준다. 또 실내 한 구석에는 카리용 벨 컨서트 기구가 유물로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특히 연말연시 홀리데이 시즌에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꼬마 전구들이 캐롤송에 맞춰 불빛을 발하는 전등행사를 즐길 수 있다. 간간히 흩날리는 인공눈 속에서 가족을 따라 나온 어린 아이들이 웃음소리를 내면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타워와 지역민과의 공동체적인 끈이 다정다감하게 이어져 있음이 느껴진다.

비록 감귤밭은 사라졌지만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전히 놀랍다. 맑은 날 방문객들은 30-40마일 밖 전경을 볼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8개 카운티 를 바라볼 수 있으며, 플로리다주 대형 호수 중 하나인 아팝카호는 물론 동쪽 지평선 끝에서 올랜도 다운타운 스카이라인과 디즈니 호텔들을 구별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곳을 방문하려면 망원경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어른 10달러, 어린이 6달러이며, 매표소를 겸한 커피숍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주소: 141 S Hwy 27, Clermont, FL 34711
자세한 정보: 전화(352-394-4061), 웹사이트(citrusto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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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데이 시즌에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꼬마 전구들이 캐롤송에 맞춰 불빛을 발하는 전등행사를 즐길 수 있다. ⓒ 코리아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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