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요즘 20대는 이해되지 않아요.”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들은 자신의 20대 때를 기준으로 지금의 20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중장년층의 20대는 그 선배들의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삶의 환경에서부터 모든 게 다르다. 그래서 20~30년 전 자신의 20대와 비교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세상은 2000년을 기점으로 엄청나게 변했다.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람의 생활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그로 인해 생각이나 문화까지 바꾸게 한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20~30대는 같은 나라의 그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문화권이지만 마치 다른 세상사람 같아 보인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이해가 가능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가족들도 삶의 기준이나 행태가 다르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적하기 일쑤다. 지구상 수많은 남녀 짝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불만으로 헤어진다. 사랑 하나 믿고 결혼한 부부도 이해가 되지 않아 참다 참다 이혼하기도 한다.

같은 언어와 문화,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 간에도 이해가 쉽지 않은데 이런 것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면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집안에서 신발을 벗는 게 정상인 한국인은 신발을 신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호주인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맨발로 마당이나 베란다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발을 닦지도 않고 침대에 올라가는 건 못 봐준다.

한국인은 흙이나 잔디를 더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맨발로 밟지도 않고, 만약 밟았다면 반드시 씻어야 한다. 그러나 호주인에겐 그리 더럽지 않나 보다. 그러니 맨발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신발 신은 채 침대에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다. 서로를 만나기 전, 신체의 일부가 된 습성을 바꾸라고 요구하거나, 이걸 못 견디면 결국 헤어진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20~30대의 정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단순히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를 넘어 선거나 정치행사에 적극적이고, 직접 정치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어리고 처음이라 위축되기도 하련만, 그런 건 전혀 없다. 나름대로 예의는 지키지만 할 말은 당당하게 하고 자기 소신을 부당하게 굽히지 않는다.

이들에게 ‘좋은 게 좋은 거’라거나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 등은 잘 통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도 양보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물리기도 한다. 단 그럴 만한 명분이나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이들보다 나이 많은 기존의 중장년층과 부딪히는 일이 잦다. 대개 중장년층이 먼저 지적을 해서 다툼이 시작된다.

 

1년 전 한국 정치에서 엄청난 관심을 일으켰던 첫 30대 정당 대표는 1년 내내 이슈 몰이를 했다. 5년 전 탄핵 대통령의 정당이 대통령 선거 등 3차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역할 덕분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혁과 변화에 둔감한 보수 정당에 20~30대 청년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30대 당 대표가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당 소속의 중장년층 정치인이나 같은 세대의 일반 지지자에겐 ‘이해되지 않는’ 당 대표였나 보다. ‘정치는 이런 거야’ ‘여의도에선 선수(選數 국회의원 당선 횟수)가 계급이야’ 등에 익숙한 기존 정치인들은 사사건건 흔들었다. 젊은 당 대표는 투명하게 자신의 정치 행보를 설명하지만 다른 이들은 ‘뭔가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공격했다.

정치는 유권자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가리는 게 아니다. 선배 정치인들이 보기엔 불안한 30대 당 대표이지만, 지난 1년 사이 3차례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선배 정치인들은 그를 계속 흔들어 댄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그의 공로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이런 점이 아쉽다’, ‘이게 부족하다’ 등의 훈수를 두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세대는 팔방미인을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칫 자신의 장점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아예 못하는 쪽은 그냥 내버려 둔다.

 

이해를 제대로 하려면, 내 기준이 아니라 객관적이거나 상대 입장에 서서 봐야만 한다. 도저히 달라진 세상, 달라진 환경, 다른 세대의 삶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들도 중장년층 선배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잘못됐다고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인구 / <한국신문> 편집인

gginko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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